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놀로그
마왕19부- 주지훈의 오승하, 멜로와 하드보일드의 드라마틱한 조화 본문
마왕은,
엄밀하게 멜로가 주류는 아니다.
즉,
승하와 해인의 멜로가 드라마의 주류는 아니라는 뜻이다.
내가 보기엔 그러하다.
오히려,
승하와 오수의 멜로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에 못지 않게 드라마에 극적이고 드라마틱한
긴장감과 더불어 오승하라는 인물의 비극성을 고조시키는 것이
또한 해인과의 멜로라는 생각이 든다.
마왕의 후반에 들어서면서
해인과의 비극적 관계가 고조될수록
주지훈의 오승하는 아름답고 색다른 표정들로 나를 숨가쁘게 한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이 모습이다.
난 이런 표정에서 전율을 느낀다.
멜로와 하드보일드의 드라마틱한 조화랄까??
이건 내가 상상하기 힘든 기묘한 배합이다.
방금 전에 벌어졌던 상황의
결과로 그 주체적인 인물이 지을 수 있는
수만가지의 모션 중에
내가 예상한 것에서 크게 벗어난다.
궁에서도 그러했지만
역시 그의 연기 동선은
늘 내가 알 수 없는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것, 새로운 세계, 신천지를 발견한
놀라움이 고통스럽게 엄습한다.
고통스러운 이유는,
주지훈이기 때문이다.
그는 이런 모습으로 나를 행복하고 충만하게 해주기보다
고통스럽게 만드는 재주를 가지고 있다.
그것은
기막힌 예술품을 발견한 순간
그것을 소유하고 싶은데,
그것이 불가능한다는 것을 명확하게 인식할 때
느끼는 고통스러움이다.
이건 새로운 경험이다.
그래서 난 주지훈을 좋아하지만,
한편으론 피하고 싶기도 한 것이다.
그는 늘 상상을 초월하는 아름다움으로
날 자극하면서 힘들게 하기 때문이다.
매달리는 해인을 힘겹게, 그러나 단호하게 뿌리치고
돌아선 승하는,
한동안 자신을 가누듯
뒷모습만 보여준다.
우린 그 뒷모습만으로 많은 걸 읽어내야한다.
그리고 그 뒷모습은 우리가 읽고싶은 것들을
상상의 영역에서 충분히 표현해준다.
이윽고 화면은
갑자기 기하학적이고 삭막한 느낌을 주는
오피스텔을 더더욱 그로테스크하게 잡으며,
오피스텔은 승하의 은둔처가 아니라
거대하고 기괴한 공간으로 비춰진다.
그동안 그 공간을 자유자재로,
혹은 무관심하게 활용하던 오승하를
한 귀퉁이로 몰아넣는다.
그는 이미 자기의 은둔처의 지배가 아니라,
그곳에서마저 밀려나는 느낌이다.
그만큼 그는 설 땅을 잃어가고 있는 것 같다.
해인을 뿌리치고 온 그에게서
그를 지탱하던 모든 에너지가 많이 쇠약해지고
그의 신념도 보잘 것 없어지고,
따라서
그는 뭘 해야 좋을지 알 수 없는
어린애처럼 보인다.
이 모습은,
주지훈의 아름다움을 가장 잘 드러내는 카메라 위치이다.
그의 개성적이면서 아름다운 선이 고스란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이 아름다운 얼굴에
깊고 서늘한 푸른 음영이 드리워지면서,
멜로와 하드보일드의 조화는 극치를 이룬다.
난 한 여인에 대한 사랑에
서늘함을 실을 수 있는
주지훈의 오승하에게
찬탄과, 아울러 육체적인 고통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주지훈, 그는 아름답고 독창적이며
새로운 배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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