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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왕 18부- 오승하 고양이와 강희수 쥐 본문

주지훈/마왕

마왕 18부- 오승하 고양이와 강희수 쥐

모놀로그 2011. 5. 20. 05:52

강희수는 평소 참을성 많고, 조용하며 부드러운 사람처럼 보였다.

그러나 오수와는 달리 순종적으로 아버지 곁에서 시키는대로

살다보니 어느덧 아버지 방식으로 해결하는 것이

자연스레 몸에 배인 게 아닐까?

 

흔히 말하듯 호인이고, 참을성 많고 선량한 사람이자

착한 아들에, 좋은 형이요, 자상한 남편이던 희수는,

 

한편으론 강동현의 오른팔로

그의 돈과 권력이 주는 힘의 논리에 자연스레 편승해서

호의호식하며, 또한 자신도 그런 권력을 누려왔을테니 말이다.

 

오수처럼, 아버지를 거역하지 않은 대신에

그는 부를 누리고, 권력을 누리고

그들이 그렇게 부와 권력을 누리기 위해

희생당하는 또다른 인간들에겐 전혀 신경도 쓰지 않고 살아왔을테니 말이다.

 

그의 사람좋아보이는 선량함이 그렇다면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그런 모순은 뭔가 틈새를 찾아 눈을 번득이다.

자기도 모르게 마음 속에 쌓이고 쌓인 갖가지 쓰레기들이

틈새를 발견하자마자 화산처럼 강렬한 에너지로 폭발한다.

 

그는 아내의 부정을 알고난 후에

침착하고 냉철하게 나름대로 응징을 시작한다.

 

일찌감치 그에게 보내진 사진은,

붉은 봉투 속에 들어 있었다.

 

붉은 봉투는 죽음의 명단에 올랐다는 의미임에도,

순기처럼,

그도 누군가 자기를 위해서 그 사진을 보내줬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오수의 형으로써,

여기저기 날아다니는 붉은 봉투 속의 타로카드가 피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을 때

왜 그는 그걸 경고로 받아들이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인간들은 왜 자기는 예외일 거라고 늘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그런 의미에서 그는 자기가 사람 취급도 안했을 순기와 동급 반열에 오른다.

 

또한 그 순기를 죽이고 석진을 살인범으로 조작하는 것으로

자신의 아버지와도 동등해진다.

 

 

뒤늦게 다시 받아든 붉은 봉투 속엔

이제야말로 자기가 저지른 살인의 증거들이 생생하게 찍혀 있으나

이미 돌이킬 수 없다.

 

아버지 강의원은 석진을 위해 최선을 다하라고 윽박지르는데,

석진을 살리려면

자기가 죽어야하는 묘한 상황에 놓인 셈이다.

 

문제는 고문 변호사 오승하인데,

 

제아무리 석진의 변호를 맡았다해도

호텔의 고문변호사라면 고용주가 원하는 게 뭔지 알아서

받들어야 마땅하다.

아마 그동안 희수가 상대해온 이른바 고문 변호사라는 족속들은

그렇게 처신했을 것이다.

 

진실이 뭔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떻게 하는 것이 희수나 호텔, 혹은 강의원 측에 유리한가를

재빨리 감지해내고,

희수에겐 실은 석진을 살릴 생각이 전혀 없다는 걸

알아차려서

변호하는 체 하다가 결국은 모든 걸 뒤집어씌워 희생양으로 만들어

적당히 사건을 끝냈을 것이다.

 

그렇게하여 한 호텔의 고문 변호사라는 지위를 더욱 공고히하고,

희수의 오른팔이 되서 자신의 입지도 굳힌다.

 

그런데 새로이 고용한 호텔 고문 변호사인

오승하는 전혀 그럴 기색이 없다.

 

자기가 주는 힌트도 못들은 체 한다.

 

자기 자신을 위해서 싸워야하는 게 실은 그의 임무인데

정말 석진의 무죄를 밝히려 하지 않는가!!

 

뿐이랴, 기분나쁜 미소와 눈빛으로 자신을 압박하기까지 한다.

 

짜르고 싶어도 너무 늦었다.

그럴 명분도 없을 뿐더러,

아버지 강의원이 오승하를 지지하고 있다.

아버지에게, 오승하가 석진을 살리려고 하니 짤라주셈

할 수도 없다.

이미 아버지는 석진을 살리라는 명령을 내렸으니!

 

 

실은 내가 순기를 죽이고 석진에게 뒤집어씌웠는데

그걸 오승하가 밝히려고 하니

제발 고문변호사에서 내쫓아달라고 고백할수도 없다.

그런 짓을 부모에게 할 자식은 없으니..

 

아니,

문제는 그렇게한다쳐도

이미 오승하는 뭔가 진실을 알고 있는 것 같다.

그러니 순순히 물러날 리가 없다.

 

오승하 고양이 앞에서

점점 궁지에 몰리는 강희수 쥐가

그러나

무척 안타깝다.

 

너무 안타까와서 화가 날 정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