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놀로그
변하지 않은 여름, 변해버린 나 본문
여름이다.
여름..
난 우울하게 창밖으로 시선을 던진다.
일년..일년..일년..
시간이란 건 참 묘하다.
도무지가 변하지 않는다.
어제가 오늘이고,
오늘이 내일이고
한달이 지나도
두달이 지나도
그리고 일년이 지나도
달라지지 않는다.
테이블 위에 놓인 어떤 물건이
몇년이고 같은 자리에서 꿈쩍도 않하는 것 같다.
그러다가
어느날 갑자기 모든 것이 변해버린다.
작년이 그랬다.
심각한 변화가
몇년을 잠복하고 있던 질병처럼 갑자기 나를 강타했다.
난 많은 걸 상실하고
그러나 상실감을 느낄 틈도 없이
그 숨가뿐 변화를 따라잡기 위해 달렸다.
그래서
지금 난 이렇게 허탈한지도 모르겠다.
작년 여름과 올 여름은 전혀 다른데,
나도 변하고
내 주변도 변했는데,
여름은 작년과 조금도 다를 바 없는
그 불쾌한 입김을 나에게 불고 있다.
손을 휘저으며
그 텁텁한 입김을 피해보려고 하지만,
어쩌면 그렇게 여름은
달라지지 않는걸까?
나도 변하고
내 인생도 변하고
내 주변도 변했는데
어째서
이 빌어먹을 여름은
그대로인가?
가을에 밀리고 겨울에 밀려서
잠시 피해있다가
재빨리 제자리로 되돌아온 듯
뻔뻔스러운 몰골로
활개를 치고 있다.
여름은 이렇게
달라지지 않았는데
난 어째서
작년의 내가 아닌거지?
그게 화가나서
난 여름을 무섭게 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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