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놀로그
서양골동양과자점앤티크-정원에서 본문
오프닝이 끝나고
갑자기 저택의 정원에 모인 단란한 가족이 나타난다.
진혁은 바로 조금 전에 보여진
오프닝에서의 그 비참했던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스마트하고 건전해보이는 모양새로
가족들 틈에 앉아 있다.
이 장면에서 배우의 연기가 어색하다고 느낀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실제로 진혁인지 주지훈인지 모르지만 뭔가 어색햇던 것이다.
나도 영화를 다 보기 전까진 그렇게 생각했으니까.
그러나 이젠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반대로
그 장면에서 다소 어색해보이는 것이 당연하며, 설정이라는 걸 알게 된 것이다.
왜냐면
진혁은 실제로
가족들을 상대로 어색한 연기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짐작컨대 불과 얼마 전까지
절망의 밑바닥을 기어다니며
자살까지 시도했던.
그 화려한 저택이나
단란한 가족,
그를 끔찍하게 아끼는 듯한
아니 거의 과보호하는 듯한 가족들이 있음에도
마치 세상에 혼자 버려진 사람처럼
비참하기 그지 없었고,
그 비참함은
그 누구도 짐작도 할 수 없는 것이며
그는 자신의 그런 비참한 심정을,
누구에게도 알 릴 수가 없고 이해시킬수도 없으며,
가족에게조차 알릴 수가 없다. 아니 알리고 싶지 않다.
모든 걸 혼자 감당해야한다.
그리고 오랜 방황 끝에
절망에 빠진 마음과
막다른 골목에 이르러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새로운 시도를 함으로써
이제까지완 전혀 다른 삶을 시작하려고 결심한 직후인 것이다.
그는 있는 힘을 다해서
언제나 그렇듯이
아무 문제 없는 전도 유망한 부잣집 도련님의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가족들을 향해선 평생 해온 그 연극이
이젠 조금 힘에 부치기까지 한듯,
그러나
자기가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아버지의 발언을 감안하면 그는 한 회사를 오래 다니지 못한 것 같다)
난데없이 케이크 가게를 하려는 의도를
가족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하려고
나름 고심하고 있다.
그는 미소짓고 있지만
그 미소 뒤엔 눈물이 있으며
절망이 있다.
그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 하려고 애를 쓰지만
절대로 아무렇지도 않을 수가 없다.
그러니
그 장면에서 그는 어색할 수밖에 없다.
가족들을 상대로
어색한 연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웃고 있어도 눈빛은 결코 밝지 않고
가족들의 과보호가 언제나처럼
그를 괴롭히고
더더욱 아무렇지도 않은 척 해야한다.
이렇듯
케이크 가게를 해보겠다는 자신의 결심을 피력하는
그 장면...
그가 어떤 심정으로 케이크 가게를 하겠다는건지
가족들은 상상도 못하고 있으며
그가 밑바닥까지 떨어졌다가
겨우 기어올라와
마지막 승부를 걸고 있다는 것도
상상도 못하는 것이며
그 자신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그것을 들키지 않으려고 나름 애를 쓰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얼마 전에 자살을 시도하기까지했던 진혁의 입장에선
사랑하는 가족들이지만
자신의 고통과는 머무나 먼 곳에 있는
그들을 바라보는 심정이
얼마나 쓸쓸할까?
그들의 밝고 따뜻한 애정이
얼마나 부담스러울까?
그래선가..
어색한 틈틈이
그의 표정엔 한가닥 어두운 외로움이 스쳐간다.
그러니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는 것이
어색할 수 밖에 없으며
배우는
그 어색함과
자신의 괴로움을 교묘하게 숨기면서
가족들 앞에서
별 문제 없는 인물인양
기를 쓰고 있는 것이다.
'주지훈 > 앤티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양골동양과자점앤티크-게이클럽에서 (0) | 2010.05.10 |
---|---|
서양골동양과자점앤티크-재회 (0) | 2010.05.10 |
서양골동양과자점앤티크-장르를 해체하자&수영이.. (0) | 2010.05.10 |
서양골동양과자점앤티크-부서진 유리파편속에 비친 그들 (0) | 2010.05.10 |
서양골동양과자점앤티크- 상처의 부메랑- (0) | 2010.05.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