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놀로그
마왕- 승하는 그날 왜 그랬을까? 본문
승하가 처음 해인에게 식사를 같이 하자고 제안한 것이
5부쯤이다.
난 사실, 그 장면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왜 갑자기 승하는 해인에게 식사를 하자고 하는걸까?
그건 좀 생뚱맞다.
해인도 놀란다.
더우기
승하의 표정이나 분위기는 전혀 데이트를 제안하는 남자의 그것이 아니다.
해인을 대하는 그의 평소의 태도에 비해서 거만하고 딱딱하기까지하다.
물론, 갑자기 식사를 같이 하자고 제안하는 게 쑥스러워서 그럴수도 있지만,
승하의 모든 행동이나 말에는 이유가 있다.
즉, 자신의 일(?)과 관련된 이유말이다.
5부 쯤이면 아직은
승하의 감정이 그렇게까지
해인에게는 열려있을 때도 아니다.
줄기차게 해인에게 접근하지만, 그것조차도 뚜렷한 목적이 있을 무렵이다.
그런데 무례하다고 좋을만한 태도로 식사를 같이 하자고 한다.
내가 해인이라해도 그런 남자와는 전혀 같이 저녁을 먹고 싶지 않을 것 같다.
가뜩이나 해인은 승하 앞에서만 서면 주눅이 드는 판이다.
그건 변호사라는 지위 때문이라기보단,
그가 풍기는 분위기가 워낙에 묘하고, 도무지가 같이 있으면 편치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득 어떤 답이 떠오른다.
맞건 틀리건, 내가 생각하기에 가장 타당성이 있어보이는 답을 찾은 것이다.
우선, 그때 해인은 타로카페에 가는 길이라고 했다.
그래서 승하가 데려다준다.
그는 무표정한 얼굴로 앞만 보며 운전을 하고 있다.
해인은 쳐다보지도 않는다.
그런채로 갑자기 불쑥 묻는다.
'식사했어요?'
아직 안했다고 답하자.
'나도 안했는데..'
어쩌라고?
라는 표정으로 해인이 바라보자,
'같이 식사할래요?'
라고 묻는다.
여전히 해인은 쳐다보지도 않는다.
무례하다.
그리고 거만하다. 그런 식으로 해인을 대한 적이 없으니
어쩌면 정말 같이 식사가 하고 싶어서 그런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런데,
그때 해인이
카페에서 약속이 있다고 답한다.
그제서야 승하는 해인을 바라본다.
묘한 표정이다.
그는 혹시 해인이 타로카페에 가는 이유가
알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그냥 친구를 만나러 가는건지,
아니면 오수를 만나기 위해 가는건지
그걸 알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저녁 식사를 함께 하자고 하면
해인은 식사에 응하거나, 아니면 거절할 것이다.
거절한다면 이유를 말할 것이다.
승하가 예상한대로 약속이 있다고 대답한다.
그녀가 약속을 하고 만날 사람은 오수밖엔 없다.
김대식이 죽은 직후니까
김대식 사건을 위해 둘이 만나는 것이다.
승하는 카페 앞에서 오수를 만나지만,
전혀 놀라지 않는다.
오수가 승하를 보고 놀라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미리 짐작하고 있었음을 알 수가 있다.
오수 앞에서 승하는,
해인에게
다음엔 꼭 같이 식사해요
라는 말로 인사를 대신한다.
오수는 멈칫하고 승하와 해인을 번갈아 바라본다.
그는 가뜩이나 기분나쁜 인간인 승하가,
해인과 같이 차에서 내리는 것도 기분 나쁘다.
어째서 해인이 승하의 차를 타고 카페까지 오는지도 궁금했을 것이다.
그런데,
거기에 대고
그럼 다음엔 꼭 같이 식사해요
라는 말을 하면,
오수는 어떻게 생각할까?
마치 두 사람이 데이트를 하고 있었는데
자기와의 약속 때문에 식사를 같이 할 수 없었고,
데이트까지 중단한 것처럼 들리는 것이다.
그렇다면,
승하가 자동차 안에서 식사에 대해서 언급한 건
두가지 의미가 있겠다.
첫째론, 해인이 카페에 가는 이유를 알기 위해서이고,
둘째론, 오수를 만나러 가는 거라면 그 앞에서 다정하게
우리 다음엔 꼭 같이 저녁 먹어요..
라고 말할 수가 있는 것이다.
그 두 가지 목적을 가지고
승하는 저녁 식사 제안을 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갑자기 뇌리를 후려갈긴다.
뭐, 아님 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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