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놀로그
갈 수 없는 집..가기 싫은 집..그러나 본문
그는 내가 몰래
자기 집을 엿보리라고 생각하고 있겠지?
하긴,
전엔 그랬다.
나온 후에도
거의 매일 갔었다.
그러나,
정말,
정말
진짜로 떠난 후엔
가지 않았다.
아니
가지 못했다.
만일
내 흔적이 남아 있다면
갔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그의 집에 다신 가지 못한 이유는,
거기에
이제 난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불구대천의 원수라고 스스로 다짐하며
절대로 용서할 수 없다고
주입시키며,
가끔 그것을 잊어버리고
나도 모르게
그리워하고, 잘되길 바라고, 염려까지 할 때마다
미친뇬~!!
그 인간은 너의 철천지 웬수여~
라고 화를 내면서...
그러나
난 얼마나 자주 그것을 잊는가~!
시간이 참 많이 흘렀다.
아니..
그런 것 같다.
실은 별로 그렇지도 않다.
이제 몇 개월 흘렀을 뿐이다.
시간은 중요하지 않다.
난 그 집에 갈 수가 없고,
가기도 싫고,
가는 게 두렵다.
정말이지
신기할 정도로 눈꼽만치도 그 집에 가기 싫다.
근처에도 가기 싫다.
만일 그가 그것을 안다면
놀랄 것이다.
하긴..
나를 잊었겠지만서두..
하여튼
난 오늘 처음 알았다.
사진이 바뀌었다.
그리고
그 바뀐 사진은
놀랍다.
일년..
그래 겨우 일 년이 조금 더 지났을 뿐인데..
우리 둘 다 너무 변했구나.
그는 좀더 세속적인 느낌을 준다.
이젠
뭔지 모르게
세상과 동떨어진 듯
비현실적이고 몽환적인 느낌이 없다.
그건 그만치
그가 그 세계에 적응해가고 있음이리라.
만일..
만일...
내가 지금에 이르러서
그를 보았다면,
그 사진을 보았다면
절대로
난 그에게 가지 않았을리라.
그 때, 그 시간, 그 순간, 몇시, 몇분, 그리고 몇초가
얼마나 많은걸
결정짓는지 안다면
우린 사는 게 정말 두려울 것이다.
지금의 그는,
그때의 그가 아니다.
아마 실제로도 그러할 것이다.
불과 일 년 사이에
그는 너무 많은 상처를 받았고,
그 상처는 그를 변질시켰고,
이제 그는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고,
아무에게도 마음을 주지 않겠지.
그 누구에게도 의지하지 않겠지.
그저 다른 인간들과 똑같아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걸
이젠 깨달았겠지.
그래서
그런 마인드의 변화가
그 얼굴에 반영된 거겠지.
그때 그 사진이 내게 준
가벼운 충격,
어디선가 내게로 되돌아온 듯한 그리운 사람을
만나려고 나도 모르게
걸어들어간 그의 집,
그리고
그 집에서
보낸 시간들..
다투고, 화해하고, 또 다투고, 또 화해하면서
세월을 쌓아가고,
관계를 이어가고,
그러면서도
언제든 헤어질 수 있는
불안정한 사이..
그래도 그는 믿었을 것이다.
절대로
내가 자기를 떠나진 않을 거라고.
아니
떠날까봐 두려웠을 것이다.
그는 숱하게 버림받았지만,
난 그렇게 매몰차게 버리진 않을 거라고 믿었을 것이다.
하지만
거기까지이다.
그건 그의 생각일 뿐이다.
그는
내 생각은 안할 테니까.
왜 내가 그래야했는지,
그 이후로 내가 어떻게 되었는지
내가 처연하게 돌아서야했던
이유는
생각도 안해봤을테니까.
난 오늘
그 사진을 보고
나도 모르게
이끌리듯
그의 집으로 들어갔다.
두려움에 떨면서,
웬지 모르게
가선 안될 집을
남몰래 들여다보는
관음증 환자같은 심정으로..
하지만
곧바로 도망쳤다.
모든 게
끝났다.
이별은 짧고
그리움은 길고,
망각은 가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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