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놀로그
궁 23부- 동참할 수 없는 그들의 사랑과 주지훈의 신군 본문
신채경이라는 캐릭터는,
로코(궁도 초중반까지는 로코적 요소가 있었으니)의 여주치곤
정말 난해하다고 전에 말한 적이 있다.
원래 로코는 여주의 역할이 중요하다.
또한 대다수의 로코가 그러했다.
물론 그 로코에 등장하는 싸가지 왕자의 매력에 여인네들이 쓰러지지만,
그 싸가지 왕자의 매력을 최대한 끌어내는 것도
여주의 역할이다.
싸가지 왕자들은 복잡하다.
트라우마도 있고, 성격도 까칠하고
겉보기보단 여리고 섬세하다.
하지만 여주는 그래선 안된다.
아주 단순하고 씩씩하고 쾌활하고 현실적이어야한다.
그러면서 남모르는 깊이가 있어야한다.
요게 키포인트이다.
단순하면서도 깊이가 있는 캐릭터..
그리고 제일 중요한 게 있는데,
절대로 질척대지 말아야한다.
로코에서 여주가 질척대면 끝장이다.
신채경 캐릭터가 난해한 건
다른 조건은 다 들어맞는데
두 가지에서 실패였기 때문이다.
첫째로
깊이가 없다.
그만큼 다른 로코보단 천진한 맛은 있지만
깊이가 없으니
싸가지 왕자에 대한 사랑에서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채경이가 율군에게 한 말
'너를 처음 만났다면 널 좋아했을지도 몰라
그냥 누구나 쉽게 좋아하는 성격이라서 그런 것 같아'
신군을 좋아한다며 덧붙인 저 말이 정녕 사실이다.
효린만큼도 신군에 대한 마음이 와닿지 않는,
참 묘한 캐릭터이다.
그래서 난 아이러니하게도
궁을 보면서 채경이가 신군을 좋아하는 게
믿어지지도 않았고,
가끔은 또 그런 느낌이 올 때마다
신기하기도 했다.
대체 채경이는 왜,
신군을 좋아하는걸까?
대개,
로코의 여주들은 싸가지왕자를 재수없어한다.
그러다가 어느 틈엔가!!
그를 사랑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그런데,
신군에 관한 한,
채경이는 첫날밤에 벌써 그에게 호기심을 품는다.
그다지 생각이 깊어보이지도, 그다지 인간성의 깊이도
보이지 않음에도 신군에게 대뜸 호기심을 품는 게
어쩐지 내겐 이상하다.
그런데
이게 문제이다.
내겐 채경의 신군에 대한 감정이
관심 내지 호기심 정도로만 보이는 것이다.
다른 사람은 어떨지 모르지만
내겐 그렇다는 것이다.
그래서
내게 말하라고 하면
궁에서 가장 매력적인 부분이
너무나도 당연한 그것,
즉 채경이가 그를 사랑한다는 사실이다.
그것도 그냥 사랑하는 게 아니라
2500년 후에라도 사랑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대체 채경이는 왜 신군을 사랑하는걸까?
그게 와닿지가 않아서이다.
그러나,
한편으론 내가 신군을 사랑하기에,
채경이가 사랑하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내가 신군을 사랑하는 것에 비하면
채경의 사랑은 대단히 부족해보인다.
둘째로, 그녀는 후반에 가면서
무지하게 질척댄다.
아예 눈물의 여왕으로 돌변해서
립스틱 짙게 바르고
라는 노래가 어울릴 정도이다.
하지만 그녀가 왜!!그러는지
그또한 내게 와닿지가 않는다.
싸가지 왕자가 저리가랄 정도로 싸가지가 더 없어진 것도
에러인데,
게다가 질척대기까지 하면
이건 성인 멜로와 다를 바가 없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어떻든 궁은 19세 청소년들의 이야기이니만큼
그럼 대단히 곤란해진다.
채경의 감정의 깊이와 진정성에 대한
글과, 그녀가 부리는 어거지에 대해선그동안 수없이 써왔기에
또다시 되풀이하긴 지겹다.
궁이 뒷부분으로 가면서
기기묘묘한 드라마가 된 책임은
전적으로 신채경 캐릭터의 흔들림이 져야하지만,
동시에
그 덕분에 급부상한 신군이라는 캐릭터가
극을 장악해버리면서
균형이 깨진 탓도 크다.
다모도 그랬지만
한 캐릭터가 전적으로 극을 지탱하는 건 정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무튼지간에,
난 23부에 이르러
이미 채경에게 지칠대로 지쳤기에
더이상 그녀를 사랑할 수가 없다.
따라서 신군이 그녀를 왜 사랑하는지 알 수가 없어지고 말았다.
전엔 확실하게 알았는데 나도 방향을 상실해버린 것이다.
첫째로
그녀가 갑자기 신군에게 실은 너무나 널 사랑했노라며 방향선회한 것을
따라잡을 수가 없다.
방금 전까지 신군을 헌신짝 버리듯 돌아섰던 채경이가
갑자기 너무나 간단하게 신군에 대한 영원한 사랑을 맹세하고,
신군같은 답답하고 이기적인 인간들 때문에
숨을 쉴 수가 없다고 난리를 치다가,
갑자기
궁에서 숨을 쉴 수 있었던 것은
신군 때문이었다고 말하는 것도
납득이 안간다.
채경이가 본심을 숨기고 마음에도 없이
궁에서 떠나려고 한 거라면 또 모르겠는데,
그녀는 그야말로 궁에서 벗어날 수만 있다면
못할 짓이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그때 채경에겐 신군의 존재는 전혀 궁을 떠남에 있어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을 궁에 붙들어두려는 타도 대상처럼 보일 정도이다.
신군의 사랑이 부족하고 의심스러워서였다면,
갑자기 왜 그런 불신이 사라졌는가도 내겐 설명이 안된다.
신군이 방화범으로 몰린 것으로 모든 걸 갑자기 만회하기엔
심히 부족하단 말이다.
그리하여,
23부 이후의 궁은 물론 매력적인 건 여전하지만,
그 매력은 오로지 신군의 어깨 위에 모조리 실린다.
내겐 궁=신군
이 되버렸다.
신군밖엔 보이지 않고,
그저 신군을 위해서 궁이 존재한다.
하지만,
드라마를 본다는 것이
단지 한 캐릭터, 그리고 그 캐릭터를 연기하는 배우를
보기 위해서..라는 건
내겐 그다지 달갑지 않다.
폐비와 유배가 거론되자
채경에게 달려와서
'내 허락없이 아프지마..'
(이거 예전의 채경의 주장대로라면 답답하고 이기적인 사고방식인데..쩝)
라며 꼭 안아주는,
아니 차라리 자기가 안기는 듯한
절망적인 신군의 몸짓엔 더없이 마음이 가지만,
정작 그 대상을 보면 확 깬다.
채경이는 폐비되는 게 마땅하지 않아?
이런 생각이 드는 걸 어쩌랴!!
ㅠㅠ
신군은 심문인지 조사인지를 받으러 갈 준비를 하는 것 같다.
그때 '미운오리새끼는 백조였다'
는 선언을 듣고 학교에서 돌아온
채경의 애절한 시선을 애써 이리저리 피한다.
자기로 인해 괴로와하는 채경의 애처로운 모습을
차마 볼 수가 없어, 그 모습을 볼 용기가 생길 때까지
시간을 좀 벌어보려는 것 같다.
마침내 용기가 생겼는지
신군은 채경을 바라본다.
이때,
참..신군의 시선은 다정하고, 미소는 따스하며
온몸으로 채경에 대한 사랑을 표현한다.
불행히도
난 이때도 신군의 심정에 동참하지 못한다.
단지 주지훈의 신군만 본다.
그리고 더이상 주지훈의 신군이 채경이 때문에
괴로와하지 않는 것만도 그저 감지덕지하다.
그가 왜 채경에게 그런 시선을 던지는지,
어째서 그토록 그녀를 사랑하는지
이해를 못하지만
아무래도 좋은 것이다.
어차피 이제 곧 끝날 드라마 '궁'이고,
그들이 왜 서로 사랑하는지
알아서 뭐하겠는가!
그냥 주지훈의 신군만 거기 있어주면 되는거지..
그러나
이런 느낌으로 궁을 보는 건
절대로 내가 원하는 바가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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