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놀로그
궁 24부- 신군의 청혼 본문
신군이 채경에게 청혼하는 광경을 지켜보고 있자니
그동안 신군이 채경에게 은근하게 구애하던 갖가지 어록들이
뇌리를 스쳐간다.
'백년해로'
로 시작해서
'황태자가 아니라도 내 곁에 있어줘'
'가지마...나 혼자 두지마..'
'보고 있어도 보고 싶어'
등등..
채경에겐 전혀 가닿지도 않았던 그 수줍고 우회적인 표현이
내겐 궁과 신군에 대한 애틋한 추억이지만
채경에겐 근지럽지도 않은,
아니 이해하기 힘든 언어들이었던가, 아니면 그 정도론 성이 차지 않았던가 싶다.
채경이는 직설적이고 단순한 언어만이 이해가 가는 것이다.
그래서 신군은 최후의 카드를 던진다.
궁에서 맺어준 인연이고,
황태자와 황태자비로 맺어진 부부라는 태생적 한계가 줄곧 두 사람 사이를 가로막고 있으니
이제 자신들이 주체가 된
진짜! 결혼을 하자는 것이다.
다르게 생각하면 신군은 황족이기도 하지만
21세기의 젊은이이기도 하다.
그러니 더는 황실에 의한 선택이 아닌,
서로가 서로를 사랑해서 선택하는
새로운 관계로 시작하자는 발상은
그럴 듯 하다.
아무리 주변을 맴돌아도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어 보이는데다가,
자기에게 올 생각이 통 없어 보이는 채경에게
마지막 카드를 던지는 것 같다.
재밌는 건,
신군의 입장에서 보기좋게
채이고 난 후
자동차 안에서의 광경이다.
다름 아닌 와이프에게 채이고
잔뜩 삐져 있는 신군에게
기껏 머플러나 풀어달라는 채경을 어이상실이라는 듯
바라보며
신경질을 내는 신군을 보자니 웃음이 나온다.
그것은 약간의 향수가 배어나오는 웃음이다.
여전히 까칠하고 신경질적이고 뜻대로 안되면
승질부터 내는 신군이다.
그런 신군 입장에서 보면,
자기를 걷어차고도
기껏 머플러나 풀어달라는 채경은
오래 전의 푼수 채경으로 보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늘 그랬듯
채경의 엉뚱한 요구에 체념한 듯한 표정으로 지고 마는 신군이다.
물론,
거기엔 신군이 청혼의 미끼로 던졌던
두개의 반지가 대롱 매달려있고,
그것은 다시금 궁에서 티격태격하던 시절을 연상시킨다.
문득,
채경이가 원했던 것은
그런 것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
만일 그렇다면
신군이 더이상 채경이 처분만 바라며
주변을 맴도는 걸 그만두고
던진 카드는
태황태후의 적극적인 후원 아래
성공한 셈이다.
자못 비장해보이는
오로지 진지한 신군과,
장난기를 머금은 채경의 반응은
과연 궁스럽다.
참을 수 없는 무거움과, 참을 수 없는 경박함이 상존하는 게
궁 아니었던가!
아무튼 그리하여
드디어 신군은 그다지도 간절하게 원했던
채경을 완전무결하게 품에 안게 되었다.
이제 그 포옹엔 그 어떤 두려움이나 불안도 없을 것이고,
두 사람을 떼어놓을 세력이나
두 사람 사이의 불신도 더는 없겠다 싶어
그저 채경을 안고 안도하고 행복해하는 신군에게
그래, 그렇게 채경이가 좋다면
잘 먹고 잘 살아라
라는 축하의 말을 해준다.
자그만치 24부동안
보는 사람도 그들의 사이가 어지간히 불안하고 힘들었으니
그나마 그런 압박에서 해방되는 것이
다행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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