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놀로그

마왕 2부- 권변호사와 오승하 본문

주지훈/마왕

마왕 2부- 권변호사와 오승하

모놀로그 2011. 1. 26. 09:41

[권변에 대한 승하의 한 마디]

'불행은 많은 것을 가르쳐준다는 걸 알려준 스승이니까요'

권변과 가까운 사이였냐는 오수의 질문에 대한
승하의 답변이다.

인간들은 대개 지나칠 정도로
노골적인 진실을 말하면 알아듣지 못한다.
다들 적당히 채색하고 변형해서 말하고,
그것에 익숙해져 있으므로
핵심을 찌르는 단순한 진실은 누구에게도
그말 그대로 전달되지 못한다.

승하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대개 소름끼칠만큼 사실적이다.
저 말은 정말 헤아릴 길 없는 승하의 처절한 심정이 담긴
말이지만
그 자리에 있는 그 누구도 그 의미를 알 길이 없다.
 
승하라는 인물 자체가 이중적이므로
그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전부 직설적인 사실이지만,
필연적으로 두 가지 의미로 해석될 수밖에 없고,
듣는 사람은 자기가 가진 지식의 한도내에서만
이해할 수 있다.

그래서
이때
다시 한번 오수는
'변호사라서 말씀도 어렵게 하시네요'
라는 말을 했다가
'역시 편견이 있으시군요' 라고 또다시 승하의 강펀치를 먹는다.

저 말은 승하가 변호사라서 현학적으로 늘어놓는
번지르르한 말이 아니다.
정태성의 쓰라린 12년이 모조리 담긴 절절한 말이다.
정태훈 사건으로 인해
처절하게 망가진 자신의 인생에 대한 자조적인 말이기도 하다.

자신의 인생을 망친 무리 중 하나인
당사자-적어도 승하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당사자가
변호사라서 말을 어렵게 한다 운운할 때
승하는 싸늘하게 그를 바라보며
다시 한번 비웃는 것이다.





'주지훈 > 마왕'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왕 2부- 순기의 공판에서  (0) 2011.01.26
마왕 2부- 오수의 기억 속 승하  (0) 2011.01.26
마왕 2부- 편견  (0) 2011.01.26
마왕 2부-타로카페에서  (0) 2011.01.26
마왕 2부-오승하, 강오수, 서해인  (0) 2011.0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