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놀로그
마왕 3부 - 빛의 향기와 어머니의 잔상 본문
'난 어둠에 익숙하거든요'
승하는 어둠 속에 살고 있는 거짓의 인간이다.
그의 집은 불빛이 없으며
그의 마음도 암흑이다.
또한 그의 인생도 그의 미래도 암흑이다.
그에겐 빛이 없다.
그러나
루시퍼는 애초에
'빛의 수호자'였다.
'아름다운 악마 루시퍼' 승하는
빛을 동경하는 듯한 모습을 자주 보여준다.
아니..
동경을 넘어서 굶주린 듯 하다.
그는 춥기 때문이다.
그래서 틈만 나면 빛을 향해 빛과 더불어 빛을 갈구하는
무심한 자세를 보인다.
그것은 무결했던 시절의 자신에 대한 그리움,
혹은
타고난 빛의 인간의 본연의 자신에 대한 회귀 본능의
발현이 아닐까?
빛을 온몸으로 들이마시는 듯한 모습
복도를 걷다가 창문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빛은 그를 멈추게 한다.
빛에 취하며 빛처럼 순수한 미소를 짓는 모습..
온몸으로 빛을 들이마시며 행복해한다.
빛에 대한 그리움의 무심한 자세....
순간적이지만 무장해제된 모습이다.
해인은
그가 늘 서 있곤 하던 자리를 지나칠 땐
자기도 모르게 긴장하는데
그 긴장감 속엔
일말의 기대감과 설레임도
약간은 있는 것 같다.
그날도 어김없이
그 자리에 양복은 입은 사람이 서 있다.
해인의 얼굴에 화색이 돈다.
그러나 그건 승하가 아니었다.
그녀는 실망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그런데
언제나 한수 위인 승하,
생각지도 않게
다음 칸에서 예사롭게 말을 걸어온다.
자신의 마음을 스스로에게,그리고
승하에게까지 들킨 듯한 기분이 들어서일까?
갑자기 새침해지는 해인의 모습이 사랑스럽다.
승하는 책을 찾지 못하겠다는 구실로
해인을 낚고(?)
해인이 책을 찾기 위해
그의 시야에서 쭈그리고 앉는다.
그때 마침
책을 찾는 해인은 밝은 빛속에 들어앉아 있고,
그녀의 머리카락, 그녀의 귓불, 그녀의 손길
그녀의 뺨 등등,
빛속에서 찬란하고 화사하게
그리고 무결하게 빛나고 있는 그녀의 모습을
카메라는 샅샅히 훑어 내린다.
그것은 승하의 시선일 것이다.
그는 빛을 대할 때면 떠오르는 무의식적인 미소를 짓지만
상대가 여성이기에 젊은 남자로서 역시
무의식 중에 그녀의 아름다움에 빨려들어가듯
그녀를 바라보고 있다.
물론 그녀의 아름다움에 젊은 남자로서 자신도 모르게 취한 것일수도 있다.
그러나 내겐
그때 그녀가 빛속에 있었기 때문에
어둠 속에 살고 있는
거짓의 인간 승하의
빛에 대한 동경.
진실에 대한 동경,
그리고 아름답고 순결한 것에 대한 동경으로 보이며,
그것들에 대한 향수를 그녀에게서 발견할 것처럼 보인다.
승하도 원래는
빛의 수호자였으니까...
루시퍼는 원래부터 악마는 아니었던 것이다.
어둠 속에 살고 있는
'젊은 청년 오승하'의 빛과 아름다움과 순결함에 대한
무의식적인 동경과 함께
1부의 리뷰에서 언급했듯이
이론적인 계획의 토대인 설계도가 형상화될 때
여기저기서 생각지도 않게 튀어나오는 숱한 방해요인중 하나가
아주 희미하게나마
감지되는 순간이기도 하다.
휘청이는 해인을 붙들어 주는 순간
그녀에게 예기치 않게,
아마도 처음으로 승하에게서 어떤 잔상을 보게 된다.
무방비 상태에서 느닷없이 보인 그 잔상은
해인을 몹시 놀라게 한다.
그것은 고통과 놀라움으로 굳어진 듯한 어떤 여인의
비통한 모습이었다.
그렇다면 승하의 어머니가 그 순간에 해인에게 잔상으로
보인 것은 우연이었을까?
난 아니라고 본다.
해인이 사라지고 혼자 남은 승하의 표정은
그가 고의적으로
그런 잔상을 해인에게 보여줬음을 알 수 있다.
여유만만하고 매사에 자신감 넘치는
세련되고 도시적이며 엘리트다운 남자의 모습에서
간절하면서 애닯은 표정으로 힌순간에 급변하는
승하의 표정은
그가 해인을 통해 세상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기 때문이다.
혹은 그녀가 자기 의도대로 어머니의 잔상을 보았음을
이미 알고 서글픈 표정을 짓는 것 같기도 하다.
물론
3부까지만 해도
승하의 정체가 우리 시청자에게도 명확하지 않을 때이니
그 장면도 급격한 표정의 변화로
역시 승하의 이중성을 보여주기 위한 의도가 포함되었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어떻든
어머니의 잔상을 보여준 건 의도적이었다고 보는 바,
수선화를 빙자하여
어머니에 대한 짧은 언급을 함으로써
방금 전 잔상에서 본 여인이
자신의 어머니임을 간접적으로 시사하는 것으로 보아
잔상을 보여준 것이 의도적이라는 확신이 굳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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