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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 신군과 효린-관성의 법칙-

모놀로그 2011. 1. 31. 23:55

인간 관계에도 관성의 법칙이 존재한다.

 

그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혼인 초의 신군에게선 효린의 흔적이 짙다.

 

 

당연한 일이다.

2년 여를 유일한 여자로 여겼던 효린과

하루 아침에 남남이 되버렸으니

그 원인이야 둘째치고

신군의 마음에서 갑자기 효린이 사라질 리가 없다.

 

더더우기 채경과의 생활은 완전히 겉돌고 있다.

 

주목할 만한 점은,

 

혼인 이후의 신군의 학교 생활을 보면,

그는 골드 3인방과 어울려 평범한 고딩처럼 지낸다.

 

농구도 하고,

수다도 떨고,

장난도 치면서..

 

그럴 때의 그에게선 그 멤버 중의 하나였을 효린의 빈자리에 대한

무심결의 허전함을 느낄 수가 없다.

 

 

 

 

 

 

그런데,

우연히 마주칠 때면

갑자기 그는 눈빛이 흔들린다.

 

그는 자신을 주관적으로 보지 않기에

그럴 때의 자신의 감정을 들여다보진 않는 것 같다.

 

그냥 갑작스레 떨어져나간

자신의 익숙한 부분에 대한 막연한 그리움 같기도 하고,

더이상 전처럼 지낼 수도, 대할수도 없어진

친근한 대상과 거리를 둬야하는 현실에 대한

씁쓸함처럼 보이기도 한다.

 

분명한 건

그렇게 학교에서 효린과 마주칠 때마다

그는 미세하게 반응하고,

그것은 채경에 대한 냉혹할 정도의 싸늘함으로 나타난다.

 

좋은 예로,

결혼 다음날, 친구들과 농구를 하며

활짝 웃던 그가,

효린을 만나고 난 이후엔 채경에게 짜증을 낸다.

그건 꼭 채경에게 내는 짜증이 아니라

자기를 둘러싼 상황에 대한 짜증 같다.

생소하고 호감을 느낄 수 없는 곁자리의 여자애에게

그 짜증이 폭발하는 것 같다.

 

 

 

 

 

두번째로

다시 학교에서 효린과 마주쳤다.

 

친구들과 어울려

그 나이 또래의 고딩처럼 놀고 있던 그가,

효린을 보자 눈빛이 흔들리고,

어쩔 수 없이 그녀에게 동경에 가득 찬 시선을 던진다.

 

 

 

 

그때 효린은 아직은 냉정을 고수하고 있다.

그녀가 말한 대로

도도하게둘 만의 세계가 사라진 것과,

어쩔 수 없이 생긴 거리감을 인정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신군은 그녀와 함께 였던 시절에 대한,

그리고 그녀에 대한 향수를 지닐 수 있다.

 

그리고

그날 따라 채경은 친구들과 어울려 떡볶이를 먹느라

자신을 기다리게 하고 있다.

 

효린과 마주치고 난 후엔

더더욱 채경의 행동들이 거슬리는 것이다.

아마 효린과 상반되는 그녀의 경박함이 극대화되나보다.

 

이면엔

어쩌면 그토록 자유롭게, 제멋대로,

여전히 황족이라는 개념이 없이 전처럼 행동하는

채경에 대한 일말의 안쓰러움이 없는 건 아니지만,

또한 그게 짜증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효린과 잠깐 스친 것이

무표정하고 살벌한 분위기로

차안에 눈을 내리깔고 앉아 채경을 기다리는 상황에 대한

짜증에서 배어나온다.

 

그는 채경에게 전화를 하려다 그만둔다.

그런 성의를 보이는 것조차 귀찮다는 몸짓이다.

내가 왜 그런 아이를 챙겨야하지?

이런 피곤한 짜증이 느껴진다.

아예 그녀를 버려두고 그냥 출발해버리기까지 한다.

 

 

채경의 처신에 대한 불만과,

한편으론 안쓰러움이 공존하기에

그런 복잡한 상황이 자신을 골치아프게 하는 것이 싫다.

 

하지만,

역시나 효린과 마주친 이후의 착잡함이

그의 심리 뒤에 깔려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어쩔 수 없이,

2년이라는 세월을 걸러내기 위한 과정이지만,

 

신군은 효린과의 관계로 회귀하려는

마음의 관성의 법칙에 시달리고 있었던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이제 그의 곁에 있는 건

효린이 아니라 채경이다.

 

효린은 과거이고,

채경은 그의 현실이다.

 

관성의 법칙은 아마도 점차로 힘이 약해질 것이고

급기야는 어느 선에서 멈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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