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놀로그
궁 23부- 황태자 부부의 몰래 데이트씬 본문
난 이전에,
궁의 장점 중 하나를 꼽는다면,
음악의 절제라고 했다.
궁처럼 꼭 필요한 순간에
딱 그 장면에 어울리는
기막히게 절제된 느낌의 음악을 적절하게,
그러나 무지하게 아끼면서 틀어주는 드라마도 드물다.
특히 궁에서 아끼는 노래가
문제의 '사랑인가요' 이다.
내가 일부러 시간을 내서 세어보니,
내 기억이 맞다면
23부까진 딱 네번 정도 깔아준 것 같다.
그런데 그 노래를 깔아주는 타이밍이 정말 기가 막히다.
그리고 그 경쾌한 노래가
어쩐지 가슴을 아릿하게 하고 달뜨게 하고 설레게 하는 이유는,
바로 그 노래가 깔리는 장면과의 조화가 또한 기막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황태자부부의 몰래 데이트씬에서도
이 노래가 깔리는데,
그리하여 역시나 구태의연할수도 있는
이 장면은 신선해진다.
게다가 이제 휘날레를 앞두고 있어서인지
가슴에 젖어든다.
겉으로야 활짝 웃으며
이 시대의 평범한 젊은 연인들다운
데이트 코스를 밟고 있는
그러나 황태자 부부이기에
구태의연한 장면에서조차 구태의연할 수 없는
그들이다.
그리고 그게 바로 궁의 매력이자 강점이다.
많이 본 장면도
신군이 하기에 우리까지 그가 느끼는 신기함에
휩쓸려서
신군의 눈으로 우리가 평소에 아무 생각 없이 해온 일을
멀찌기서 바라보게 되는 것이다.
신군이 하기에
그 모든 것들은 새롭고 경이롭다.
신군은 아마도 처음으로 세상에 나온 것 같다.
설마 했는데
정말인가보다.
적어도 시내 한복판을 맨몸으로 나온 건 처음인가보다.
황족내지 왕족이라는 종족은 좀 특별하다.
조선조의 왕족들은 하다못해 버선도 내관이나 궁녀가 신겨주고
옷고름도 자기 손으로 매지 않는다.
그들은 할 줄 아는게 아무것도 없다.
밥술은 자기 손으로 떠먹었으려나?
아무튼지간에
심하게 말하면 그들은 심각한 병자들인 것이다.
궁 안에 있으면야 귀인들이지만,
세상에 나오면 심하게 불균형하고 모자란 인간들이 될 것이다.
신군은 채경의 손에 이끌려 세상으로 나왔다.
궁에서야 황태자 전하시지만,
세상에 나오면, 마치 채경의 친정 나들이때처럼
채경이 치마꼬리를 잡고 다녀야한다.
신군은
무려 버스를 탄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채경이가 하는대로 따라해본다.
황태자인 신군이기에 우린 웃을 수 있지만
다르게 보면 완존 바보 아닌가!
그 오만한 인간이 세상에 내놓으니
아무것도 아는 게 없지 않은가!
피씨방에 가고,
울긋불긋 가발도 써본다.
그런 걸 쓰면
큰일이라도 날 줄 알았는데
별일 안생겨서 안심한다.
그리고
명동 거리를 인파에 섞여서 걷는다.
신군 말마따나
'다신 널 만날 수 없다해도 이 순간을 영원히 잊지 않을 거야!'
라고 말할 수 있는 경험을 한 것이다.
나도 신채경이 이신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 몰래데이트는
명동 한복판에서의 키쓰신으로 마무리되는데,
궁 최고의 명장면으로 회자되는
그 장면은
불후의 명곡(?)
'사랑인가요'
를 완성시키는 것 같다.
얼마나 사랑하는지 말해달라고 졸라대는 채경이에게
신군은 행동으로 보여준다.
체통을 생명처럼 여기는 신군이,
16세기식 가치관이 지배하는 이상한 세계에 살고 있는
신군이,
가부장적이고 보수적이기가 나이에 걸맞지 않을 수밖에 없는 교육을 받아온 신군이,
인파 속의 거리 한복판에서
채경에게 키쓰를 한다..
이 장면도, 역시나
신군이 황태자이기에 힘을 받는다.
그러고보면
궁의 힘은 역시나
'궁'에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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