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놀로그
솔로몬 가족은 외계인& 세친구 본문
난 시트콤을 싫어한다.
시트콤이 유발하는 억지 웃음도 싫지만,
특히나 웃음소리를 넣을 때,
그 어색함이 너무 싫다.
시트콤의 중심 인물은 대개가
일상 속에선 정말 때려주고 싶은 인간상을
희화적으로 그려서
혐오감보단 동질감을 느끼게 하고,
그래서 그것으로 인해 웃음을 자아내는 수법을 쓴다.
사실, 시트콤에서 보여주는 인물들은
어찌 보면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가장 비열하고 야비한, 그러나 어쩔 수 없이
인간적이기도 한 약점일수도 있다.
그래서
그것을 희화적으로 표현한 것을 보면서
거기서 자기의 모습을 발견하고
웃게 되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유명 시트콤엔 대개가
어찌 보면 진짜 얄밉고 재수없는,
그러나 막상 드라마상으론
가장 인기 있는 인물이 한 명 이상 꼭 있다.
예를 들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순풍 산부인과'가 그랬다.
잘생긴 배우 박영규씨는
거기서 흔히 말하는 연기 변신을 해서
일약 이름을 떨친다.
그가 연기한 인물은,
일상 속에서 만난다면 욕나올 것 같은 인간이다.
하지만
그걸 그렇게 노골적으로 드러내놓고
우리에게 보여주면
그저 웃음이 나올 뿐이다.
그러나 미안하지만
난 웃음이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난 순풍을 싫어했고,
거의 보지 않았다.
사람들이 좋아한
미달이도 그랬다.
미달이 아빠 박영규씨와 쌍벽을 이루며
순풍 열풍의 중심이었던
그 어린아이는..
그러나
단순히 웃어 넘기기엔
좀 그렇지 않은가?
웃자고 만든 시트콤을 보고
뭘 그렇게 따지냐고 하겠지만,
따지는 게 아니라
난 웃음이 나오기보단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싸가지 없는 미달이 아빠나,
되바라진 미달이 같은 아이는
날 화나게 하기 때문이다.
그렇듯,
시트콤에서 웃음을 유발하는 장치들이
내겐 오히려 스트레스가 되니
자연
시트콤을 즐길 수가 없다.
그러나
그래도 유일하게
재밌다고 여긴 시트콤이
바로 세친구인데...
자,
세친구도 잘 보면
어지간히 사람 열받게 하는 인간들이 나온다.
우선,
그 중심이 되는 세 남자 말인데,
정웅인,
그는
주변 여자들이 자기를 사랑하고 있음에도,
전혀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명색이 정신과 의사라는 인간이
왜 그리 둔한가~!
박상면,
그는 그의 말대로 왜 그리 사람 우울하게 하는가~!
윤다훈,
그는 미달이 아빠 빰치게 얄밉다.
아니
미달이 아빠는 그래도
좀 순진한 편이다.
윤다훈은 얄미울 뿐 아니라
인간성 자체가 바닥이다.
특히
웃음을 유발하는 가장 좋은 장치인
바보스러움을 박상면을 통해 보여주는데,
박상면이 맡은 역은
순수하고 호인이지만
무능하고 세태에 어둡다.
그런 그를 이용해서 웃음을 유발하려니
그를 너무나 지독한 바보로 만들거나,
너무 많은 곤욕을 치루게 한다.
미달이네에 비해선
그래도 제법 센스있지만,
그래도
가끔은 박상면이 당하는 황당한 시츄에이션들이
재미있기보단
부담스럽다.
그는 너무 많이 혹사당하고
너무 많이 희생당하는 캐릭터이다.
그래서
난 그를 보면
웃음이 나오기보단
역시 스트레스를 받는데,
그건 그에게 너무 많은 시련을 주기 때문이다.
한 캐릭터를 그렇게까지 처절하게 망가뜨리면서까지
웃음을 유발하려고 기를 쓰는 건 좀 그렇다.
반면에
윤다훈은 어떤가~!
그는
'작업 들어간다'
라는 유행어를
단지 유행어가 아니라
거의 동사로 만들어서
국어 사전에 넣어야할 정도로
시대를 초월한 언어를 창조했다.
또한 잘생기긴 했지만
이렇다할 개성이 없어서
주변을 맴돌던 윤다훈을 일약
톱스타로 만들어줄 만큼
그가 맡은 역은 대히트를 쳤다.
그런데
난 좀 이해가 안가는게
대체 왜 사람들은
미달이 아빠나, 윤다훈같은
때려주고 싶은 인간상들을 좋아하는걸까?
그들에겐 그 인물들에게 공감하는 뭔가가 있나?
세친구에서 내가 제일 마음에 부담을 가지지 않고
편하게 볼 수 있었던 인물은
정웅인이나, 그의 동생역인 이의정, 혹은
거기서 건진 대어라고 할 수 있는
이동건이다.
물론
윤다훈이나 박상면도 좋다.
그들이 하모니를 이루며 만들어내는 해프닝들이
재미있긴하다.
하지만
그들은 이상하게
날 불편하게 한다.
그러고보면
난 역시 시트콤을 즐기기엔 너무 신경질적인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역시
내가 최고로 치는 시트콤은 '세친구'이며,
사실 방영할 땐 보지 않았고,
후에 케이블에서 재방해주는 걸
간간히 보면서
즐거워했었다.
그리고
나머지
외국 시트콤 중에서 역시 제일 좋아하는 게
바로
'솔로몬 가족은 외계인3rd Rock From the Sun'이다.
이걸 본 게 언젠진 모르겠으나
우연히 채널을 돌리다 잠시 내 시선을 머무르게 한 이유는,
그것이 시트콤일 경우 가차없이 돌아가건만,
그 대사들이 너무 특이해서였다.
그리고
곧바로 솔로몬의 매니아가 되버렸다.
오래 전엔
그것들은 녹화해서 보고 또 보고 했었다.
그러나
차츰 질려버렸는데
역시 횟수가 길어지면서
너무 식상한 성적인 농담이 난무하는게
지겨워진 것이다.
세친구와 솔로몬의 공통점이라면,
성인 시트콤이라는 점과,
노골적인 성적인 암시가 들어있다는 점,
그리고
개성 있는 캐릭터들일 것이다.
세친구는
서로 전혀 다른 세 친구가,
대체 어떻게해서
친구가 될 수 있었는지 이해가 안가는
그런 세친구가 벌이는 해프닝을 담고 있다.
그래서 그들이 내뿜는 불혐화음이
재미있기도 하고
조금 스트레스를 주기도 한다.
반면에
솔로몬은 외계인 같은 경우
슬랩스틱 코미디라기 보단
주로 재치있는 대사로
극을 이끈다.
캐릭터들도 재미있고,
주인공들이 외계인이라는 발상도
신선하지만,
가장 내 마음을 끈 것이
바로 그 대사들이니까.
논스톱이란 시트콤도 기억한다.
스타의 등용문이라고 할 정도로
거기를 거치면
대개는 대스타가 되었다.
내가 본 건
바로 조인성과 박경림이 커플로 나오는 편인데
논스톱 2인지 3인지 아니면 1인진 모르겠다.
여하튼
당시에
장나라니 뭐 그런 당시만 해도 신인이었던
스타들이 나왔던 것 같다.
지금도 기억나는 건 단 하나이다.
조인성의 미치게 어색한 연기..ㅠㅠ
난 아무리 시트콤이라지만
저렇게 연기를 못할수가..
라고 입을 딱 벌렸던 것이다.
게다가 너무 이상하게 생겨서
놀랐는데,
더 놀라운 건
그럼에도
그 시트콤으로 조인성이 뜨고
이어서 꽃미남 소리 들으며
스타가 되고
이후로도 승승장구해서
지금은 톱스타가 되었다는 점이다.
인생은 놀라워라~~
세친구는 모조리 다운받아 소장하고 있으며,
오늘 문득 생각난 솔로몬도
다운받아 소장하고 틈틈이 다시 볼 생각이다.
요즘은
이상하게
옛날 작품들을 보고 싶어한다.
그것도
21세기 이전의 것들을..
아마
내 생애 가장 행복했던 건
역시 90년대였나보다.
포청천 시리즈를 완주한 후에
다시 내가 서성대는 곳이
옛날 시트콤으로 뻗치는 것을 보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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