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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골동양과자점앤티크-유괴범과 진혁의 집 본문
이 장면을 볼 때마다
난 참...
뭐라고 말할 수 없는 묘한 느낌을 받는다.
방황에 방황을 거듭하고,
자살까지 감행하며
고통에 몸부림치던 진혁은
마침내
자신의 과거를 없었던 일로 치고
살아가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분명히 일어난 일인데,
그걸 부정해봐야
없었던 일이 되는가?
그로 인해 정상적인 남자로 사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더더욱 말이다.
그는 자신이 아무 문제 없다는 걸 스스로 증명하듯이
여자들에게 집착한다.
어린 시절,
어쩌면 자기가 몹쓸 짓을 당했을지도 모른다는
강박관념이 내재한 만큼,
그래서
남자와의 접촉에 혐오감을 느낄수록
그는 더더욱
여자들과의 관계에 집착하는 것이다.
그러나
번번히 여자들에게 채이면서,
그 이유란 것이 하나같이
'너랑 있는 게 지긋지긋해~'
라니~!!
너 뭔가 좀 이상해.
멀쩡해 보이고,
부잣집 아들에 나무랄 데 없는데
같이 있는게 너무 공허해.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거니?
왜 그렇게 부자연스럽니?
왜 늘 쫓기는 사람처럼
그러고 사니?
이러면서 채인다.
결국 진혁은
차라리
그 무시무시한 기억과 정면대결하여
어떻게든 해결을 보는 것만이
마지막 보루라고 깨닫고,
그 계기가 되어준 것이
바로
앤티크...
황량하니
간판이 내려진 낡은 가게..
어느 이름모를 동네 구석에 처박힌
자그만 가게..
그는 마치 어린애가
마지막 구원의 밧줄을 움켜쥐듯
앤티크의 창에 매달린다.
그리고
기어이 개점을 하고,
그의 말에 따르자면,
작은 가게여야 하고,
밤늦게까지 해야하고,
최고의 케잌을 만들어야하며....
그래서
손님들이 한눈에 들어와야하고,
단 한 사람
늦은 시간일지라도 어딘가에 깨어있을 단 한 사람을 위해
밤늦게까지 문을 열어두고,
케잌에 일가견이 있다는 것만 기억나기에
케잌광인 그 사람이
앤티크의 명성을 듣고 한번은 찾아오리라는
막연한 기대를 안고
시작한
그의 마지막 프로젝트~!!
껄렁하고 까칠하고 신경질적이고
쾌활하기까지 한
그를 보면
누가 저런 깊은 생각을 품고 있다고
생각이나 했으랴?
기범도 선우도
케잌이라면 치를 떠는 그가
왜 케잌점을 굳이 차렸는지 이해를 못하는 것이다.
그는
손님들이 대개 여자자나~
라고 예의 능청을 떨지만...
진혁이란 인물의 매력이
바로 저렇게
깊은 속이 아닐까 싶다.
그가 홀로 집에 앉아서 와인을 마실 때의
얼굴을 보면
과연 앤티크에서의 그 수선스런 사장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그러나..
아무리 기다려도
아무런 진전이 없다.
시간만 흐를 뿐..
범인 비슷한 사람도 없다.
단 한 사람..
수상쩍은 인물이 있긴 했다.
케잌에 대한 일가견이 대단한
그의 말에 따르자면
케잌변태~!!
그러나..
너무 젊다.
비록 기억엔 없지만
저렇게 젊을 리가 없다.
불과 9세의 나이에
벌써 나이 지긋한 할아버지였다는 건
어렴풋이 기억하는
그로선
그 케잌 변태가
설마 그 인간은 아닌 것 같아 실망이다.
그런데 말이다.
실은
앤티크를 중심으로
주요 등장인물들은
이미 하나 둘 씩 모여들고 있었던 것이다.
비록 그 유괴범은 직접 모습을 드러내지 않지만
(그건 아마도 어린 진혁이 입힌 상처 때문에 거동이 불편한 탓일지도..)
그 남자와 함께 사는 여자가 제일 먼저
앤티크의 단골이 되는 것이다.
또한
그 유괴 사건을 캐다캐다보니
결국 케잌 박사가 되버린
전직 형사가
앤티크의 단골이 된다.
그리고
바로 저 장면~!!
그렇다.
그 의사가 살고 있는 집에서
내려다보이는
진혁의 집~!!
그는 언제나 저렇게
창밖으로
자신으로 인해
한참 좋은 시절을 고통 속에 보내야 했던
진혁이 살고 있는 집을 내려다보며,
그의 가게에서 사온 케잌을 먹으며
여전히 이뤄지지 않는 꿈속에서
몽롱하게 살고 있었던 것이다.
인생의 모든 해답은 어쩌면 저렇듯
바로 눈 앞에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린 아무것도 모른다.
생각하면 무섭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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