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놀로그
궁 21부-역시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신군 본문
신군도 참 지독한 아이이다.
신경질이 머리 끝까지 뻗쳐 있는 얼굴로,
순순히 황제의 히스테리를 받아주기만 하진 않는다.
이 아이를 황태자비로 골라서 내게 들이댄 건
다름 아닌 당신들이 아닙니까?
평생을 궁에서 산 나도 궁이 숨막히고 지루한데,
밖에서 자유로운 야생마처럼 뛰어다니던 이 아이를
궁에다 가둬놓고
그저 법도만 강요하며 제대로 황태자비 교육조차 한번 시키지 않은
책임은 당신들에겐 없습니까?
내가 잘못한 게 뭐가 있습니까?
이런 아이와 혼인하라고 했을 때,
순순히 한 게 잘못이라면 잘못일까
그 외엔 난 잘못한 게 없으니
반성할 일도.
무릎꿇고 빌 일도 없습니다
뭔 사고만 터지면 앉혀놓고 소리만 벅벅 지를 게 아니라
평소에 잘 지도를 했어야죠
황태자비 교육이 황태자 담당입니까?
이 아이에겐 자신이 궁에서 서열 3위의 황태자비라는 개념도 없고,
황태자비로서 황태자비답게 처신해보겠다는 마음도 없으며
그렇다고 그렇게 해보려는 노력도 안하는데
나더러 어쩌라는 겁니까?
이렇게 야단치는 시간에
채경이를 당신들이 원하는 황태자비로 어찌하면
만들 수가 있을까 연구나 해보시죠!!
나도 두손 두발 다 들었으니 이젠 모르겠습니다!
맘대로 하십쇼!
라고 보기 드물 정도로 당돌하게 나온다.
과연,
신군의 태도는 황제와 황후의 입을 딱 벌어지게 만들지만
한편으론 맞는 말이기도 하다.
어쩌면,
채경이를 따스하게 이해하고 다독거리면서
황실의 일원으로 자연스레 스며들 수 있도록 해주지 않은
황후의 엄격하기만 했던 조바심에 화가 났는지도 모른다.
채경이가 숨막힌다고 난리를 치게 된 이유에
상당 부분이 황후에게 책임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는 역으로 지금보다 더 숨통이 조이도록 아주 아작을 내버리지 그러냐고
성질을 부린다.
그리고 그런 당돌한 말로
황제 부부가 벙쪄 있는 틈을 타서 재빨리
채경이 손을 잡고 도망친다.
신군의 말로는,
그렇게 하는 게 거기서 빨리 빠져나오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것이다.
앉아서
아무리 잘못해쪄여를 외쳐봤자
먹히지 않을 것을 아는 것이다.
문제의 근원은 외면한 채로
야단만 치면 뭐하겠는가!
신군으로선 부모가 야속하기도 할 것이다.
아무튼
그렇게 한방 먹이고 잽싸게 튀는
이른바 신군의 히트앤드 런 작전은
내겐 정말 멋지게 보이고
통쾌하기까지 하다.
특히나
채경에게 들으란 듯
좀더 강도높은 훈육으로 저 무지한 아이를
조여달라는 말엔
웃음마저 터져 나왔다.
'주지훈 > 궁' 카테고리의 다른 글
궁 21부- 채경이 때문에 눈물이 난다. (0) | 2011.04.22 |
---|---|
궁 21부 -궁과 신군 (4) (0) | 2011.04.22 |
궁 21부-역시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채경 (0) | 2011.04.20 |
궁 21부- 태황태후와 채경 (0) | 2011.04.20 |
궁 21부- 망가지는 만큼 매력있는 궁 (0) | 2011.04.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