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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지훈/궁

궁 9부- 신군과 효린의 불륜??

모놀로그 2011. 2. 6. 00:24

궁은
주시청자층이 여자....

그것도 이미 결혼한 여자들이었다.

참 신기한 일이지만
의외로 그랬다.

그래선가,
가끔 나로선 이해할 수 없는 잣대를
신군에게 들이대곤 하였다.

예를 들어,
태국행인데...

채경의 전화를 악착같이 받지 않는거며,
자신도 전화를 끝내 걸어주지 않는 것이며,
아니 애초에 태국에 혼자 가버린 거며,

특히 거기서 효린을 만난 것에 대한
비난이 무지하게 쏟아졌다.

거기까진 그래도 이해를 한다쳐도
나를 제일 놀라게 한 말이
다름 아닌 신군이 태국에서 한 짓은
불륜이라고 일컫는 것이었다.

난 잠시 어안이 벙벙했었다.
불륜이라니?


신군은 엊그제까지 여친을 가진 고딩이었다.

그것이 황태자라는 이유로
하루 아침에
별로 원치도 않는,
잘 알지도 못하는 여자애의 남편이 된다.

무늬는 유부남이지만,
그의 정신 세계까지 그러할까?

실제적으로 합방을 치루지도 않은
형식적 혼인의 주체인 신군이
연애해서 결혼한 것도 아니요,
매일 잠자리를 함께 하는 부부 사이도 아닌데,
게다가 아직 고딩인데,
유부남다운 정신 세계가 내부에 자리잡았을 리 없다.

물론
자신이 결혼한 몸이라는 걸 알고
그때부터
효린과는 선을 분명하게 긋고
가능하면
그냥 평범한 친구로 대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그들도 엄연히 어떤 관계를 맺고 있었다.
단순한 인간 관계가 아닌
어떤 종류의 감정을 공유한 연인 비스무리한 관계였다면
한쪽이 갑자기 결혼해버림으로써
흐지부지 끝내버리기보단
확실하게 마무리를 해주는 편이
그녀와 함께 한 2년 간의 세월과
한때 좋아한 여친에 대한 옳바른 자세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게다가 외국에서
약속을 하고 만난 것도 아니요,
단단히 결심을 한
여자 쪽에서 작정하고 들이대는데,

얼마 전까진 정말 좋아했던
유일한 여친이었던 효린이
눈물콧물 짜면서
우는 소리하는데,

공항까지 바래다달라는 청을 뿌리칠 만큼 신군은 매몰찬 인간이 못된다.
아니, 그걸 뿌리치면 오히려 나쁜 놈이다.
적어도 효린의 흑심을 모르는 상태에서의 신군 입장만
고려할 때 그렇다는 것이다.

(신군은 효린이 무슨 수를 써서든 그를 되찾겠다고
단단히 결심하고 있다는 사실을 꿈에도 몰랐으니....)

효린도 바보는 아니다.
신군이 어떤 인물인지도 잘 안다.
그래서 단지 공항까지 바래다달라는
어찌 보면
동정심을 불러 일으킬만한 소박한 부탁을 하는 것으로
신군의 마음을 흔든다.

같이 데이트를 하자는 것도 아니요,
같이 하룻밤 지내자는 것도 아니요,
그저 공항까지 데려다달라고 했을 뿐인 것이다.

(아무리 그래도 공식 일정 수행 중인 황태자에게
그런 요구를 하다니...
오히려 비난받아야할 사람은 효린이다.
신군이야 멋모르고 당한 상황이지만
효린은 작정하고 행동한거니까.)


신군이 효린의 청을 거절하지 못한 것은,
그의 마음이 약한 탓도 있지만,

효린 말대로
비밀 여친 노릇만 하다가
하루 아침에 남남이 되버린 한때 좋아한 여자에 대한
애틋함과 미안함,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효린에게 마지막 선물을 해주자는 결심이었다.

그렇다~!

그에겐 효린을 공항까지 바래다주는 것은,
한번도 제대로 여친인 적이 없었다는 효린에 대한
자기 나름의 옛여친에 대한 배려요,
이별 선물이었던 것이다.
한번도 제대로 남친 노릇을 해주지 못한 것을
한꺼번에 갚아주려는 마음도 있었을 것이다.
또한 더이상 남친일 수 없는 자신의 처지를 감안하기도 하였을 것이고,


한번도 그렇게 자유롭게
데이트를 해본 적이 없이
비밀 커플로 2년을 지내온
그들의 관계에 대한
안쓰러움 때문이었을 것이다.

또한 외국이었고,
그는 뭐니해도 아직 어린 19세의 남자아이이며,
지루한 외국 공식 방문 일정에 지쳐 있었기 때문에
그런 일탈이 즐거운 마음도 없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공항까지 가는 길에
데이트 비스무리한 것도 하지만,

(아마 한번도 제대로 해주지 못한 남친 노릇을 해보겠다는,
말하자면 한번도 제대로 네 여자친구였던 적이 없었다는
효린의 항변이 낳은 행동일 것이다.  기왕 마지막 선물을 하는 바에야
그동안 못해준 거 한꺼번에 다 해주자는...
완벽한 이별 선물이라고나 할까~)

그러다가 우찌우찌해서 모텔까지 들어가는
돌발 상황도 벌어지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예기치 못한 사건이니
패쓰한다.


하여튼,

태국에서의 그들의 만남을 불륜이니 뭐니 하며
펄펄 뛰는 유부녀들은,

전에도 언급했듯이
채경의 자리에 자신을 대입시켜서 그랬을 것이다.

그러나
착각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렇게 펄펄 뛴 유부녀들 그 누구도
신군과 채경 같은 결혼을 한 사람은 없을 테니까.

신군은 아직 유부남이라는 자각이 세포 속까지
침투할만큼
채경과 가까운 사이도 아니요, 깊은 사이도 아니며
둘이 손가락걸고 영원한 사랑을 맹세한 사이도 아니다.
몇 년씩 연애하다가 결혼한 사이도 아니다.

그는 아마 그 당시에
잠시 고딩 3학년 짜리 남학생으로 돌아갔었을 것이다.

황태자도 아니요, 유부남도 아닌
그냥 효린의 남친
이신으로...


그는 마치 공식 일정을 정확하게 해내는 황태자다운 마인드로
이번엔
효린의 남친 노릇을 마지막으로 해주는 것이다.


그러나.
신군이 누구인가~!!

그는
어떤 의미에선 참 무서운 사람이다.

겨우 19세 남자 아이가
징징대는 전 여친에게
자기가 해줄 수 있는, 그리고 그동안 해주지 못했던 것을
몰아서 해주는 마지막 선물을 안겨준 후에

다시 공식 일정을 행하기 위해
냉정하게 돌아서는 것이다.

일과 감정을 정확하게 나눌 수 있는 그 지독함에
난 혀를 내두른다.

또한
태후의 음모에 의해서
그들의 함께 있는 사진이
신문에 대문짝만하게 찍히는 수모를 당해도
그는 변명 한 마디 하지 않는다.

물론 성격 탓이기도 하겠지만
그건 옛여친에게 나름 예의를 다하기 위함일 것이다.

내가 신군을 좋아하는 여러 이유 중에
바로 그런 것도 들어간다.

철저하게 혼자인 인간은
절대로 자기 자신이 한 행동에 대해서
남에게 설명하지 않는 것이다.

그는
단 한번도
그들이 찍힌 사진의 내막에 대해서

또한
효린의 기습 뽀뽀에 대해서
변명하지 않는다.


난 그저 외국에서 만난 친구가 부탁하는 것을 거절할 수 없어서
공항까지 바래다줬을 뿐이야...
물론 공식 방문 중인 황태자로선 경솔한 행동이었지만,
그 순간만은 어쩔 수가 없었어.
잠시동안은 황태자 아닌
효린의 옛남친 이신으로 행동해야 했으니까.
그게 당시에 내가 해야할 일이었으니까.


그녀가 생각지도 않게
뽀뽀를 하더군.
그러니
그 사진도 눈에 보이는 것만이 진실은 아니야.


라는 설명 내지 변명을 그는
부모에게도 친구들에게도, 심지어는 채경에게도 하지 않는다.


그 일로 위기에 몰리고, 언론에 찢기고,
부모에게 혼나고,
채경이 상처를 받는 것을 보며 가슴 아파 하면서도
그는 효린에 대한 의리와 예의만은 지키는 것이다.

그래서,

후에
효린의 말,

니 사랑은 왜 그렇게 가볍니?
라던가,

골드 친구의

사람 마음을 가지고 노니 재밌니?
라는 야유와

넌 이기적이고 나쁜 놈이라고
주변에서 손가락질 당하는 신군이
더욱 안타깝다.

역시 그는 외로운 인간이다.

자신의 본질 내지는 진심을 알아봐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처럼
외로운 일이 또 있을까?

또한 그것을 남에게 알려줄 수 없는 것처럼
외로운 일이 또 있을까?

알려주지 않아도 알아봐주는 사람이 없다는 것처럼
쓸쓸한 일이 또 있을까?



난 결백한데
주변에선 손가락질하면서
죽일 놈 취급할 때,

그 앞에서 의연함을 유지하는 것처럼
외로운 일이 또 있을까?

하여튼
태국에서의 에피를
불륜이라고 펄펄 뛴 여자들은

채경과 율에 대해선 너그럽기 짝이 없다.
아니 그 정도가 아니라
율군의 사랑에 대해선
애틋해하며
눈물짓다못해

만인 앞에서 형수를 사랑한다고 고백했다고 해서
감탄하고 환호까지 지르는 판이니


나도 여자지만..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