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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왕 15부- 주지훈의 야누스 신공

모놀로그 2011. 2. 23. 22:11

불과 한 회에서 주지훈이 보여주는 오승하는,

과연 야누스 연기의 신공을 보여준다.

 

농장에서의 오승하는, 애잔하고 쓸쓸한 미소를 머금은

한떨기 수선화처럼 청초하게 해인을 바라보고,

빗줄기를 향해 손을 뻗던 소년 정태성의 얼굴과,

 

그날 내내 해인과 가까이 있으면서 자기도 모르게

얼굴을 내민 젊은 남자의 본능에 지고 마는 얼굴이다.

 

 

 그녀와 함께 보낸 하루는,

그에겐 그런 시간이 있을 수 있다는 걸 꿈도 꾸지 못했을

충만함을 주었을 것이다.

 

그냥 보통 젊은 남자라면, 아름답고 상냥한 아가씨와

전원에서 종일 같이 보낸 후엔 없던 사랑도 생길 참이다.

 

하물며, 이미 해인에게 마음이 잔뜩 쏠린 승하는,

그의 한정된 인간 관계로 인해

해인이란 존재는 세상 그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존재이다.

 

그런 그녀와 함께 보낸 시간이 너무나 달콤해서

그는 생각하기도 전에 몸이 말한다.

그녀의 팔목을 잡는 것으로

그는 가지 말라고 말한다. 그 시간을 조금만 더 연장하고 싶어한다.

 

조금만 더 나에게 이 시간을 누릴 수 있게 해달라고..

이게 뭔진 모르겠지만, 아마도 이런 게 인생의 기쁨인가보라고..

 

그때만은 그는 자기에게 웃음이나 기쁨을 허용해도 되는가에 대한

엄격한 잣대를 잊고 있다.

 

 

물론, 그는 놀랐고,

아마 단단히 자기 자신을 조였을 것이다.

 

틈만 나면 느슨해지는 나사를 요즘 들어 자주 조여야하는

오승하이다.

 

마침, 정신이 번쩍 들만한 일이 생긴다.

 

성준표 사건으로 이용해먹은 마빡이라는

인물에게 아무래도 꼬리를 잡힌 것 같다.

 

그는 오승하라는 인물을 알고 있으니만큼

그가 강동현과 줄이 닿아 있다면

자신의 존재가 드러날 염려가 다분했는데

아무래도 그런 일이 일어난 것 같다.

 

방금 전까지 사춘기 소년처럼 해인 앞에서 절절매던

그 오승하 마자?

 

위험이 감지되자 본능적으로 몸을 움추리고 대적하기 위한 방편을

찾는 맹수처럼 변하는 오승하는,

이번엔 하드보일드한 서늘함을 보여준다.

그것은 밑바닥 인생과 폭력 세계가 어떠한 것인지

아는 사람만이 지을 수 있는 서늘함이다.

 

 

이어서

조동섭의 법정에서 의도한대로 집행유예를 이끌어내자.

자신에게 원망에 가득찬 눈길을 쏘아대는 권변 가족들에게

승리의 브이자를 그려보이는 오승하는

나무랄 데 없는 엘리트 변호사이다.

 

돌아서서 곧바로 이번엔 강적 중의 강적인 강동현 의원의 전화를

더없이 침착하고 담담하게 받아낸다.

 

이제 그는 숙적과 결투를 벌이는 황야의 무법자가 되었다.

그러기 위해서 필수 항목은 무표정하고 담담한 모습 이면에

날카로운 발톱을 감추고, 언제든 필요하면 그걸 꺼낼 준비를 하고 있다.

 

이렇듯 15부에 들어서자마자 불과 몇 십분 동안

저렇듯 무수한 모습을 두루두루, 그것도 조금도 숨가쁘지 않게,

보여주는 주지훈에게 그저 놀랄 뿐이다.

 

청초한 모습, 애잔하고 쓸쓸한 모습, 사랑에 눈뜨는 사춘기 소년의 모습,

거기에 서늘한 모습, 냉엄한 모습, 살벌한 모습 등등을

오가면서도

그것이 결국엔 오승하라는 하나의 캐릭터로 합체되는 것것에

조금만치의 의심도 품게하지 않는다.

 

주지훈은 무수한 캐릭터를 창출하면서도

여전히 무덤처럼 고요하고 고인 연못처럼 움직임이 없는 오승하의

본질을 흐리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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