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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놀로그/작품과 인물

비밀의 숲-황시목과 영은수, 그리고 한여진(feat 부모)

by 모놀로그 2022. 8. 28.

조승우의 레전드  드라마'비밀의 숲'에 대한 리뷰 글들을 읽다보면, 엉뚱하게도

영검이나 한여진을 사이드에 두고 시목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해부해보려는 글을 보게 된다.

물론, 개인 리뷰보단, 비숲 관련 댓글이나 갤러리 다툼에서 자주 보게 되는 광경이다.

 

 

참으로 유감스럽게도, 자타가 공인하는 걸작 오브더 걸작, 전설 오브더 레전드라는

'비밀의 숲'이 난 이상하게 지루하고 재미가 없다.

 

조승우가 정말 잘생기고 멋있게 나온다. 그런데 감정이 없다.

그 감정이 없다, 혹은 표출을 못한다는 애매한 설정이 오히려 사람들을 안달나게 하는

뭔가 감춰진 성적 매력을 찾아내게 하나보다. 난 그것을 찾지 못하거나, 공감을 못해서

일단 황시목에게 별 매력을 못느끼나보다.

 

황시목은 우선, 잘생기고 유능하고 똑똑하다.

그는 뇌수술을 하면서, 감정선을 상실, 혹은 스스로 인식하지 못하는 상태가 되었다.

이 부분이 참 애매한데, 감정을 아예 못느끼는 것처럼 시작해놓고, 실은 느끼긴 하되, 표출하지 못하는 것으로

조금 설정이 바뀐다.

감정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것과, 스스로 인지하지 못할 뿐이고 쌓여가는 그것이 표출되지 못하는 것은 아주 다르다.

 

시작은 감정을 느끼는 뇌기능을 완전 상실한 것처럼 해놓고,

실은 인지를 못할 뿐, 인간이니까 당연히 느끼고 느낀다는 걸 스스로 인지하지 못하기에 표출하지 못하고

그렇게 표출되지 않은 갖가지 감정, 그 중에서도 주로 분노나 상실감, 외로움, 미움, 애증, 실망감 등등이

쌓이고 쌓여서 갑자기 이명이 들리거나, 기절하는 후유증을 낳는 것으로도 해석하게끔 만들어놓았다.

 

이 부분이 명확하지 않은 게 또한 내가 황시목한테 별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부분이다.

 

왜냐면, 그는 대부분의 인간관계가 완전히 계산적이고 목적 지향적이다.

존경하는 선배건, 스승이건, 후배건, 동료건 간에

그는 목적이 없는 접근은 절대로 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그의 연수원 스승이었던 영장관이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문병 같은 건 가본 적이 없다. 그가 자기 눈 앞에서 쓰러졌을 때도 눈썹 하나 까닥하지 않았다.

그런 그가 갑자기 영검사를 의심하게 되자마자 곧바로 영장관부터 찾아간다.

그리고 여러가지로 떠보는 말들을 의미심장하게 던진다. 

그런 식으로

그가 추구하는 건 단 하나, 팩트이다.

 

드라마의 중심이자 시발점이 되는, 물론 내용적으론 어떤 결과이자 계기가 되는 사건이지만, 박무성의 죽음을 두고

그가 저지른 실수는 인간, 혹은 인간성을 완전히 배제하고, 오로지 논리적,합리적 팩트만 따라갔기 때문이다.

물질적 증거라던가, 눈에 보이는 팩트처럼 위험한 것도 없다. 인간의 심리가 배제되어 있기 때문이다.

 

살인자라고 그가 생각하고 체포한 사람의 심리, 그의 인간성, 그가 외치는 애절한 비명소리는

그의 귀에도, 그의 가슴에도 닿지 않았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 이른바 범죄 심리라고 부르는 것, 프로파일링 같은 것이 완전 배제된 채

눈에 보이는 팩트만 추구한 나머지 그는 한 가정을 파탄내고 무고한 생명을 죽였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너무 간단히 드라마의 장치로만 넘어간 것이 난 불만이다.

드라마 속의 일이지만, 젊은 여자의 남편과 아이의 아버지를 잃게 만들었고, 무고한 남자를 죽게 만들었다.

그 댓가로 그는 진범을 잡겠다는, 그렇지 못할 경우 검사직을 내려놓겠다고 단언할 뿐이다.

자책감도, 죄책감도, 미안함과 자괴감도 보이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난 황시목에게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물론, 가끔 매우 귀엽긴 하다. 두뇌는 뛰어나고, 일도 잘 하지만, 뭐랄까

정신적으론 성숙하지 못한 남자, 아니 그가 수술한 시점에서 멈춰진 매우 왜곡된 소년의 정서만 어렴풋이 남아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그래서 그의 서툰 행동이나, 기계적이고 무심한 행동은 웃음을 자아낼 순 있다.

 

이 글에서, 난 드라마에서의 검사, 혹은 남자로서의 여러가지 면모에 대해서 말하고자 하지 않는다.

그건 이미 다들 알고 있고, 너도나도 부르짖고 있고, 신기하게도 여인네들은 황시목의 그런 점,

즉 냉혹함 속의 미스테리한 남성성, 감정이 없는 남자의 깊숙한 내면 속 상상력을 자극하는 그 어떤 성적 매력 같은

것에 매력을 느끼는 듯 하지만, 난 그런 것엔 별 관심이 없다.

 

오히려 내가 관심을 가진 건, 그의 내면에서 멈춘 듯한 소년의 정서이다.

 

그는 매우 불행한 사람이다. 왜냐면 그의 타고난 결함때문에, 그는 수술받기 전까지, 그러니까 사춘기에 들어선 듯 보이는

시점까지 부모에게는 버림받고, 친구들은 소음을 내서 자신을 괴롭히는 존재일 뿐이며,

어린 시절엔 그래도 웃고 뛰어 노는 장면이 한 번쯤 삽입되긴 한다. 그는 소음이 자신을 자극하지 않는 한

지극히 정상적일 수 있는, 자연 속에서 뛰어놀며 웃을 수 있는 소년이기도 했었다.

 

그러나 자라면서 정상적인 사춘기 소년이 좋아할 만한 모든 것에서 스스로를 소외시켰고,

 

그것이 단지 견디기 힘든 자신의 결함으로 인해 오로지 폭력으로만 표출할 수 밖에 없는 비극성에 대해선

엄마라는 사람조차 이해해주지 않았을 뿐 아니라, 오히려 틈만 나면 같이 죽자고

아이를 붙잡고 닥달하는 극단적인 모습을 보이거나, 자신들을

버리고 떠나버린 아버지란 사람에 대한 원망만을 늘어놓을 뿐이다.

 

엄마의 넋두리는, 황시목이라는 거추장스러운 짐덩어리를 오로지 자신만 감당해야 하는 부당함을 주구장창

떠들어대고, 이어지는 건 같이 죽자는 겁박이었다.

그때마다 시목이는 아빠도 모자라 엄마마저 자신을 버릴까 두려워하며 울고불고 매달려야 했다.

그리고 곧바로 외국에 나가서 수술을 시켜버렸고, 그걸로 할 도리는 했다는 듯 아이는 팽개쳐두고곧 재혼해버린 것 같다.

 

실제로 시목이가 아버지란 존재,엄마에 대한 갈증에 시달리는 듯한 장면이 몇 개 삽입된다.

 

그는 드라마 내내 세 번 가량 쓰러지는데

그 중 하나가 자신의 과거가 드러난 이후, 엄마를 만나고 온 이후이다.

그의 기억 속 엄마는 자신을 붙잡고 같이 죽어버리자고 한탄하는 모습이다. 아버지는 일찌감치 도망쳤다.

그래도 엄마는 버리진 않았으니 그거라도 고마워해야하는 건가?

 

엄마에 대한 회상씬은 늘 날 아프게 한다.

내가 시목이란 캐릭터에게 안쓰러움을 느낄 때가 바로 그런 순간이다.

자신을 귀찮게 여기고, 버리고 싶어하고, 마음 편하게 버리기 위해서 수술을 시켜 버림으로써

그가 소음으로 인한 분노조절을 폭력으로 해소하려는 것은 물론, 다른 감정조차 아예 인지하지 못하게 만들어버리곤

등돌려 재혼해버렸다.

 

그는 틀림없이 엄마에게 미안함과, 그리움과, 원망과, 사랑받고 보호받고 싶은, 애닲은 모성에에 갈증이 있을 것이다.

어쩌다 만나는 엄마는 남보다 나을 게 하나도 없다. 여전히 냉정하고, 아들보단 세상의 이목과 자신의 체면이 중요하다.

연민도 애정도 이해도 없는 그저 관계만 존재하는 엄마라는 존재.그 순간에조차 아버지를 원망하고 자기한테만

시목이를 떠넘긴 무책임함에 투덜대는...

 

시목이가 받을 상처는 헤아리지 못한다. 다른 것도 아닌, 자신의 병 때문에 부모에게 부끄러운 존재였던 어린 시절과

부모의 사이를 갈라놓고, 검사가 되었음에도 자신을 찾지 않는 아버지의 존재만 더욱 부각시키는 것이

정말 안쓰러웠다. 

 

그래서 난 시목이란 캐릭터가 안타깝다.

감정이 없으니 욕망도 없고, 욕망이 없으니 원리원칙주의자가 되어

굳이 청렴이라는 단어를 떠올릴 필요도 없이 담담하게 팩트만을 따라가는 로봇 같은 인성이 몸에 배인

황시목은 내면은 아직도 부모의 보호와 애정이 결핍된 안쓰런 어린 소년인 것이다. 그래서 그는 냉혹하다.

원래 어린아이들은 냉혹한 것이다.

 

또하나, 살짝 개입되는 아버지 관련 장면이 하나 있다.

박무성이란 이른바 개쓰레기같은 인간과 그의 아들 관계이다.

이쪽은 관계가 살벌하건, 서로 미워하건간에

아버지는 아들을 부정하게나마 편하게 해주려고 꼼수를 쓰고 돈을 풀어 그의 미래를 안전하게 만들어주려 노력한다.

아들은 아버지를 증오하지만, 막상 죽고나니 아버지가 없다는 상실감과 아버지가 얼마나 든든한 그늘이었는지

아버지가 없음으로써 받게 되는 온갖 부당한 냉대와 학대를 당하면서 절감해가며 아버지를 그리워하고 슬퍼한다.

 

황시목은 아들의 눈물어린 고백을 들으며, 박무성이 아들과 찍은 사진을 바라본다.

단 한 컷, 짧게 지나가는 장면이지만 그때 왜 그다지도 가슴이 미어지던지...

걸핏하면 폭력을 휘두르던 아들일망정, 그는 아들을 위했고, 그런 아버지일망정 그는 아버지를 잃고 난망해하고 있으며

그리워 눈물짓는데,

황시목은 그들의 다정한 사진을 바라보며 그런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지, 아니면 자신의 결핍감을 어렴풋이 인식하는지 알 수 없는 애매하지만 쓸쓸한 표정을 짓는 것이다.

 

 

내가 이런 글을 길게 늘어놓는 건, 비밀의 숲의 '황시목'이라는 인물을 나만의 관점에서 바라보면서

영은수와 한여진이 그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알기 위해선

바로 그러한 그의 과거 기억과, 그의 정서를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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