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놀로그
박신양과 쩐의 전쟁 보너스 라운드 본문
난 쩐의 전쟁을 봐야겠다고 생각하고
모조리 다운받아놓고도
시간이 나지 않아
한참 후에야 보기 시작했다.
첫회를 보면서 좀 당황했다.
내가 생각한, 혹은 귀동냥으로 들어온 것과는
너무 달랐기 때문이다.
다운받은 파일을 자세히 살펴보니
1회가 두 개였다.
시간이 좀 지난 후에야 쩐의 전쟁은
보너스 라운드라는 스페셜이 따로 있음을 알았고,
내가 처음 본 것은 바로 그 보너스 라운드였던 것이다.
4부작이었는데,
어찌나 재미 있던지 오히려 본편이 보기 싫어서
오랫동안 미뤄두고 있다가
최근에야 보기 시작했다.
쩐의 전쟁 보너스 라운드는 일종의 활극이다.
줄리엣의 남자가 생각난다.
각 회마다 각각 다른 에피소드이고,
그것을 해결하면서도 줄거리는 이어지는 형식이다.
그리고
주인공이 껄렁껄렁한 사채업자면서도
막상 서부극의 정의로운 총잡이인 것도 줄리엣의 남자와 비슷하다.
쩐의 전쟁에서의 박신양 연기는
말로만 들었지만 과연 잘 한다.
3부쯤에 박신양이 러시아인으로 변신하고
사기꾼에게 오히려 사기를 치는 에피가 나오는데,
그걸 보니 문득 생각나는 게 있었다.
사실, 박신양은 러시아 유학파로 알고 있다.
그리고 난 박신양이 데뷔하기 직전부터
그의 이름을 들었다.
가족 중에 러시아에 유학을 다녀온 사람이 있는데,
아마 그가 박신양과 함께 공부를 했던가,
아니면 연줄 연줄로 알았던 모양이다.
돌아오자마자
거기서 본 가장 인상적인 인물로
박신양이라는 이름을 거론하는 것이었다.
그는 박신양이라는 사람이 같은 유학생 중에서
제일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다
묘한 일이지만,
그렇게 그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박신양이라는 사람이 드라마에 나오는 것이었다.
물론 그때 그는 아직 젊었다.
러시아 유학을 다녀온 가족은,
입에 침이 마르도록 그의 재능과, 그의 매력을 칭찬했지만,
내가 얼핏 본 박신양은
아무리봐도 그렇게 재능 있어보이지도, 매력있어보이지도 않았다.
가족에게 그렇게 말했더니,
실제로 보면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로 보면 너무너무 멋지다는 것이다.
별로 믿어지지 않았지만
어떻든 박신양은 승승장구하면서,
이윽고는 한국을 대표하는 연기자로 자리잡았다.
젊어서보단 나이들어가며 더 멋있어지는 몇 안되는 연기자 중의 하나이다.
데뷔때나 지금이나 한결같이 안경을 쓰고 있다.
내가 박신양을 제대로 본 건
파리의 연인이다.
그리고 박신양이 대중적으로 이름을 떨치고, 인기를 얻은 것도
파리의 연인으로 안다.
파리의 연인 방영 당시
마이클럽의 드라마방이
온통 박신양으로 뒤덮였었다.
하지만 그땐 파연을 보지 않았다.
내가 파연을 본 건
작년 쯤인 것 같다.
그리고, 마이클럽을 뒤덮을 정도까진 아니래도
과연 매력 있는 연기를 했다고 인정했다.
하긴 그것이 내가 집중해서 본 유일한 박신양 작품이다.
그 외에 달마야 놀자
라는 영화도 있긴 하지만, 거기서도 그는 별로 두드러지지 않았던 것이다.
파연에서의 그는
데뷔 때 얼핏 본 것보다 훨씬
개성 있어지고, 연기도 자유자재로 잘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파리의 연인에서의 구태의연한 재벌 2세와 씩씩한 말광량이의 사랑 얘기보단
쩐의 전쟁이 훨씬 재밌고,
캐릭터도 재미 있다.
쩐의 전쟁에서 엉터리 러시아어를 떠들어대는 박신양을 보며
난 나도 모르게 웃음을 짓는다.
그가 러시아 유학파라해도,
그게 벌써 90년 대 초중반의 일이니
지금까지 러시아어를 유창하게 잘 할리는 없다.
하지만 하던 가락이 있으니
그에겐 영어보단 더 쉬울지도 모르겠다.
러시아 사기꾼 역을 하는 그를 보면서
나도 모르게 잠시 옛생각을 떠올렸다.
그가 뭔 일로 소송을 하고
그로 인해 방송계에서 비난을 받았을 때,
나도 언론이 흘리는 갖가지 안좋은 말들에 잠깐 호응할 뻔 했으나,
그는 매우 합리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이라고도 가족은
그의 편을 드는 것이었다.
그가 비난을 받는 이유도 바로 그 합리적인 사고와 행동 떄문이라는 것이다.
하긴
우리나라는 합리적인 사고를 하거나,
냉정하고 이성적인 행동을 하면 디지게 욕먹는다.
좋은 게 좋은 거고,
대충 넘어가고,
남들처럼 살고,
따지면 안되는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당장 비난을 받고,
그럼 언론은 사냥을 시작한다는 걸 내가 깜박했던 것이다.
어떻든
내 가족의 말처럼 스마트하고, 개성과 매력이 넘치는
미남이라는 말까진 몰라도
나이들어가면서 점점 원숙해지고 자유로와지면서 폭이 넓어지는
연기자가 되어가는 박신양에게
점점 호감을 느끼게 된 건 확실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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