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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공황장애(5)

모놀로그 2019. 5. 27. 22:06

2년 정도를 짐승처럼 웅크리고 약만 먹어대던 나는


어느날, 벌떡 일어서야하는 계기를 맞았고,

그래서 그렇게 했다.


우선은, 수영을 다시 시작했다.


수영은 잘 하지만, 강습을 받기는 힘들었다. 상급반에 들어가면

쉬지 않고 뺑뺑이를 돌기 때문에

당시의 내 체력으론 무리였다.


하지만 자유 수영으론 사실 별 도움이 안 된다.


한 바퀴 돌고 쉬고, 두 바퀴 돌고 쉬는 식으로 게다가 30분 정도 하고 나면

싫증나서 물에서 빠져나오는 식으로는

백날 해도 전혀 스트레스 해소가 안 된다.


사실

강습을 받으면

죽도록 힘들지만

그만큼의 성취감이 있어서

스트레스가 정말 확실하게 풀리고


답답한 가슴이 뻥 뚫린다.


어떻든

난 수영을 시작했고,

대외적으로 다시 성당 생활도 시작했으며


나름 노력을 하게 된 것이다.


그런 저런 결과로

난 좋아지기 시작하였지만


내가 먹던 약은 더이상 용량을 늘릴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러


난 결국 병원을 그만 다니기로 했다.


대신


내과에 가서


내가 먹는 약을 처방받아

항 우울제는 꾸준히, 불안제는 몸이 안좋을 때 먹는 식으로

대충 감약을 시작했다.


그로부터


5년 쯤 뒤인 2013년에 난 거의 내가 공황장애라는 사실을 잊고 살 정도가 되었다.


그렇게 된 이유는


내게 가끔 증상이 나타나도 내가 그 증상에 얽매이지 않았고

걱정하지 않았고

때론 약을 먹고나선 잊어버렸기 때문이다.


내가 먹은 항불안제는 바리움이었는데


그 약은 항불안 효과 외에도

자율신경에 도움을 주는 것이었기에


어지럼증이나 손저림, 팔저림

불쾌감 같은 것에 도움이 되었다.


어차피 난 불안은 그다지 없었다.


그게 가장 주효했다.


우울감은 약간 있었지만

간헐적이었고


정서 불안이나 산만함, 예민함은

전에 비해 심해졌더라도


그럭저럭 내게 영향을 미치는 강도가 낮아졌다.


내가 불안을 느끼지 못한다고 해서

불안하지 않았던 건 아닐 것이다.


단지 내가 그것에 연연하거나

느끼질 못했을 뿐이다.


내 몸은 불안해하고 있었지만

난 둔감한 특유의 무심함으로

내가 불안하다는 걸 몰랐다.


내가 불안했었다는 가장 큰 증거가

바로 체기를 달고 살았다는 사실이다.


지금도 어렴풋이 생각하면

허구헌 날

변기를 붙들고 토하던 생각이 난다.


공황장애로 기절하여 응급실에 간 적이 두 번 있는데

모두 체기로 인한 호흡곤란이었다.


공황장애 환자의 체기는

그냥 체기완 좀 다르다.


기능성 위장장애와 자율신경이 원할치 않아

위가 움직이지 않아서

생기는 증상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의식을 잃을 정도의 급격한 증상이 엄습하는 것이다.


두 번의 응급실행 모두 내가 기절하면서 생긴 것이라

이후로 난 체해도

가능한 내가 해결하고 응급실엔 가지 않는다.


왜냐면 그야말로 돈만 내다 버리는 바보짓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7년 어느 여름,

두 번째 체기로 인한 기절의 응급실행은

그때까지 순조롭던 내 인생에 심한 제동을 거는


그야말로 엄청난 반전의 계기가 되고 말았다.


말 그대로 난 진짜 공황장애 환자가 되고 만 것이다.


즉,


불안이 뭔지 제대로 배운 것이다.


기뜩이나 민감해진 나는

불안을 인식하게 되자마자

통제 불가능한 상태에 빠져서


그때까지완 전혀 다른 양상의 나날들을 맞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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