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놀로그
궁 17부- 신군의 고백 본문
신군은 가출했다 돌아온 남편들이 겪는
마누라의 바가지 긁는 소리를 들어야 한다.
19세,
어린 부부가 벌이는,
사고치고 뚱한 남편과,
그런 남편을 닥달하는 아내의
장면을 연출하는데,
흐미..귀엽다.
아니 가슴 아프다.
왜냐면
신군에겐 사실 그런 원색적인 누군가의 닥달,
이면에 진한 애정과 깊은 염려, 그리고 진정 자기 편이라고 느끼게 되는
전에 그가 낙마했을 당시에
그가 그리도 원했던,
자신이 혼자가 아니라고 믿게 되는
안달복달이 매우 필요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가 원하는 채경의 그것이어야하는데,
바로 그걸 채경이 그 순간에 흠뻑 느끼게 해준다.
효린처럼 이기적이거나, 부모처럼 싸늘하고 으례적이며 황실 걱정이 앞서는
그러한 것들이 아닌,
이신이라는 한 인간을 진정성을 품고 염려하고 아파해주는 누군가..
그 누군가는
바로 그가 원하는 채경이..
황족적이지 않은.
매우 서민적이고 원색적이고 직설적인.
즉 자신에게 없고,
자신의 주변에도 없는 그것을
그 순간에 채경이가 주는 것이다.
그때 그는 매우 중요한 말을 한다.
'내가 황태자가 아니라도 내 곁에 있어 줘~!'
난 채경이가 언제나 매우 중요한 신군의 말을 흘려듣는 게
참 안타까운데,
이후에 벌어지는 여러가지 사건들이
비록 억지스럽다 하나
저 말을 듣고도 왜 그랬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아니 저런 대사를 쳐놓고도
왜 갑자기 구태의연한 오해 싸움으로
다시 진흙탕같은 사각관계로
상황을 다시 몰아넣었는지
작가에게 묻고 싶다.
저건 참으로 결정적인 말이 아닌가~!
황태자이기에, 채경이와 부부가 되었다.
이신의 여자가 아니라
황태자의 비로 들어왔다.
그러나..
이제,
그는 황태자가 아니라도,
내 곁에 있어 달라고 한다.
그건,
넌 이제 황태자비가 아니라,
그냥 이신이라는 나의 여자가 되어 달라고
부탁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저런 중요한 순간에
채경은 별로
그 말을 새겨듣는 것 같지 않다.
대본에도 저 순간에
채경은 그저 너무나 강력한 신군의 포옹에 숨이 막혀
켁켁거리기만 하는 걸로 나온다.
어이상실이다.
저 말만 새겨들었어도
게임 오버인데 말이다.
하여튼,
신군은 이제
백년해로에 이어서,
우린 비록 어르신들이 정해서 황태자와 황태자비로
만나고, 맺어졌지만
그런 혼인의 의미는 제쳐두고,
나 이신은 너 신채경을 원하고,
니가 필요하며
다시 말해서
난 널 사랑해..
라고 완전히 백기를 드는 것이다.
사랑해..
라는 말보다
백배는 더 간절한 말이다.
신군의 주변엔 그저 정치적인 의미의 인간 관계밖엔 없다.
부모조차 그러하고, 옛여친도 그러하다.
자신의 모든 건
자신을 노리는 세력에게 정치적 음모의 껀수에 불과하다.
그라는 존재는 대체 뭐란 말인가~!
그런 그가 매달릴 곳이라곤
그런 정치적인 상황의 외곽지역에 오로지 사랑밖엔 가진 게 없는
채경이 뿐인 것이다.
물론,
저런 고백을 하는 순간의 신군은
웬만한 여인네들은 그 자리에서 맥없이 쓰러지게 만들며
없는 모성애까지 모조리 끄집어내어
그에게 쏟아붓고 싶게 만든다.
그러나,
정작 채경은 그 중요한 말을 흘려듣는 것 같아 안타깝다.
채경이가 흘려듣던 말던,
내게 너무 멋진 신군이면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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