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놀로그
밤공기 본문
적어도 밤이면
가을 같다.
작년 가을을 떠올린다.
바로 엊그제같다.
그 며칠 사이에
인생이 통째로 뒤바뀐 것 같다.
주변에서 더없이 소중하다고 생각했던
존재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아니
그냥 사라진 게 아니라
돌이킬 수 없는 데미지를 입히고 사라졌다.
불과 며칠 전에
가을의 밤공기에 홀려서
뛰쳐나가곤했는데,
그 사이에 겨울, 봄, 그리고 지치게 길었던 여름이 있었단 말인가?
그리고
그 기나긴 계절과 계절 사이의 구멍에
난 그토록 소중한 것들을
빠트리며
살아왔는데,
그런데
그게 며칠 전으로 느껴진단 말인가?
어째서
난 작년 이맘때가
며칠 전으로 여겨지는걸까?
그 사이에
내가 변하고,
내가 살던 공기가 변하고,
나의 웃음소리가 변하고,
내 눈물이 변하고,
내 마음이 변햇는데..
아니
너무나 그리운 존재들이
한꺼번에
사라져서
다신 만날 길이 없는데..
난 아직도 그들이 그리워서
여기저기 둘러보지만
그들은 비정하게도
가버렷는데
그런데
작년 가을이
며칠 전 같다고?
하여튼
밤엔 그래도 가을 같다.
그런데
난 조금도 행복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