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놀로그
궁 21부- 주지훈의 신군,눈빛으로 말하는 모멸의 쓸쓸함 본문
공식행사에 동행하기 위해 황제를 찾아온 신군은
자신을 내치는 황제의 냉혹한 한 마디를 듣는다.
'태자는 물러가라!'
그 순간의 신군의 표정과 시선은
거의 무서울 정도이다.
그는 모멸감에 가득찬 표정을 짓는데,
그 모멸감은 단순히 그 자신이 느끼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모멸감을 황제에게 되돌려주면서,
다름 아닌 자신의 아버지에게 그런 모멸감을 보내는 아들의
비참한 심정을 낱낱이 드러내는 참담하면서도 쓸쓸함이 그득한
공허한 시선을 하고 있다.
그리고 주지훈은 저 순간에 아주 미세하지만 시시각각 변하는
표정으로 그 심정들을 알알히 표현하고 있다.
그가 저 순간에 느끼는 분노와 증오, 동시에 너무나 무력한 자기 자신에 대한
자조적인 냉소,
그리고 그 모든 것에 대한 비애와 쓸쓸함이 아주 짧은 시간에
번갈아 나타나는 것이다.
이윽고 율군이 나타났을 때,
그 율군 앞에서
더욱 기세등등해지는
황제의 매몰차고 모욕적인 언동과,
그 황제 앞에서 감히
자기 자신을 비웃는 듯한 율군과의 기묘한 하모니를 지켜보는
신군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황제의 거실에서 일어난 그 일막에서
신군은 그야말로 전지적 시점에 있는 유일한 인물이다.
그게 그의 비극이다.
아무것도 모른다면 모를까,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이
그를 쓸쓸하게 한다.
신군은 불행히도
아버지인 황제의 과거를 알고 있다.
자기를 밀어내려고 혈안이 되어 있는 혜정전과 부적절한 관계였으며,
그녀의 아들은 대를 이어서
자기의 아내인 황태자비를 노리고 있다.
지금 당사자인 율군 앞에서
그 문제를 가지고 자신을 함부로 대하는 아버지의 과거도 알고 있으며,
그런 황제의 모롤로그 연극을 태연히 지켜보고 있는 율군이야말로
지금 자기와 채경이 당하는 수모의 주범인 것도 알고 있다.
그런 율군이 뻔뻔스레, 대군의 임무 운운하며
황제 앞에서 다소곳하고 황족다운 얼굴로 서서
대한민국 황실의 앞날을 진정 염려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는 것을 지켜보는
신군의 심정은 어떨까?
정말 이렇게 섬찟한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을지도 모르겠다.
신군은 아직은 청소년이지 성인이 아니다. 하지만 성인도 감당하기 힘든 상황을 너무나 잘 견디고 있으니
그런 무리가 저런 표정으로 나타나도 할 말이 없다.
난 그런 끔찍한 상황에 처해본 적이 없어서 신군의 심정이 상상이 잘 안간다.
확실한 건
겨우 19세의 황태자 신군이 감당하기엔
너무 가혹하다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저런 미소 뒤엔 더없이 고적하고 쓸쓸하며 서글프기까지 한
표정이 이어진다.
팔리아치의
'의상을 입어라
라는 비통한 노래가 저 순간에
신군의 영혼 속에서 메아리치고 있지나 않았을까?
모든 격렬한 감정의 끝에는,
그것들을 자기에게 준 사람들이
다름 아닌 가족이라는 점에서,
모든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무턱 감수하고 침묵할 수밖에 없는
신군 입장에선
최후에 남는 건
저런 표정일 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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