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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공기

모놀로그 2010. 9. 8. 00:19

적어도 밤이면

가을 같다.

 

작년 가을을 떠올린다.

바로 엊그제같다.

 

그 며칠 사이에

인생이 통째로 뒤바뀐 것 같다.

 

주변에서 더없이 소중하다고 생각했던

존재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아니

그냥 사라진 게 아니라

돌이킬 수 없는 데미지를 입히고 사라졌다.

 

불과 며칠 전에

가을의 밤공기에 홀려서

뛰쳐나가곤했는데,

 

그 사이에 겨울, 봄, 그리고 지치게 길었던 여름이 있었단 말인가?

 

그리고

 

그 기나긴 계절과 계절 사이의 구멍에

난 그토록 소중한 것들을

빠트리며

살아왔는데,

 

그런데

그게 며칠 전으로 느껴진단 말인가?

 

어째서

 

난 작년 이맘때가

며칠 전으로 여겨지는걸까?

 

그 사이에

 

내가 변하고,

내가 살던 공기가 변하고,

 

나의 웃음소리가 변하고,

 

내 눈물이 변하고,

 

내 마음이 변햇는데..

 

아니

 

너무나 그리운 존재들이

한꺼번에

사라져서

다신 만날 길이 없는데..

 

난 아직도 그들이 그리워서

 

여기저기 둘러보지만

그들은 비정하게도

 

가버렷는데

 

그런데

작년 가을이

며칠 전 같다고?

 

하여튼

 

밤엔 그래도 가을 같다.

 

그런데

 

난 조금도 행복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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