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놀로그
마왕 18부- 분열 본문
이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떠오르는 장면이 있다.
냉장고에 반사된 희끄무레한 모습이다.
피빛 냉장고 저쪽에서 자신을 바라볼 때,
생명력이라곤 없는 차갑고 무의미한 눈빛이 어둡게 자신을 건너다보았었다.
시간이 조금 더 흐른 후에
샤워를 하던 중
김에 서린 거울 속에서도 그는 자기 자신을 보았다.
그는 거울을 닦아보았지만, 자기 얼굴이 선명해지려하자
이내 그 얼굴을 손바닥으로 가려버렸었다.
이제 그는 다시 거울 앞에 섰고,
그의 전신이 분명하고 뚜렷하게 반대편에 서 있다.
오승하도, 우리도
처음으로 그의 전신이 맑은 거울 속에
적나라하게 비추어진 것을 본다.
그러나 거울을 손바닥으로 가렸던 그는 이제
거울 속의 인물에게 술을 끼얹는다.
그러자
거울 속의 그는 흘러내리는 액체 속에서 서서히
분열된다.
그는 더이상 피할 곳이 없어진 것을 잘 아는 듯
그 모습을 직시하고 있다.
어디까지 가야 넌 만족할거니??
거울 속의 일그러진 자화상에게 그는 물어본다.
거울 이쪽과 저쪽의 오승하와,
거울 안에서도 두 모습으로 나뉘어지는 오승하..
그는 이제 안팎으로
해체되고 있다.
하지만
그는 원망스럽게 바라보던 거울 속의 인물에게서
시선을 돌린다.
이젠 끝까지 갈 수 밖에 없다는 말을 듣기라도 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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