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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지훈/궁

궁 24부- 율군에게 넘겨준 편지

모놀로그 2011. 10. 9. 19:53

 

신군이 율군에게 넘겨준 문제의 편지로 인해

본방 당시에 말이 많았다.

 

반신군파는 이런 좋은 쾌를 잡다니!

라며 타도 신군의 기치를 들고 일어났고,

 

신군 지지파조차

 

'아니, 신군이 저런 비겁한 행동을 하다니..'

라고 실망의 눈물을 흘리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들이 그렇게 난리를 피운 이유는 대략

두 가지인데,

 

첫째는

치사하게도 율군의 어머니와

신군의 아버지의 부적절한 관계를 담은 편지를

율군에게 넘겨주는 것으로

자신의 억울한 누명을 벗기라는 압력을 가했다는 것이며,

 

둘째는

그 편지의 무게는 신군 혼자 감당할 일이지

뭣 때문에 아무것도 모르는 율군에게

굳이 비극적인 선대의 비밀을 폭로할 필요가 있냐는 것이었다.

 

일단 둘째번 문제 제기부터 답하라고 하면

난 이렇게 묻고 싶다.

 

왜 신군 혼자 감당해야하는데??

 

그거 혼자 감당하다가

황태자의 몸으로 방화범이라는 누명을 쓰고

소환까지 당하는 최악의 수모를 겪고 있으며,

사랑하는 채경이와는

기약없는 이별을 하게 생겼는데

 

황태자부부의 비극의 핵심인물인 율군은

엄마 치마폭에 숨어 있는걸로 모자라

신군의 비호까지 요구하냔 말이다.

 

너무 심하지 않은가??

 

하지만 둘째 문제제기는 애초에 성립이 되지 않는다.

왜냐면

첫째 문제제기가 틀렸기 때문이다.

 

신군은 결코

자기 자신을 위해서 그 편지를 율군에게 넘겨준 것이 아니란 말이다.

적어도 자신이 현재 처해 있는 상황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할 수 있다.

 

그건 너무나 명확하게 눈에 보이는데

어찌하여

시청자들이 그렇게 해석했는지

난 도무지가 이해가 안간다.

 

그 편지에 담겨진 내용과,

신군의 누명 사이에 어떤 상관 관계도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굳이 그들이 그런 식으로 해석했다면

신군이 편지를 넘겨주는 시점이

신군에겐 절대절명의 위기에 처해 있었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당사자인 신군의 입장을 보다 잘 이해하고 있다면

그런 오해는 있을 수가 없다.

 

 

그럼 편지를 전해줄 때

신군이 하는 말을 되새겨보자.

 

'이걸 아는 사람은 나 하나면 족하다고 생각했어

그러나 우리 세사람의 얽힌 인연의 종지부를 찍을 사람은

내가 아니라 너의 몫인 것 같다'

 

그 편지에 쓰여진 내용과, 그것을 율군에게 넘겨주는 신군의 행동은

다름 아닌

신군이 노상 외쳐왔던

'이어지는 악연의 고리를 우리 대에서 끊자'

와 맥락을 같이 한다.

 

그 시점에서 굳이 율군에게 그 편지를 보여주는 이유는

그렇다면, 한 가지 뿐이다.

 

 

신군은 자신이 황태자위에서 물러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그럴 경우

다음 황태자위는 율군이 물려받으리라고 믿고 있다.

 

그런데

비록 요원한 이별을 앞두고 있을 망정,
신군은 이제 채경과의 사랑과 관계에 확신을 품게 되었다.

 

뒤집어 말하자면

그때까진 채경과의 관계에 확신을 가지지 못하고 있었고

어떻게 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 신군도 몰랐던 것이다.

 

이제 신군은 모든 미망의 끈을 단칼에 베어버렸기에

담담하게 그 편지를 율군에게 내어줄 수 있었다.

그 편지를 읽고

율군도 자신처럼 집착과 미망에서 나오기를 바라는 마음인 것이다.

 

자신의 퇴진으로 인해 황태자위를 잇게 될 율군이,

행여 채경이를 황태자비로 맞고 싶어하는 엉뚱한 욕망을 버리지 못할 경우에

대비하여 보여준 것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그렇다면 그 편지를 굳이 율군에게 보여주는 이유는

율군의 채경에 대한 집착을 끊어내려는 극약처방이라고

보는 것이 가장 타당하다.

 

 

'채경이는 내 아내고
우린 서로 사랑하며
그 무엇도 우릴 떼어놓을 수 없을 것이니
넌 이제 그만 억지부리고
채경이를 잊도록 해라.

내가 물러나고 니가 너의 엄마 소원대로 황태자가 될 경우에도

행여 채경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할까 걱정된다'
라는 뜻이다.

 

거기엔  율에 대한 신군의 배려도 작용한다.
혹은 그런 극단적인 방법만이
율군의 집착을 벗겨낼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을 것이다.

신군과 채경이 19세라면
율군도 역시 19세이다.

체경의 진심이 무엇인지 알게 된 신군으로선
율군이 자신을 사랑하지도 않는
여자를 기약없이 바라보고 기다리게 놔둘 순 없는  노릇이다.

 

이것은 나만의 주관적인 관점에서의 주장이 결코 아니다.

내 의견에 대한 뚜렷한 증거가 있다.

 

그 뚜렷한 증거들이

이어지는 장면에서

하나씩 드러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