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놀로그
궁 22부- 주지훈의 신군, 익숙치 않은 동선의 매력 본문
돌이켜보면,
내가 주지훈의 신군에게 주목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그의 연기 동선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는 비주얼 그럴듯하지만, 연기력은 미흡한 신인 배우가,
로만틱한 역을 맡았을 때
누구나 하는 연기를 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는 쉬운 길을 택하지 않았다.
물론, 그것은 연출의 힘일수도 있다.
연기도 연출의 영역이다.
하지만 연출이 아무리 뛰어나도
배우가 따라주지 않으면 말짱 소용없는 일이다.
내가
궁에서의 주지훈 연기에 대해서
호감을 가지게 된 가장 큰 이유가 그것이 아닌가 싶다.
그의 등장은 새로왔고,
그의 비주얼은 개성적이었으며
그의 연기 동선은 눈에 익지 않았다.
혹자는 그렇게 눈에 설은 주지훈의 연기 동선이 탐탁치 않았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그의 신군 연기에 반감이나 비호감을 느끼는 사람들은
실은 그런 이유일 가능성이 높다.
새롭고 낯선 주지훈의 연기 동선은
자칫 서툴게 보일 수 있다.
그리고 실제로 서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그 한계 속에서도 독창적인 동선을 찾아 움직이며
성장해간다.
그리고 그것은 내겐 신선하게 보였다.
난 익숙한 연기 동선이 지겹기 때문이다.
몇몇 장면에서 특히 그것이 두드러졌고,
그때마다 난 그에게 새롭게 주목하고 또 매혹되었는데,
채경의 폐비론을 두고
혜정전과 벌이는 대결이 그 중 하나이다.
그의 새로운 연기 동선의 매력 중 하나는
정지의 미학이다.
그 정지의 순간에
그는 많은 것을 담아낸다.
신군은 정적인 인물이다.
그는 어느 경우에도 무표정하고, 감정을 쉽사리 드러내지 않으며
동작은 절제되어 있다.
특히 그의 내면에서 뭔가가 강렬하게 들끓고 있다고
우리가 생각할 때 그는 폭발하기보단 극도로 감정을 절제한다.
하지만,
그것은 내면에 무서운 에너지를 품고 있기에
살벌하고 냉정하고 오만하다.
그리고 그것을 정지 상태로 표현하고 있다.
그것은 매우 절묘하고 미묘한 것이라
캐취하기가 쉽진 않다.
어쩌면 내 취향에 맞기에 눈에 들어온 건지도 모른다.
종친들의 황태자비 폐비론을 듣는 순간,
신군은 그의 정치적 감각으로
재빨리 혜정전의 비장의 카드임을 알아차린다.
그리고,
그럴 경우 대다수의 드라마에 나오는 장면이
어쩌면
신군이 혜정전을 찾아가는 대목일 것이다.
사랑하는 여자를 지키기 위해
적진 한 가운데로 곧바로 뛰어들어
적장과 대결하는 장면이
그다지 새로울 것도 없다.
그런데,
마치 강릉 밀월 여행에서
'나 잡아 봐라!'
가 그토록 구태의연함에도 궁에선 새로왔듯이
역시 혜정전을 찾아간
주지훈의 신군은 새롭다.
그는 절도 있는 동작과
무표정하지만 싸늘하고 오만한 자세로
혜정전과 차분하게 대결한다.
그런 장면에서조차 그는 매우 정적이지만,
그는 교묘하게 자신의 분노와 경멸을
채경에 대한 깊은 배려와 애정을 담아
화면에 수놓고 있다.
정적인 상태에서의 서늘한 분노는 매우 강렬하다.
내가 궁을 볼 당시에
매우 감탄했던 그 장면에서
주지훈은 동작의 매우 비좁은 틀 안에서
새로운 연기 동선을 창조한다.
그는 예기치 않은 순간에
정지 상태를 보여준다.
그 정지 상태는
예사롭지 않다.
왜냐면
그의 심리를 반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혜정전과의 대결 장면에선
차라리
혜정전이 구태의연하다.
왜냐면 혜정전 역의 심혜진은
노련한 배우이기에 오히려 익숙한 연기 동선을
찾기 때문이다.
반면에 주지훈의 신군은
그런 경우에 누구나 쉽사리 찾을 수 있는
동선을 벗어나
자기만의 길을 걷는다.
그래서,
그 장면에서의 혜정전역의 원로 배우의 능숙하지만
지루한 연기 동선은 묻히지만,
주지훈의 신군이 걷는
낯선 동선은
돋보이며, 그는 그 장면에서
혜정전을 압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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