모놀로그
궁 20부- 황태자비 스캔들 사건-신군 본문
난 19부를 쓴 작가와 20부를 쓴 작가가 같은 인물이 아니라고
확신한다.
만일 같은 작가라면,
자기가 쓴 걸 자기가 잊어버린 거라고밖엔 볼 수가 없다.
뿐이랴!
20부에서도 작가는 여러 명이다.
그래서 장면마다 등장인물들이 하는 말이 전부 달라진다.
앞서 채경편에서도
채경이가 하는 말이
상대하는 인물이나 나오는 장면에 따라서
달라졌듯이
신군도 그러하니 말이다.
여기서 대략 정리를 좀 해보자.
신군은 채경이가 야밤에 뛰쳐나가는 걸 불안하게 여겼다.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고 있는 황실의 그것도 서민출신 황태자비!
아무런 방비도 없이 전혀 황태자비답지 않은 사고의 매커니즘으로
자기 멋대로 하는 채경을 잘 아는지라
호락호락하지 않은 세상이
언제고 채경의 그런 행동을 트집잡아 문제가 생길 거라고
걱정을 해왔다.
게다가 율군이라는 존재가 있다.
이 사촌넘은, 자기 와이프를 좋아한다고 자기 앞에서
떠들어대는 인간이다.
그것도 이젠 점점 도를 넘어서 조금도 조심하지 않는다.
오히려 주변에서 알아차리기를 바라는가보다.
그런 일이 생기면,
누구보다 채경이가 망가지는 걸
그 사촌 놈은 모르나보다.
그저 자기 손에만 넣을 수 있다면
상대야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는 이상한 사고를 하고 있다.
두 인간의 난리부르스에, 늘 불안해서 좌불안석인 건
신군이다.
행여, 황실에 들키면,
무엇보다 채경이가 위험해진다.
즉, 채경이가 불명예를 안고 궁에서 쫓겨날 위험이 있다.
채경이를 위해서도 그런 불명예를 안고,
즉 폐비가 되서 궁에서 쫓겨나는 불명예를 안고
물러나는 건 절대로 안 된다.
둘째로,
바로 내 자신을 위해서도 안 된다.
난 채경이가 필요하다.
이제 그애 없이는 살 수가 없다.
채경이가 율군이라는 넘 때문에
궁에서 쫓겨나면 난 어쩌란 말이냐!!
그런데
걱정했던 일이 벌어졌다.
결국 그 날밤에 채경이는 어떤 남자와 함께 있었다는
기사가 실렸다.
그런데 말이다.
19부의 마지막 대목으로 돌아가보자.
울면서 뛰쳐나갔던 채경은 결국 사고를 치고 돌아온다.
차량을 도난당한 것이다.
다행히 되찾긴 했지만,
누군가와 함꼐 있었다는 것이다.
그 누군가는 누굴까?
신군은 말한다.
'율이와 함께 있었니?'
'그래 니 감정을 소중하게 대우받았니?'
'보는 눈이 많다는 걸 명심해!'
'야밤에 시동생과의 단둘만의 데이트,
누가 봐도 오해할 만한 소지가 다분하지 않냐?'
그랬던 신군이,
20부가 시작되자마자
신문을 던지고 머리를 쥐어뜯는다.
그리고 같이 있었던 남자가 율이냐고 묻더니,
제정신이냐고 펄펄 뛰면서
어른들에겐 절대로 율이라는 사실을 밝히지 말라고
못을 박는다.
나참..
19부의 작가와 20부 초반을 쓴 작가가 같은 인물이라고 할 수 있나?
아니면 불과 한 회 사이에
작가는 자기가 쓴 대본을 자기가 잊어버린건가?
앞서도 말했듯,
명분만 그럴듯하면 되니까
그냥 율이라고 하면 된다.
'율이랑 채경이랑 같은 반 친구자나요.
채경이를 내가 울렸거든요?
그래서 채경이가 화나 나서 드라이브를 나가다가
아마 율이를 만났나봐요
율이가 채경이 혼자 밤에 나가는 게 걱정되서
따라가서 보호해준 거예요'
이렇게 둘러대면 가장 말이 되고,
황실 어른들이나
언론도 납득을 한다.
그런데
사실을 말하면 안 된다고 막는 바람에
채경은 얼결에 거짓말을 한다
그래서 일이 커지기 시작한다.
그러자 다시금 작가가 바뀐다.
이번엔 신군이
채경에게
'같이 있었던 남자를 찾는다고 인터넷에서 난리가 났더군.
누군지 밝히지 그래?
그렇게 율이를 보호하고 싶어?
그래서 기를 쓰고 입을 열지 않는거야?'
아...헷갈려
작가가 바뀔 땐 제발 앞선 대본을 좀 읽어주었으면 하는 소망이 있다.
이어서
신군은, 자기만 아는 사실을, 자기만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말하는 바람에
더더욱 여기저기서 죽일 넘이 된다.
채경에겐
'더러운 인연' 운운한다.
이때
채경이 한 말이 걸작이다.
' 화가나면 잔인해지는 건 이해할 수 있어,
하지만 믿어주지 않는 건 더욱 잔인한 일이야!'
이러면서 뛰쳐나간다.
젠장!
다른 건 몰라도 저 대사는 채경의 대본에서 빼주라!
신군이 채경을 믿지 못하듯
채경도 신군을 믿지 않는다.
그러니 저런 말은 채경의 대사로는 맞지 않는다.
다른 말은 다 해도
저런 대사는 채경에겐 어울리지 않는단 말이다.
자기 남편 앞에서,
자기를 좋아하는 남자를 두둔하며,
마음을 줄 수 없어도 어쩌구 하는 것도 웃긴데
무슨 신뢰 타령이냔 말이다.
마치 자신은 신군을 속속들이 신뢰하는데
신군이 자기를 의심해서
문제가 있는 것처럼 보이자나!!!
신군은 이번엔
율군을 만나서
다시금
'악연의 고리'에 대하여 말한다.
우리대에서 끊자고 애걸한다.
돌겠다.
신군!
그렇게 말을 하면
대체 누가 알아듣겠어?
오히려
채경이나, 율군이나
널 더욱 나쁜 넘이거나
웃기는 넘으로 치부하겠지!
당장 채경이가
그 '더러운 인연'
이라는 말에
화를 내자나!
'우리를 그런 눈으로 보았던거야?'
이러면서 화를 내자나!
그런데 채경은 대체 어떤 눈으로 봐주길 바라는걸까?
자기만 친구라고 우기면
율군이 너무 불쌍해지는 것도,
신군이 너무 초라해지는 것도
모르는건가?
혼자
여기저기 다니면서
분을 삭이고 상한 자존심도 누르면서
충고를 해도
도무지가 상대에게 먹히지도 않는데,
거기에 혼자만 아는 사실을 함축해서
이해하기 힘든 단어로 표현하니
먹힐 리가 있나?
하지만,
20부의 신군은,
채경 못지 않게 음산하다.
내가 신군을 참으로 음산하다고 느낀 적이
궁 방영 시절에 있었는데,
혹시 20부를 본 게 아닐까?
그는 더더욱 거만하고, 더더욱 냉정하고,
더더욱 음산하게 보인다.
그럴 수밖에 없다.
율군이나 채경처럼 단순하게 생각하고
처신할 수 없는데
아무도 그걸 이해해주거나
헤아려주지 않으니
그도 역시 19세의 고딩일 뿐인데,
자리가 만들어준 정치적인 감각 덕분에
오히려
점점 왕따가 되어간다.
부모도, 아내도, 사촌도
모두 그에게서 멀어진다.
그는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점점 더 혼자가 되어가고,
그럴수록 거만해지고 냉혹해지며,
그래서
정말 싸늘하게 보인다.
그러나
채경은 보지 못한다.
황후에게 혼나고
뺨에 흐르는 눈물을
애처롭게 바라보며
위로해주고 싶어도
위로해줄 수 없고,
위로할 줄도 모르는 자신을 답답하게 여기는데
더더욱 위로를 거부하는
채경이를 바라보는 신군의 시선을...
신군의 위로가 필요했다고 말했던 채경은,
위로할 줄 몰라서 답답해하는 신군의
눈빛만으로 위로를 받을 순 없을까?
설사
그게 안되더라도
더더욱 신군을 밀어내며
멀어지는 두 사람 사이의
단절되어가는 소통이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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