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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 20부- 황태자비 스캔들 사건-채경 본문
황태자비 스캔들 사건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건
바로 황태자비 자신이다.
공연히 밤에 그것도 쥘쥘 짜면서
드라이브를 나갔다가
율군을 만났으면
적당히 선을 두어야 마땅하다.
그러데 굳이
율군의 차안에서
그의 위로를 받다가 일이 생겼다.
그래서 신문에 대문짝만하게
'황태자비 스캔들 사건'
이라고 실렸다.
그것도 자신의 얼굴과 신군의 얼굴이 함께 실렸다.
만일 내가 채경이고,
채경이가 노상 주장하듯
정말 신군을 사랑한다면,
난 저 순간에 신군에게 미칠 듯 미안했을 것 같다.
왜냐면 난 신군을 아니까.
그의 황태자로서의 자존심을 너무나 잘 아니까.
언제든 그만둘 생각을 하고 있으면서도
황태자다운 황태자로 기억되고 싶어서
최선을 다해서 황태자 노릇을 하고 있는
신군의 자존심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그의 아내이자, 친구요, 한 세트면서
황태자비인 난
제일 먼저 그런 지저분한 제목으로 황색 신문에
다름 아닌 내가 사랑하는 남자의 얼굴이
실린 것을 미안하게 여길 것이다.
그래서 신군에게 사과를 할 것이다.
미안하다고..
내가 경솔하게 행동해서
너의 명예와 자존심까지 다치게해서 정말 미안하다고..
황태자로서의 자존심만 상했나?
아니다.
남자로서, 남편으로서도 정말 체면이 말이 아니다.
자기 와이프가 다른 남자와 야밤에 몰래 만나다가
들켜서 신문에 대문짝만하게
내 얼굴까지 실렸다면,
그것도 불륜을 저지른 황태자비의 남편으로서
곁다리로 실렸다면
남편으로서도 정말 죽고 싶어질 일이다.
그런데
채경은 물론
신군에겐 눈꼽만치도 미안하지 않다.
하지만,
신군이 효린과 과거에 나눈 유학 얘기를 했다는 것만으로,
신군이 땅콩을 싫어하는 걸 몰랐다는 이유만으로
펄펄 뛰면서
난리를 쳤던 채경이가,
왜 자신이 한 일은 저리도 떳떳해서
조금도 미안하지 않은걸까?
태국에서 효린과 뽀뽀 사진에 데이트 사진까지 찍혔으니
그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는걸까?
게다가 율군이 아무리 자기를 좋다고 확성기에 대고
외쳐도 자기는 아니니까 상관없다는건가?
그렇다면 채경은
태국 사건과 효린과의 관계에 있어서
신군만의 떳떳함도 인정해줘야한다.
그리고 채경은
자기보단 신군을 더 생각하고
배려해왔다.
물론 채경이라고
언제까지나 자기 자신보다 신군을 더 배려하라는 법은 없다.
그러니
이제 채경이도 자기 자신을 먼저 챙겨야 하다고 인정해주자.
그렇다면
채경이는 먼저 신군을 사랑한다는 말을 취소해야한다.
사랑은 배려니까 말이다.
그것도 바로 율군 앞에서 취소해야한다.
그래야 율군이 신군에게 퍼붓는 부당한 증오가 사라진다.
율군이 대체 왜 신군을 그토록 증오하는지 난 잘 모르겠지만,
만약, 채경이가 신군을 사랑하는 게 이유라면
채경이가 이제 신군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더이상 그를 증오할 이유가 없지 않겠는가?
내가 너무 논리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늘 주장하듯, 좋은 드라마는 논리적으로도 말이 되야 한다.
채경이를 보고 있으면
난 혼란스럽다.
채경이가 이렇게 말하면
내 혼란은 그친다.
'난 원래는 친정을 살리려고 궁에 들어왔는데
이제 친정이 살만해지고나니
나에겐 어울리지 않고
나도 하기 싫은 황태자비 노릇이 지겨워졌어.
물론 난 아주 나쁜 뇬이긴 하지.
필요할 땐 황실을 이용했다가
이제 필요없어지니 황실에서 도망쳐서
예전처럼 자유롭고 내가 하고 싶은대로 하면서
살고 싶어졌으니...
그래도 신군을 좋아해서 억지로 참고 살았는데
이젠 신군도 싫어.
그러니 궁에서 버티는게 너무 힘들어.
친정도 살만해졌고,
신군에게도 정이 떨어졌으니
난 이제 궁에서 나갈 궁리를 해야겠어
그러기 위해
신군이 망가지던, 황실이 망가지던
내 알 바가 아니야
나부터 살고 봐야지 안 그래?'
이렇게 채경이가 말하다면
그래도 말은 되니까 이해해주겠다.
그런데
채경은 율군에게 이런 말을 하는 것으로
날 돌아버리게 한다.
'신군 옆에만 있으면 견딜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야.
요즘 신군과 싸늘해서인지 궁이 더욱 답답해'
대체 왜 신군과 싸늘하다는 건지 이유를 모르겠다.
신군은 바로 엊그제, 떡볶이집에서 기다려주었고,
친정에 가고 싶어하는 마음도 헤아려 보내주었다.
싸늘하긴커녕
너무 다정해져서 징그러울 정도가 아닌가 말이다.
이유는 한 가지이다.
신군이 싸늘한 게 아니라
채경이가 싸늘한거다.
신군이 애정과 배려를 베풀어도 그게 전혀 와닿지도 않고
고맙지도 않다.
반면에 신군이 율군과 멀리하라고 하면
펄펄 뛴다.
율군은 위로를 해주고, 날 소중하겨 여겨주니
너보다 낫다고 외친다.
저런 말을 듣고 싸늘해지지 않으면 그게 더 이상하다.
싸늘하게 대하는 것도 채경이고,
싸늘하게 만들어놓은 것도 채경이다.
신군이 조심하라고 말해도 듣지 않고,
말리는 것도 듣지 않고
굳이 야밤에 나갔다가 사고치고 왔으니
또한 신군이 화를 내는 것도 당연하다.
저런 행동을 했으니
또한 싸늘해지지 않으면 그것도 이상하다.
그렇다면
저렇게 말하면 안 된다.
율군이 또 신군에게 화낸단 말이다.
채경이는 이렇게 율군에게 말해야한다.
'신군이 떡볶이 집에서 내가 배터지게 먹는 동안
기다리길래, 먹다 남은 떡볶이 한 점을 먹으라고 했더니
거절하는 거야!!엉엉'
'신군이 내가 친정쪽으로 애절한 시선을 던지니까
하룻밤 자고 오라고 했는데, 우리 엄마가 갑자기
돌아가라고 난리치길래, 택시타고 들어오다가
걸려서 시엄마한테 엄청 깨졌어.
그랬더니 신군이 나보고 바보같대! 엉엉'
저런 거 다 생략하고
그저 세상이 다 끝난 여자처럼
머리를 풀어헤치고 넋빠진 듯 돌아다니니
율군은 신군이 매일밤 채경에게 고문이라도 하는 줄 알겠다.
그러더니
이번엔,
갑자기 또 다시 쌩뚱맞은 말을 해서
날 혼란스럽게 한다.
그동안 율군에게 받기만 했는데
자긴 아무것도 해줄 수가 없으니
이번 사건으로 그를 지켜줌으로써 보답을 하겠다는 것이다.
그가 원하는 건 자기 마음인데,
자기 마음은 줄 수가 없으니
율군을 보호하는 걸로 대신하겠다는 것이다.
켁;;;
신군에게 한 저 말만으로 난 골치가 아픈데,
이번엔
율군에게 한술 더 뜬다.
늘 율군에게 기대왔어.
율군의 마음은 받아줄 수가 없지만
율군에게 보답하고 싶어
율군은 내 친구니까.
아...
채경아
대체 제정신이니?
결국 저 말들을 모두 종합해보면
넌 알고 있다는 거다.
율군이 널 좋아하고 원하고 있다는 것을.
그런데
널 좋아하는 남자를 여기저기 데리고 다니면서
니가 좋아하는 남자에 대한 푸념을 그동안 해왔고,
그래서 두 형제 사이를 엉망으로 만들어놓고,
넌 날 사랑하지만, 난 널 사랑하진 않아
그래도 난 니 친구야
이런 이상한 소릴 하니
대체 나더러 어떻게 널 이해하란 말이냐?
어려서 그런거라고 쳐도
한계가 있지
널 사랑하는 남자를 너도 사랑해줄 수 없다면
절대로 그를 붙잡아두면 안되는 걸
모르는거니?
것도 남도 아닌, 시동생인데?
게다가 남편인 신군을 싫어하고
그 신군에게서 널 빼앗으려고 별별 짓 다하는데?
율군 때문에 번번히 니 남편과 다투고
정말 싸늘해진 이유가
율군인데
대체 뭔 헛소리를 하는거냐고!!!
이런 글을 쓰고 있는 내 자신이 갑자기 한심해진다.
그런데
여기까진 또 참겠다.
이번엔 황후가 등장해서 채경을 잡는다.
황후는 녹록치 않은 여자라
율군의 속셈을 진작부터 아는지라,
대뜸 상대가 율군임을 알아챈다.
그러자
채경이 왈;;;
'율군이 오해를 받을까봐서리....할 수 없이 거짓말 했사와요'
그런데,
오해가 아니지 채경아!
그게 사실이지.
율군이 널 좋아해서 따라다니는 것이 진실인데
그게 왜 오해니?
오히려 이렇게 말해야지.
실은 율이가 내가 좋대요
그걸 황실 어른들이 알게 될까봐 숨겼어요
난 율이를 사랑하진 않지만
율이가 날 사랑해주는 건 너무나 고마와서
매정하게 대하기 싫어요
게다가 율이는 신군 때문에 내가 힘들 때마다
옆에서 신군에게서 떠나라고
고마운 총고를 해주는
정말 좋은 친구예요
그러니 나도 보답을 해야지요
게다가 황실 어른들이
율이가 날 좋아하는 걸 알면 안되자나요?
율이를 위해서
신군이 개박살나는 건
신군이 감수해야죠
그것까지 내가 책임질 순 없자나요
안그래요?'
이렇게 말해야지.
오해가 아니라
이해하게 될까봐 겁났다고,
율이가 자기를 좋아하면
그가 난처해질까봐 숨겨줬다고 해야 맞는거지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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