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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청혼

모놀로그 2011. 1. 3. 22:49

방영시 보지 않은

옛 드라마 순례는 계속된다.

 

작품 선정엔

조건이 있다.

 

거슬리는 배우가 없어야 한다.

그래도 어느 정도는 작품성 내지 흥행성이 있어서 세인의 입에

오르내려야한다.

가볍고 편안하게 볼 수 있어야한다.

무겁고 우울하고 비극적인 드라마는 사절이다.

 

 

그래서 다시 물망에 오른 것이

 

'맛있는 청혼'

 

 

하지만,

내가 이 드라마를 선정한 이유 중에

가장 큰 것은

우선,

이 드라마는 많은 배우를 배출했다.

 

또 제목과는 달리

흥행에도 성공한 걸로 안다.

 

이 드라마에 대한 지식은 별로 없지만,

뭐 제목만 봐도 요리와 관련되었으리라는 것은

미루어 짐작할 수 있고,

 

얼핏 얼핏 들은 바로는 그게 중국 요리라는 것이다.

 

음.

난 중국 요리를 좋아한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내가 좋아하는 건

 

삼선 짬뽕이다.ㅋㅋ

그리고 팔보채이다.

 

그게 전부이다.

 

어떻든 내가 좋아하는 게

해산물인데,

 

중국 요리는 해산물을 많이 사용하기에

좋아하는 것이다.

 

드라마를 보면서 정말 침을 많이 흘렸다.

재미나 완성도는 관두고라도

요리를 구경하는 재미만 해도 상당하다.

 

그것도 중국 요리라니...

 

중국요리는 기름을 많이 사용하고

느끼하다.

 

그럼에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건

역시

양식이나 한식 혹은 일식이 아니라

그나마 중식이기에

더욱 흥미롭게 보면서

텅빈 위를 움켜쥐곤 했다.

 

하지만,

드라마로 돌아가보자.

 

여기에 두 남자가 있다.

포청천도 아니고, 요리 비법 전수를 둘러싼

형제와도 같은 친구 사이의 은원이

몇십해를 두고 이어진다.

 

그리고 그건 자식들에게로 이어진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자와,

겉보기엔 실패한 자로

간단하게 나눌 수도 있지만,

 

그러나

그건 외형적인 것이고,

 

한 사람은 말하자면

세속적인 성공을 거둔 것이고,

물질적인 성공을 거둔 것이다.

 

대개 세속적이고 물질적인 성공을 거두려면

그에 걸맞는 인간성이 따라줘야 한다.

 

세상사적인 관점에서의 성공에 대한 야심과 욕망이 강하며,

그를 위해 못할 짓이 없는 사람들이

대개는 성공을 거둔다.

 

물론, 다 그런 건 아니지만 말이다.

 

그런 사람들의 마인드는 참으로 단순하기에

그들은 성공할 수가 있다.

 

반면에,

그 반대편에 있는 또 다른 남자는

도저히 그런 세속적인 성공은 거둘 수 없는 가치관을

애초에 지니고 있다.

 

그는 장인 정신을 가지고 있다.

 

생각해보라!

장인 정신을 가지고 자장면을 만든다고~!

 

어떻게 성공할 수가 있냔 말이다.

 

하지만 그는 자기의 길을 세상과는 무관하게 꿋꿋하게 간다.

 

물론 그런 사람들에겐 언제나 시련이 따른다.

그리고 그들은 고집스럽게 자기의 가치관에 따라서만

움직이기에 사회적으론 약자이다.

 

하지만 좋은 점도 있다.

 

초연하고, 어떠한 역경에도 별로 놀라거나 당황하거나 좌절하지 않는다.

 

욕심이 없으니까

아무것도 잃을 게 없고, 잃을 게 없으니 두려울 것도 없다.

 

그리하여,

드라마는

 

그 두 남자의 집안과, 그들의 사업체를 둘러싸고

여러 인간군상들이 이합집산을 벌이며

끝없는 요리 대결을 벌이고 또 벌이다 끝난다.

 

그 와중에 사랑 얘기도 있고,

젊은이들의 꿈과 야망도 있으며,

 

젊은이들의 꿈과 야망은,

그것이 비열하고 남을 짓밟아 얻어내는 것이 아닌한

늘 아름답게 그려진다.

 

또한

젊은이들이 힘을 뭉쳐서

돈과 권력을 지닌 기득권 세력에게

오로지 열정과 재능 하나 믿고 맞서서 자신들의 꿈과 희망이 담긴

작은 가게 하나를 지켜내려는 건

줄리엣의 남자와 비슷하다.

 

그런데,

 

문제는 캐스팅이다.

대체 왜 주인공을 정준으로 한 것일까?

 

그는 우선

분위기나 말투가 고딩의 그것에서 벗어나질 못했다.

아니 벗어나기 힘든 사람이다.

 

그래서 어릴 땐 귀여웠지만,

성인 연기는 그에게 벅차다.

 

용모나, 체형, 억양 등등에 아직도 배여 있는

그 고딩스러움이

도무지가 그 역에 맞지를 않기 때문이다

 

그는 연기를 할 수가 없다.

 

그 캐릭터를 위해 뭔가를 창출해야하는데

애초에 그게 불가능하단 말이다.

 

그래서

그만, 그 고딩스런 말투로 어른 흉내를 내려는 어린아이처럼

안쓰럽다.

 

그 바람에,

 

손예진과의 사랑 얘기도 영 어설프기 짝이 없다.

 

차라리

정준이 손예진을 짝사랑하는 걸로 설정했다면 또 모르겠다.

 

손예진은 매우 아름답고, 여성적인 이미지이고,

게다가 청순한 느낌을 풍기지만 잘 보면 은근히 관능적인 얼굴이다.

 

그런 손예진과 정준 커플은

외모나 분위기에서 벌써 아니올시다가 되는 것이다.

 

작품의 큰 줄기인 그 사랑얘기가 공감대를 얻지 못하니

남은 건

그저 요리 대결 뿐이다.

 

그게 너무 반복되서 좀 지겹다.

 

흩어졌던 힘이 효동각이라는 장소에 집결되서

에너지를 발산하기 시작하는 과정도

지루했지만

 

그 이후엔 짧은 카타르시스를 주었을 뿐

이윽고는

질리기 시작한다.

 

질리기 시작할 무렵

 

권상우라는 배역이 나타난다.

 

헉;;;

 

권상우를 차라리

정준 역에 썼다면 좋았을걸..

 

그는 의외로

거기서 제일 눈에 뜨인다.

 

물론 권상우니까 그러는 거 아니냐고 할 수도 있지만

그건 아니다.

 

왜냐면

소지섭은 영 아니니까.

 

그가 연기를 못하는데다가

엉성한 캐릭터를 맡은 건 첨 봤다.

 

우연히도 내가 최근에 택한 드라마가

모두 그가 나온다.

 

난 사실 소지섭을 좋아하진 않는다.

하지만 싫어할 이유도 없다.

 

내가 좋아할 수 있는 이유가 있는 배우이다.

그러나

동시에 내가 굉장히 혐오스럽게 느낄만한

용모를 지니고 있다.

 

그런데

그는 맛있는 청혼에선 후자에 속한다.

살이 찌고, 어정쩡한 캐릭터에,

연기도 어색하다.

 

물론

그건 소지섭의 초기 작품이니 그럴수도 있겠다.

권상우라고 연기를 잘 하는 건 아니니까.

 

그럼에도

차라리 권상우와 지성이 제일 자연스럽고 편안하다.

 

정준은

아역 출신 배우들이

그 이미지를 벗기 위해 몸부림치다가

성공하거나 실패하거나의

극단적인 선택을 해야하는데,

 

만약 그가 사랑 얘기에 연루되지 않고,

그저 발랄하고 밝고, 무대뽀로 중국집을 지키겠다고

나서는 인물을 연기했다면

차라리 나았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아름다운 여자와의 로맨스나,

반항적인 젊은이에서 차츰 성숙해져가는 남자의 역을 하기엔

심히 역량이 딸린다.

 

그런 점에서 줄리엣의 남자에서의 차태현과 역시 비교가 된다.

 

스타는 괜히 나오는 게 아님을 절감한다.

차태현도 악동의 이미지가 강하지만,

그는 줄리엣의 남자에서 장기풍이라는 캐릭터를

훌륭하게 완성시키기 때문이다.

 

아무튼,

 

손예진이라는 배우를 발굴한 작품으로 알고 있는데,

 

과연 아름답다.

 

또한

지성이니, 소지섭이니, 권상우니

하는 지금은 잘 나가는 배우들의 초기 모습을 볼 수가 있다는 점에서

재미 있다.

 

하지만

그게 전부다.

 

괜찮은 드라마는 대개 두 번 정도 보게 되는데,

 

이 드라마는 절대로 두번 보고 싶은 마음을 들지 않는다.

 

이제 뭘 보면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