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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수 없는 집..가기 싫은 집..그러나

모놀로그 2010. 10. 15. 02:01

그는 내가 몰래

자기 집을 엿보리라고 생각하고 있겠지?

 

하긴,

전엔 그랬다.

 

나온 후에도

거의 매일 갔었다.

 

그러나,

정말,

정말

진짜로 떠난 후엔

가지 않았다.

 

아니

가지 못했다.

 

만일

내 흔적이 남아 있다면

갔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그의 집에 다신 가지 못한 이유는,

거기에

이제 난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불구대천의 원수라고 스스로 다짐하며

절대로 용서할 수 없다고

주입시키며,

 

가끔 그것을 잊어버리고

나도 모르게

그리워하고, 잘되길 바라고, 염려까지 할 때마다

 

미친뇬~!!

그 인간은 너의 철천지 웬수여~

 

 

라고 화를 내면서...

 

그러나

난 얼마나 자주 그것을 잊는가~!

 

시간이 참 많이 흘렀다.

아니..

그런 것 같다.

 

실은 별로 그렇지도 않다.

 

이제 몇 개월 흘렀을 뿐이다.

시간은 중요하지 않다.

 

난 그 집에 갈 수가 없고,

가기도 싫고,

가는 게 두렵다.

 

정말이지

신기할 정도로 눈꼽만치도 그 집에 가기 싫다.

근처에도 가기 싫다.

 

만일 그가 그것을 안다면

놀랄 것이다.

 

하긴..

나를 잊었겠지만서두..

 

하여튼

난 오늘 처음 알았다.

 

사진이 바뀌었다.

 

그리고

그 바뀐 사진은

놀랍다.

 

일년..

그래 겨우 일 년이 조금 더 지났을 뿐인데..

 

우리 둘 다 너무 변했구나.

 

그는 좀더 세속적인 느낌을 준다.

이젠

뭔지 모르게

세상과 동떨어진 듯

비현실적이고 몽환적인 느낌이 없다.

 

그건 그만치

그가 그 세계에 적응해가고 있음이리라.

 

만일..

만일...

 

내가 지금에 이르러서

그를 보았다면,

 

그 사진을 보았다면

절대로

난 그에게 가지 않았을리라.

 

그 때, 그 시간, 그 순간, 몇시, 몇분, 그리고 몇초가

얼마나 많은걸

결정짓는지 안다면

우린 사는 게 정말 두려울 것이다.

 

지금의 그는,

그때의 그가 아니다.

 

아마 실제로도 그러할 것이다.

 

불과 일 년 사이에

그는 너무 많은 상처를 받았고,

 

그 상처는 그를 변질시켰고,

이제 그는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고,

아무에게도 마음을 주지 않겠지.

 

그 누구에게도 의지하지 않겠지.

 

그저 다른 인간들과 똑같아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걸

이젠 깨달았겠지.

그래서

 

그런 마인드의 변화가

그 얼굴에 반영된 거겠지.

 

그때 그 사진이 내게 준

가벼운 충격,

어디선가 내게로 되돌아온 듯한 그리운 사람을

만나려고 나도 모르게

걸어들어간 그의 집,

 

그리고

그 집에서

보낸 시간들..

 

다투고, 화해하고, 또 다투고, 또 화해하면서

세월을 쌓아가고,

관계를 이어가고,

 

그러면서도

언제든 헤어질 수 있는

불안정한 사이..

 

그래도 그는 믿었을 것이다.

절대로

내가 자기를 떠나진 않을 거라고.

 

아니

떠날까봐 두려웠을 것이다.

 

그는 숱하게 버림받았지만,

 

난 그렇게 매몰차게 버리진 않을 거라고 믿었을 것이다.

 

하지만

거기까지이다.

 

그건 그의 생각일 뿐이다.

 

그는

내 생각은 안할 테니까.

왜 내가 그래야했는지,

 

그 이후로 내가 어떻게 되었는지

내가 처연하게 돌아서야했던

이유는

생각도 안해봤을테니까.

 

난 오늘

그 사진을 보고

나도 모르게

이끌리듯

그의 집으로 들어갔다.

 

두려움에 떨면서,

웬지 모르게

가선 안될 집을

남몰래 들여다보는

관음증 환자같은 심정으로..

 

하지만

곧바로 도망쳤다.

 

모든 게

끝났다.

 

이별은 짧고

그리움은 길고,

망각은 가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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