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놀로그
괴물을 보고 본문
솔직히 그다지 몰입해서 보진 않았다.
일찌기 대박난 영화치고 내 공감을 얻어내거나
흥미를 자아낸 영화는 별로 없었으니
큰 기대는 하지 않았으니,
(왕의 남자가 좋은 예..무지하게 졸면서 봤다는..)
영화 괴물은
한국산 헐리우드 영화였다.
나름 공들인 영화 임엔 틀림 없고
사람들 흥미를 자아낼 요소가 많았으며
거기에 가족애와 휴머니즘이라는 양념까지 쳐서
그럴듯하게 포장한
영화라는 것은 인정한다.
게다가 그 감독인 봉준호씨는
살인의 추억을 만든 분으로 알고 있는데
두번째(맞소?)영화도 히트를 치다니
참으로 부럽다는...
개인적으론 살인의 추억만 못하다고 생각했지만
하여튼 온갖 영화적인 얘길 모조리 배제하고
아무런 사전 지식 없이 그저 그 영화를 보는 내내 내가 느낀 것을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그 영화는 그야말로 괴물들의 잔치였다.
무엇보다 전율스러운 것은
환경오염으로 인한 그 괴물 못지 않게 괴물스러운 것이
다름 아닌 인간들이라는 것이다.
아니
그 괴물을 만들어낸 것이 바로 인간 아니던가?
그 괴물에 대처하는 인간들의 수준 또한
괴물스럽고
아니 차라리 열등하다못해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바보스러운데도
그것을 깨닫지 못하는 걸로는
그 괴물 못지 않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딴에는 갖가지 첨단 장치로 대처한다고 하지만
무시무시하고 무지막지하고 단순하고 아무 생각 없는 걸로는
그 괴물과 다를 바가 뭐가 있는가 말이다.
인간이 쌓아놓은 어설픈 지식과 편견 , 부도덕함과, 그리고
이른바 현대과학이라는 것마저 이제 권력화되어
힘없는 인간 하나 쯤은 간단하게
실험 대상으로 전락시키며 핍박하는 괴물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소시민들은 몇 푼의 돈을 위해 친구를 팔아넘기고
미디어라는 매체를 통해 심각한 얼굴로 어설픈 사실을
진실이랍시고
지껄여대는 이른바 언론이라는 것이
그 괴물보다 더 나을 것도 없었다.
하긴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진실이지만
이런 식으로 확인할 때마다
땅이 흔들리는 듯한 절망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우린 평소
그런 사이비 언론들과 각종 이름만 멋있는
단체들이 그럴듯 하게 포장된 언어로 늘어놓는 말에
무방비 상태로 세뇌되어 가면서
역시나 괴물 수준의 열등한 생물이 되어 가고 있고
박제화되어가고 있으면서도
그걸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게 아닐까 하는 두려움도 늘 잠재되어 있다가
슬그머니 기어나온다.
정말 괴물처럼..
진실은 언제나 그렇듯이 너무나 단순한데
단순한 것을 용서하지 못하는 이 세상에선
아무리 진실을 외쳐 봐도 그보다 더 큰 거짓말에 묻혀서
진실이란 것의 허약함과 초라함이 날 우울하게 한다.
아니
진실이란 물론
결코 허약하거나 초라하지 않다.
하지만..
때로
거대한 허위의 장벽 앞에선
정말 안쓰러울만큼 힘이 없다.
단지 그것을 알아보는 사람들에게만 의미가 잇는 것이다.
그게 항상 가슴이 아프다.
물론 영화에선 그 초라함과 마지막까지 싸워서 이긴다.
그리고 결코 허약하지도 않았음에도
내겐 그건 그다지 감동적이지 않았다.
그건 그저 영화적인 장치였을 뿐
내가 영화를 보면서 느낀 무기력함과 울적함을
위로해주지 못했다.
영화의 실패인지
나의 우매함인지 모르겠지만..
괴물을 만들어내는 것은
귄력을 가진 거대 집단뿐은 아니다.
인간의 내부엔 무지라는 이름의 괴물이 살고 있어서
그것이 진실과의 사이에 장벽을 쌓고 있으며
그 장벽이 다시 괴물이 되서
우리를 덮치고
거대한 소음이 애처로운 한 마디의 진실을 가리고 있다.
영화를 보면서 늘 느끼는 것이지만
그렇듯
인생의 적나라한 허위를 보여줄 때
나 자신이 느끼는 답답함과 그것을 외면하고자 하는
마음조차
가만히 내버려두면
어느덧 내 자신 속에서
괴물로 성장할지도 모른다.
그리하여
나또한
점점 열등한 생물체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뭐라 이름 붙일 수 없는 존재가 되어 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한 마디로 외면하고 싶은 진실이지만
갑자기 코앞에 들이댈 때
그것에 화를 내거나 회피하고 싶어지는
내 자신
바로 괴물이 아닐까 싶은 것이다.
(뭔소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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