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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박신양의 연기를 보면서... 본문
박신양!
그가 연기 잘하는 배우라는 건
의심할 여지가 없다.
요즘 난 지난 드라마 순례를 틈틈이 하고 있는데,
파리의 연인과, 쩐의 전쟁을 보면서
과연...
하고 찬탄을 했다.
박신양 영화는
솔직히 거의 본 게 없다시피하고,
드라마는 최근에 본
두 개가 전부인데,
그 두 개의 드라마만으로도
그가 연기 잘하는 배우라는 걸
인정한다.
나이가 들면서 얼굴도 개성이 잘 드러나서
그만하면 멋있다.
사람은 나이가 들면
용모의 단점이 부각된다고 한다.
그래서 보기 좋게 나이들어가는 게 힘든지도 모르겠다.
박신양의 경우는
단점보단 장점이 점차 두드러지는 용모 같다.
젊은 시절엔 이렇다하게 눈에 들어오는 개성을 못느꼈는데
지금은 볼수록 매력 있다.
연기는 자유자재로
그야말로 즐기면서 하는 것 같다.
연기의 폭도 넓고 깊다.
그런데도
뭔가 부족하다.
그 뭔가가 뭔지 난 의아해서
쩐의 전쟁을 몇 번이나 돌려봤다.
드라마 자체도 몇 번은 봐줘야 그 맛을 제대로
음미할 수 있는 드라마라고 생각했고,
난 맘에 드는 드라마는 몇번은 기본으로 봐준다.
집중력이 약해서 놓치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렇게 다시보기를 하다보니
박신양의 연기에서 뭔가가 나에게 거슬리기 시작한다.
그게 뭔지 한참 생각해봤다.
그리고 갑자기 깨달았다.
그는 연기를 잘한다.
즉 테크니컬하게 잘한다.
하지만,
극중에서 인간관계에 놓여졌을 때
그의 연기에선 진정성이 느껴지질 않는다.
그가 멜로를 하면
이상하게 전혀 설레지 않는것이 신기했었다.
연애를 하거나, 사랑에 점차로 빠져들어가는 과정에 있어서
전혀 휩쓸리게 해주지 않는 독특한 능력이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찬찬히 보니 단지 멜로부분만이 아니라
대개의 인간 관계에 놓여질 때
그는 그 상대 인물과의 액션과 리액션에 있어서
동떨어져 있다.
그래서 조화롭지가 않다.
예를 들어서,
쩐의 전쟁에서
그는 사랑하는 여자가 있었다.
돈 때문에, 그리고 상황 때문에
그는 헤어진다.
이후로 그의 그 여자에 대한 마음이 어떤 종류의 것인지
전혀 와닿지가 않는다.
그 여자를 바라보는 눈빛이나 표정이
다른 사람을 대할 때와 달라지지 않기 떄문이다.
그렇다고
그가 새롭게 만난 여자인 박진희와의 관계에 있어서
그의 태도가 달라지는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두 여자를 대하는 그의 액션은 큰 차이가 없다.
그렇다면
누이동생은 어떨까??
남자에게 있어서 누이동생이란
사랑하는 여자와는 또 다르다.
금나라에겐 사랑보다 더 절실한 것이
가족이다.
그는 돈 때문에 가족을 잃었고,
더더우기 극중에서 그는 여동생을 끔찍하게 사랑하는 것으로 나온다.
그에겐 사랑하는 여자보다 더 가슴 저린 존재가
여동생이어야한다.
그런데
그 여동생을 대할 때
과연 그의 절절한 심정을 느낄 수가 있나하면
그것도 아니다.
참 묘한 일이다.
그의 철천지 웬수인 마동포를 대할 때
겉으로야 어떻든 그의 내면에서 소용돌이치는
복잡한 분노가 느껴지냐하면 그 또한 아니다.
그는 이상하게
연기를 참 잘하건만,
즉 유연한 몸놀림과 대사치기를 자유자재로 하면서
망가지기도 하고,
심각해지기도 하고
유머러스하기도 하는 등
한껏 브라운관을 장악해서 원맨쇼를 하다시피하면서
어째서
막상 인간 관계에 있어선
그가 어떤 상태인지 와닿지가 않는 것일까?
상대에 따라 그의 리액션의 변화가
느껴지지 않는걸까??
왜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으면서
조화롭지도 못하고
상대역과의 리액션에서
내게 그 어떤 커뮤니케이션을 주지 못하는걸까?
그렇다면 연기를 잘한다는 느낌은
대체 어디서 오는거란 말인가?
연기를 잘하는 것이
과연 테크니컬한 면에서 탁월한 것을 일컬음인가??
나도 그가 참 잘한다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그건 그가 원맨쇼를 하듯
홀로 나오는 장면에서만 그렇게 느낀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나올 때도
그는 잘 한다.
하지만
그 인간들과의 감정 소통에 이르면
난 갑자기 그 배우의 마음을 잃어버린다.
참 신기한 일이다.
파리의 연인에서도 그랬지만
쩐의 전쟁에서도
그 어떤 처절한 상황에서도
그는 굉장히 쿨하다.
그 쿨함이 지나쳐서
일종의 장막을 드리운다.
그리하여
정작 가장 중요한 등장인물과의 관계에 있어선
그가 그 누구와도 진심으로
교감을 주고받고 있지 않다는 느낌을
주는 게 아닌가 싶다.
그래서 그는 연기를 참 잘하지만
감동을 주진 못하고 있다.
물론, 내 주관적인 생각일 뿐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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