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놀로그
궁 24부- 신군이 물러난 이유와 채경 본문
신군은 어찌하여
황태자 자리에서 물러나고,
황위마저 포기하였을까?
신군이 어차피
황위에 뜻이 없었다는 걸 우리는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가
황위를 누나인 혜명공주에게 양보하고
궁을 떠난 이유를 굳이 이해하자고 들면
첫째는 채경이요
둘째는 율군이 아닌가 싶다.
율군은 어찌 보면
선대 악연의 가장 큰 희생자이다.
율군이 원래 주인인 황태자 자리,
신군이 말했듯 편치도 않았을 것이고,
거기에 덤으로 얻은 채경까지
실은 율군의 정혼자였다는 사실은
내내 신군의 아킬레스건이었다.
그 채경을 율군이 실제로 사랑하게 되는 일만 없었다해도
신군의 율군에 대한 죄책감은 조금은 덜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율군은 채경을 사랑하게 되었고,
그로 인해 율군도 고통받았으며
그 싸움의 패배자가 되어
황위도 채경도 얻지 못한 채로
떠나야했다.
신군이 굳이 궁을 나온 것엔
율군에 대한 일말의 사죄가 담겨 있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그것은,
마카오에서 재회한 채경의 입에서
율군 얘기를 듣는 순간
스쳐가는 표정에서 느껴진다.
물론,
정말 작가가 그런 깊은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의문이지만,
어떻든 드라마 안에서
내가 이해하는 신군이라면,
비록 궁을 소란케한 장본인들이지만,
율군에 대한 신군의 마음엔 일말의 연민이 있었으리라고 생각된다.
율군 모자가 그렇게 비참하게 물러난 후에,
신군이 양위를 허락하고
채경을 냉큼 불러들여서
어엿한 황제 부부가 되어
율군 모자가 그토록 열망했던
황위와 채경까지 쟁취한 승리감에 가득 찬
생활을 궁에서 누린다면
그 또한 보는 우리 입장은 불편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율군모자가 외국으로 떠났듯,
신군도 황위를 사양하고
궁에서도 물러났으며
채경과도 떨어져서 생활하는 것으로
보상을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누군가가 불행할 때
그 불행을 딛고 행복하게 지낸다면
그 또한 공평치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채경이라는 존재가
가장 크지 않을까 싶다.
신군은 채경을 위해서
황위와 궁을 버렸다고 난 생각한다.
채경이 원했던 자유로운 인생을
주고 싶었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마카오에서 재회한 후에
신군을 바라보는 채경의 눈빛을 보면,
또한 위의 장면을 보면
채경이도 그 사실을 짐작하고 있는 것 같다.
누구보다 황태자에 어울린다고 누차 말하고,
궁으로 돌아와서 황태자 자리를 지키고,
황위에도 올라주길 바랬던 채경이다.
그러나
결국 자기 자신이
신군의 발목을 잡고 말았다는 자책감이
그녀의 눈빛에 어른거린다.
하지만,
난 그 또한 매우 불만스럽다.
신군 편애가 심해서인지 모르지만,
나 또한
신군이
채경이라는 여자애를 만나고, 그 아이를 자신의 비로 맞이한 덕분에
온갖 진흙탕 속에서 딩굴다가
결국엔 다시 그 여자애를 둘러싼
악연의 대물림에 고통받고,
그것으로 인한 고통을 분담하는 듯 보이는 것이
너무나 못마땅한 것이다.
그것이 다름 아닌 채경이란 아이를 사랑하게 되었기에
치루어야하는 댓가라면
별로 잃은 것이 없는 채경에 비해서
너무 심하지 않은가!
뭐 채경의 사랑을 얻지 않았냐고 한다면,
채경의 사랑이 신군에게 그토록 대단하다는 사실조차
내겐 화가 나는 것이다.
아마 그것은 많은 사람의 고통과 상실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행복하고 충만한 듯한
마카오에서의 채경의 생활을 보며 느끼는 반감이 작용한 것 같다.
황족의 신분은 유지한 채로
황실에선 벗어나서
완전한 자유를 누리기까지 하며,
기껏 상궁의 답답한 제복이나 벗기는 것으로
새로운 황족의 마인드를 보여주려는 얄팍함만으론
채경에 대한 여전한 나의 반감은 별로 가시질 않는 것이다.
궁에서 일어난 모든 사건의 가장 중요한 주체인
채경이만이 어찌하여
그토록 제멋대로 살고 있단 말인가??
어엿한 한국 황실의 서열1위 왕자의 아내면서도
그 왕자를
자신의 보이프렌드 정도로 전락시켜놓고
흐뭇해하는 채경이는
내겐 여전히 무책임하고 제멋대로이고
딱하게 보이건만,
연출진은
그것이야말로
신채경스러움을 되찾아준 거라고
믿는걸까?
그렇다면
신채경 캐릭터는,
드라마 사상 가장 무책임하고,
가장 뻔뻔스러우며
가장 경박한 캐릭터의 여왕으로서
왕관을 당당하게 써도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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