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놀로그
궁 21부- 채경의 진심이란 것은?? 본문
석고대죄란 것이
21세기의 황실에도 있을 줄은 몰랐다.
아니 그런 구시대적 발상을
매우 현대적인 혜정전이
그보다 더 현대적인 채경에게 찔러넣고,
낼름 그걸 감행하는 것 자체가 희대의 코미디가 아닐 수 없다.
설사,
21세기에도 석고대죄가 있다 한들,
채경이가 하는 석고대죄 정도라면
뭐 견딜 만 하다.
조선시대의 석고대죄라면 기껏해야 드라마에서 본 것밖엔 없지만
맨땅 위에 돗자리 하나 깔고
소복 차림으로 그 위에 올라앉아서
윗전인지 왕인지가
그만하라는 명을 내릴 때까지
몇날 며칠을 해야했던 것이니..
날씨라도 화창한 봄이라면 또 모르겠는데,
한 겨울이거나, 한 여름이라면 정말 죽음보다 더한 고통이 아닐 수 없다.
실제로 사도세자는 밥먹듯 석고대죄를 해야했는데,
팔자가 드센 인간이라 그랬던지
꼭 한 겨울에만 하더란 말이다.
궁궐의 혹한 속에서,
얼음 위에 엎드려
몇날 며칠을 석고대죄를 하다가
그대로 꽁꽁 얼어서 얼음석상이 되도록,
왕은 노여움을 풀지 않기가 일쑤였다고 한다.
사실인진 알 수 없지만..
얼어죽기 일보 직전에야 겨우 거두라는 명이 떨어지면
동궁전 내시들이 달려들어 그를 일으키려는데
얼어붙은 사지가 펴지질 않아
엎드린 자세 그대로 난짝 들어서
동궁전으로 데려가야했다니...
아들이 혹한 속에서 몇날 며칠
대죄를 하느라, 동사에 아사까지 겸비할 동안,
자기는 뜨뜻한 방안에서
'내가 이토록 화가 났도다'
라고 과시를 하며
버티는 왕이 더 끔찍하다.
하여튼,
아늑한 방에
카페트(?)위에 올라앉아
고색창연(?)한 의상에다
쪽까지 진 채경의 석고대죄는
나에게 심한 궁금증을 일으키는 장면 중의 하나이다.
대체 채경이는 왜 석고대죄를 하고 앉았는 것일까??
물론,
태자비쯤 되는 인물이
방송에 대고 '이혼' 운운했으니
이건 석고대죄 정도론 부족한 행실이긴 하다.
하지만,
문제는 그게 아니라
채경이가 그걸 '잘못'이라고 스스로 인정하고
석고대죄라는 것이 있다는 걸
알자마자 곧바로 실행에 옮겼는데,
그것을 말리는 신군에게
'진심으로 빌면 용서해주실거야'
어쩌구 하는 말을 늘어놓는 것이다.
대체 채경이 말하는 진심이 뭘까?
이혼하고 싶어하는 것,
즉 궁에서 도망치고 싶은게 그녀의 진심인데
어떤 진심으로 빌겠다는 건가?
궁에서 도망치고 싶은 걸 빌겠다는 건가?
아니면 그냥 그 도망치고 싶은 마음을
굳이 방송에서 내비친 걸 빌겠다는 건가?
그녀가 말하는 잘못은 어느쪽 비중이 더 큰 건가?
그리고 도망치고 싶다한들
그게 잘못인가?
난 그녀가 자꾸만 잘못, 잘못 하는 게 너무 화가 난다.
왜 그걸 잘못으로 전락시키냔 말이다.
자기 말대로 그토록 절실한 자신의 진실이
겨우 잘못 정도밖엔 안되냔 말이다.
도망치고 싶은 마음은
궁안 사람들 모두에게 있다.
그렇다면
그런 마음을 품은 게 잘못이 아니라
그걸 입밖에 낸 것이 잘못이라는 논리가 된다.
그렇다면
그녀가 진심으로 빌겠다는 건
그런 말을 입밖에 낸 것을 말한다.
하지만,
그건 정말 사람 열받게 하는 짓 아닌가!
어떤 여자가
정말 시집이 지긋지긋하게 싫고
남편하고도 같이 살기 싫다면,
그런 말을 누구에겐가 한 것 보단
그런 마음을 품은 것이 더 문제이다.
하지만 그건 잘잘못을 따질 일은 아니다.
애초에 그런 마음을 가지게 된 것이 문제라면
문제일까..
그렇다면 그건 채경이 잘못이 아니라
모든 사람의 잘못인 것이다.
결국 너희들 떄문에
난 못살겠어서 도망치고 싶었는데
그런 마음을 감추지 않아서 미안해!
난 정말 궁에서 도망치고 싶지만,
그런 마음을 사람들이 알게 한 건
잘못이었어
용서해주지??
이런 석고대죄를 누가 이해하고
용서하리??
특히 신군 입장에선 굉장히 모욕적이고 열받을 일이다.
남편이 오죽 못났으면
이혼하고 싶다는 마음을 품게하고
그걸 방송에서 말하고
그래서 부모한테 혼나자
그런 마음을 품고 있음을 만인이 알게 해서 죄송해요!
라고 사죄를 한단 말인가!
또한 황제의 말대로
문제는 이혼 발언이 아니라
그 이면에 또다른 것인데.
그로 인해 다시금 야밤의 데이트 사건에 대한
의혹이 머리를 쳐든 만큼
어른들 입장에서 굳이 보자면,
그녀가 말하는 진심으로 비는 것 안에는
그 사건의 내막을 밝히고
용서를 비는 것이 포함되어야한다.
모든 걸 감추고
그저 비는 마음만 진심이라면 된다는 건
채경이 특유의 유아적 발상이다.
왜냐면
비는 마음도 진심일수가 없기 때문이다.
신군의 말대로
'쓸데없는 짓!'
이고
'그 알량한 진심 따위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이다.
그래서
난 채경이가 대체 왜 석고대죄를 하면서
무엇을 진심으로 빈다는 건지
이해가 가질 않는 것이다.
'아무것도 알려들지 말고
묻지도 말고
그저 잘못했다는 말만 들어서
노여움을 푸시와요'
이니
오히려 노여움을 더할 뿐인
석고대죄인 것이다.
하기야,
이제와서
'그건 의성대군이었사와요'
라고 말하는 것도 우습다.
'그 자리에
의성대군과 함께 있었어요'
'뿐만 아니라 그가 방송에서 이혼하고 싶다고하면 된다고 힌트를 주었사와요'
라고 말한다면,
방금 전까지 의성대군을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고
그와 더불어
뭐시기라는 행사에 나가야한다고
이번엔 침을 튀기며 단언한 황제의 체면이 말이 아니라
정말 기나긴 석고대죄를 해도
그 쪼잔한 황제는 절대로 용서 안했을 것 같다.
총체적 난관의 주체인 채경이가
단지 엎드려서 비는 것만으로
그게 자신의 진심이라고 하니,
얼마나 답답한 일인가!
황제가 원하는 건
진심이 아니라
진실인데
채경의 석고대죄엔 진심도 진실도 없으니
통할 리가 없다.
더더우기
정치적 감각이 전혀 없는 채경이가
여전히 진심 운운하며
자꾸만 사건을 만들어
자신을 궁지로 모는 것이 신군은 답답하다.
그녀가 그렇게 석고대죄를 하게 되면
오히려 그녀가 숨기고자하는
모든 것이 밝혀지기 때문이다.
신군도 율군이 적어도 비겁한 인물은 아님을 알고 있을 것이다.
또한 그가 진심 채경이를 사랑하는 것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
그렇게 석고대죄를 한답시고 무대를 마련하면
율군은 기회는 찬스라며
터뜨릴 것이 뻔하지 않은가!
하기 싫어도 그렇게 하게끔 지금 채경이가 몰아가고 있지 않은가!
하지만 그만두라고 해봤자
채경이는 여전히 고집스럽게 버틴다.
신군이 주도권을 찾아왔다고 생각하고 좋아했는데
전혀 아니었다.
신군도 아니라는 걸 알고 환멸을 느낀 모양이다.
남편으로서 자기 권위의 약빨이 전혀 먹히지 않자
열받아서 가버린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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