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놀로그
마왕 19부- 프랑켄쉬타인 오승하와 중독 본문
19부에 이르러
처음으로 '심증'만 있고 '물증'은 없었던
영철과 승하의 관계가 우리 앞에 드러난다.
그들은 지옥문 앞에 나란히 선다.
이때,
고뇌에 가득 찬 승하의 표정이 이어서 영철에 대한
연민으로 바뀐다.
낙인이 찍힌 인간은
자신의 약함을 인정하기에,
타인에 대해서 연민을 가진다.
자신의 약함을 인정하는 건
실은 세상에서 가장 강한 자들만이 할 수 있다.
영철과의 만남에서
그것이 극명하게 드러난다.
승하와는 달리 영철은 득의만만한 표정이다.
그는 희열에 가득차 있다.
그는 지옥문 앞에 서지만,
그러나 자기는 그 지옥문 앞에서
사면받은 몸이라고 착각하기에
광적인 희열에 가득차 있는 것이다.
그는 자기가 심판자이고,
전지전능하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그것은 이미 중독의 경지에 이르렀다.
따라서
누군가 말했던
'악에 중독'된 인물은
바로 영철이며,
그것은 그만큼 그가 나약함 인간임을 보여준다.
그가 악에 중독된 가장 큰 이유는,
오로지 자기가 자신의 잘못을 정면으로 인정할 용기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그도 피해자였지만,
또한 그는 가해자이기도 했는데
그는 피해자로서의 자신만을 생각하고
그것에 한없는 연민을 스스로 지니고 있으며,
가해자로서의 자신의 죄는
타인에게 떠민다.
그래야만 그는 잠재된 태훈에 대한 죄책감에서
벗어날 수가 있다.
그는 어렴풋이 느끼는 죄의식을 오수에게 전가함으로써
더욱 더 심판하고 있다는 착각에 사로잡힐 수가 있다.
그리고
승하의 영철에 대한 연민은,
이윽고
자신이 만들어낸 괴물을 보는
프랭켄쉬타인 같은 심정으로 바뀌어간다.
영철의 나약하고 비겁하고 소심한 성격과
그 이면에 숨어 있는 죄책감을 이용했었는데
이제 그는 자기의 힘으로는 통제가 되지 않는
괴물로 성장했고,
더 나아가
괴물이 되었다는 사실에 만족감과 기쁨까지 느끼고 있다.
낙인이 찍힌 채로 세상에 나오지 못한
아둔한 인간에 대한 연민이
이제 승하의 시선에서
두려움과 놀라움과 더불어 비어져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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