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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지훈- 있는 그대로 보여주세요, 그래야..설레요

모놀로그 2012. 10. 6. 19:58

팬질도 연애와 다를 바가 없다.

 

감정이 싹트고, 그것이 점점 고조되고, 최절정기를 맞이하다가 시들해지기 시작한다.

이른바 눈에 콩깍지가 씌워서 뭔 짓을 해도 이뻐보이는 시기는 반드시 사라지는 것이다.

 

그 이후가 문제이다.

그 위기를 극복하고 팬으로 남는 사람이 있고,

권태기 즈음에 다른 스타에게 꽂혀서 등을 돌리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남는 사람이 이른바 골수팬이 된다.

 

 

팬이라는 것은

자기 스타의 일이라면

자신의 일처럼 열렬하게 걱정하고 사랑하고 분개하고 기뻐하는데,

거기엔 아무런 보상도 주어지지 않는다.

 

가족과 팬이 다른 점이 그것일 것이다.

그래서 팬은 언제든 그 무한대로 퍼주는 사랑을 거둘 수가 있다.

한 마디로 자유로운 것이다.

하지만 골수팬 쯤 되면 가족이나 친구같은 경지에 오르게 될 것이다.

 

나같은 경우,

늘 떠날 준비를 하고

오늘이 주배우를 사랑하는 마지막 날이라는 기분으로

팬질을 해왔던 것 같다.

 

그리하여 어느덧 6년차이다.

 

ㅋㅋ

 

이건 내 성향으로 볼 때 거의 기적이다.

 

 

난 콩깍지가 씌운다고 해도

아주 사소한 걸로 돌아서는 인간이기 때문이다.

 

주지훈은 내 애인이 아니라, 배우이므로

대개는 작품으로 실망시킬 경우가 되겠다.

 

(지금 다손은 그리하여 나의 팬질 최고의 위기가 아닌가 싶다.

그럼에도 지금 버티는 건, 주배우의 그간 여정이 그리 쉽지 않았음을

이해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항상 힘든 길을 걸어왔다는 걸 알기 때문에...)

 

그러나, 한편으로

난 다른 배우에게 마음이 끌려서 주배우를 떠나는 일은 없을 거라고

늘 생각해왔다.

 

왜냐면,

그는 그의 연기를 통해

내가 추구하는 모든 남성, 혹은 인간에 대한 로망을 완벽하게 채워주었고,

그것으로 인해 나와 최고의 소통을 나눌 수 있었던 배우인 것이 첫째요,

 

주지훈이라는 배우 자체가 지닌 매력 또한

다른 배우에게선 찾을 수 없을 거라는 걸

확실하게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거칠고 자유분방하고 오만하지만,

그것을 섬세하고 우아하고 섹시하게 절제하는 힘을 지녔다.

 

그는 고통스럽고 방황하는 영혼을 느끼게 하지만,

그것을 진정성 넘치는 연기로 승화시킨다.

 

또한 그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선을 지녔고,

그 선을 지금까지 지켜내고 있다.

 

난  내가 무심결에 추구한 모든 것을

그가 한 몸에 지니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비록 어느날 내가 그의 팬질을 그만두고 떠날지라도

절대로 그 자리를 다른 배우가 채우진 못하리라.

 

가끔은,

어느날 주지훈에게 눈길이 갔듯,

그렇게 벼락처럼 누군가 나를 때려주길 기대하지만,

그럴 만한 배우가 도무지 보이질 않는다.

 

아...그건 시대의 탓이려나??

 

돌아서고 싶어도 그럴만한 인간이 보이질 않는 것이다.

젠장;;;

 

 

 

 

 

 

 

 

오늘,

부산영화제의 리허설 사진들을 보면서

문득

난 위의 모습을 떠올린다.

 

저 사진들은

내가 막 사랑을 시작했을 무렵,

번개맞은 듯

내 사랑에 불을 지핀 모습들이었다.

 

그리고,

지금도 가장 주지훈다운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일본 팬미팅을 위해 출국하는 공항에서의 모습이었다.

 

정말, 정말 남성적이면서 우아하고 그럼에도 뭔지 모르게 이면에 어른거리는

오만한 섹시함이 아주 섬세한 윤곽이 만들어낸 표정과

예술적인 조화를 이루었는데,

 

더욱 중요한 것은,

저 모습은 그가 꾸미지 않은,

일상적인 모습에 가까왔다는 사실이다.

 

이후,

난 팬미팅에서의 모습을 보고 무척 실망했으니 말이다.

 

거기선 그는 한껏 멋을 부렸는데,

난 멋을 부린 주지훈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가장 아름답다고 늘 생각하기 때문이다.

 

 

 

 

 

 

부산영화제 리허설 모습이 그러했다.

그는 어쩌면,

막상 공연에 들어가면

멋을 부릴지도 모른다.

 

머리에 힘을 주고,

옷차림도 색다르게 꾸미고,

뭔가 무대에 걸맞게 자신을 치장할 것이다.

 

그러면

난 그 모습에서 아무런 매력도 느끼지 못할 것이다.

 

 

문득,

 

선덕여왕에서 꽤 인상적이었던 비담의 대사를 떠올린다.

 

'제겐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세요..

그래야...설레요...'

 

그래요.

주배우,

 

있는 그대로의 모습일 때,

꾸미지 않을 때,

 

지연스럽고 일상적인 모습일 때,

당신은 가장 설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