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놀로그

궁-비궁마마란 호칭에 관한 의문 본문

주지훈/궁

궁-비궁마마란 호칭에 관한 의문

모놀로그 2011. 2. 1. 23:46

궁이 비록 보기 드물게 매력적인 작품이라하나
헛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긴 헛점이 없는 드라마나 영화가 어디 있겠느냐만...


여하튼
궁에서 거슬리는 점 중에 하나가

다름 아닌
비궁이라는 호칭이다.
대체 비궁이라는 묘한 호칭을 어떻게 생각해낸 것일까?
묘하다기보다 애초에 말도 안되는 호칭이다.

그부분에 대하여
작가나 피디가 별 고민을 하지 않은 것도
날 갸우뚱하게 만든다.
비인데 궁이라니...??
그게 말이 되냔 말이다.

 

신군은 평범한 왕자가 아니라 황태자이다.

그리고 채경은 황태자비인것이다.

따라서 비궁이라는 호칭은 당치도 않다.



작가는 조선 시대에 세자의 부인을 빈궁이라고 불렀던 것을
생각해내고
태자비를
비궁이라고 부르게끔 한 것이 아닌가 싶다.
그것 밖에는 비궁이라는 묘한 호칭을 생각해낸 이유를
달리 찾을 길이 없다.


그런데
그건 정말 잘못된 생각이다.

아니
애초에 거기에 대해선 깊은 생각 같은 건 하지 않은 것 같다.

 

 

궁에서는 왕실이 아니라 황실이며
왕족이 아니라 황족이며
왕이 아니라 황제이다.

즉 입헌 군주제라해도
일단 왕실보단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황실에서 출발하고 있는 것이다.

조선 시대는
비록 포장은 자주 독립 국가였을지 모르나
내막적으론
중국의 속국이었다.
오죽하면
전왕이 승하하면 곧바로 중국으로 사신을 보내서
새로운 왕의 즉위를 허락받기를 기다렸을까.

중국의 허락이 없으면
왕으로 인정을 받지 못하여
즉위를 하지 못할 지경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조선시대엔
군주를 왕이라 칭할 수 밖에 없었는데

그것은 이미 중국에 황제가 있었기에
그 한 단계 아래인
즉 황제가 임명한 수많은 왕 중의 하나일 뿐이라고
스스로 인정하고

왕이라 칭한 후에
그 왕을 전하라는 존칭으로 부른다.


우리나라 사극을 보면
왕은 주상전하라는 존칭으로 불리고 있다.

한편 왕의 부인인 왕후는 대개 중전이라 칭하는데
중전이라 함은
중궁전하의 약어이다.
다시 말해서
왕의 부인은 왕과 동급이었다.
왕이 전하이니 그의 부인도 전하인 것이다.

드라마 궁에서
황제에겐 폐하라 칭하나
그의 부인인 황후는
그냥 황후마마라 부르는데

엄밀하게 황후 폐하라고 해야할 것이다.

뭐 그건 그렇다 넘어가더라도

태자비를 비궁이라고 부르다니 얼마나 우스운가.
궁은 전보다 한 단계 아래의 품계인 것이다.

조선 시대에
세자의 아내를 빈궁이라 칭한 것은

당연히
세자가 전하가 아닌 저하로써
전하보다 한 단계 낮은 품계였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의 부인도 전이 아닌 궁이 될 수밖에 없었다.
왕비와 품계가 같을 순 없으니 말이다.

그런데
궁에선
독립된 입헌군주제로서
스스로 황실이라 부르고 황제라 칭하며 폐하라고 하고 있으니
후계자가 황태자가 되는 것이고
그 태자를 전하라고 부르는 것까진 맞다.

그런데 왜 그의 아내를 궁이라 칭하는가~!

조선 시대 왕의 부인이 중궁 전하였듯이
태자와 태자비는 서열이 같은 것이다.

그러니 비궁이 아니라
태자비 전하라고 불러야 맞지 않을까?

어디서 본 것은 있어서
얼결에 비궁이라 한 모양인데

엄연히 입헌군주제에 황실을 표방하면서
태자에겐 전하라 하고

그의 아내를 비궁이라고 한 단계 낮추다니
그런 법이 어디에 있단 말인가~!

드라마를 보는 내내
비궁이라는 말이 어찌나 거슬리던지...


사실 더 엄밀하게 말하자면
황제의 아들은 왕자가 아니라 황자이며
그의 딸은 황녀이다.

태자가 아닌 다른 황자는 당연히 왕으로 봉해져야 한다.
다행히 태자는 외아들이어서
왕으로 불릴 만한 다른 형제는 없었다.

친왕이라는 호칭을 거론하는 사람들도 있던데
친왕이란 일본식 황실의 호칭이 아니던가?

실제로
극중에서도
율을 공친왕에 봉작하는 것이 나오는데

난데 없이
독립된 대한민국 입헌군주제에서
왜 친왕이라는 일제 시대의 호칭을 사용하는가~!

이 또한 철저하지 못한 작가나 피디의 엉성한 실수가
아닐 수 없다.

게다가 한술 더 떠서
조선 시대에나 쓰이던

부원군이니 부부인 마님이니
하는 엉뚱한 존칭들...
참 난감하다.

조선시대와 입헌군주제의 존칭이
범벅이 된 묘한 공간이
궁의 배경이다.

엄밀하게
현대 입헌군주제는
공작이니 백작이니 봉작하는게 옳지만
우리나라는 봉건제도를 도입한 적이 없으니
그 또한 맞지 않는다.

조선 시대에서
일제의 지배를 극복하고
스스로 지켜내어 세운 대한민국이며
현대에 맞게 입헌군주제를 채택한 나라로
설정되었으니
아무래도
유럽이나 일본의 입헌군주제를
따라할 순 없었겠지만

적어도 황태자의 장인이나 그 부인이라면
조선시대의 부원군이니 부부인이니
하는 호칭에 대해서도 고민해봐야했고

무엇보다
황태자비를 비궁이라고 부르는 오류는
범하지 말아야했다

'주지훈 > ' 카테고리의 다른 글

궁- 주지훈의 황태자 포스  (0) 2011.02.02
궁-신군에 대하여  (0) 2011.02.01
궁 3부-황태자 부부의 첫날밤  (0) 2011.02.01
궁 3부- 궁과 신군 (7)   (0) 2011.02.01
궁 3부- 궁과 신군 (6)  (0) 2011.0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