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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지훈/궁

궁 21부- 황태자부부, 전세가 역전되다

모놀로그 2011. 4. 19. 13:21

얼마만인가?

 

눈만 부라려도 깨갱하던 채경이에게 빼앗겼던

주도권을 찾아온 것이?

 

실로 오랜 만에 채경이는 신군 눈치를 살피느라 분주하다.

 

그녀는 잘 돌아가지 않는 머리로

신군의 심중을 유추하느라 더더욱 분주하다.

대체 이 인간이 한 말은 어디까지 사실일까?

여전히 가식적인 생쇼를 하고 있는건가,

아니면 정말 사랑이라는 걸 하고 있는건가?

 

그런데,

채경이는 대체 어째서 신군이 그토록 가식적인 인간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된 걸까?

 

황태자로서 어쩔 수 없을 때 외에

신군이 가식적으로 채경을 대한 적이 있었나?

 

어느 순간부터

 

'가식, 가식'

 

자유타령에, 꿈타령에 이어지는 가식타령은

대체 어디에 근원을 두고 있는걸까?

 

물론 그 근원은 율군이다.

 

율군이 어찌나 세뇌를 해댔는지

채경은 이제 신군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까맣게 잊어버렸나보다.

 

두 사람의 관계에 있어서

주요 주체인 채경이가,

율군이 제시하는

그것도 엉터리 캐릭터의 신군에 미혹되어

자기가 보고 체험한 신군이란 인물에 대해서

잊어버린다는 건

내겐 희극으로 보인다.

 

같이 살고, 같이 다투고, 같이 웃고, 한 침대에서 같이 잔 사람은

율군이 아니라 채경이다.

 

율군이 신군에 대해서 뭘 알겠는가?

 

자기 자신을 그토록 신뢰할 수 없다면,

그래서 율군 말에 그토록 흔들릴 수밖에 없다면

 

자유 타령은 하면 안되는 것이다.

 

자유로운 인간이 어째서 타인에게 자기 인생의 가장 중요한 것들의

평가를 의뢰하고,

그가 가르키는 것만 본단 말인가?

 

자유란 것에 대한 고찰부터 다시 해주었으면 하는 소망이 있다.

그저 황실을 벗어나서

바깥에 나가 떡볶이나 실컷 먹어대고

친구들과 시시덕거리는 게 자유란 말인가?

 

자유가 화낸다.

 

난  자동차 안에서의 신군과 채경을 보고 있으면

웃음도 나오고, 짜증도 난다.

 

우선 채경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신군의 눈치를 보는 게

화가 난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자주 쓰이는 말이 있다.

 

'혀짧은 소리가 귀여운 건 5살이다'

 

난 채경이가, 그 야시시한 옷차림이나 짙은 화장에 어울리지 않는

혀짧은 소리로

 

'신~~구운'

 

하고 부를 때 정말 짜증난다.

제발 말투부터 좀 고치시지?

 

자유를 말하고 인생을 말하려면

우선 그 초딩같은 말투부터 고쳐주었으면 하는 소망이 있다.

 

'오늘 일은 말이야...'

 

 

오늘 일이 어쨌다는 건가?

 

뭐에 홀린 듯 나도 모르게 나온 말이야

뭐 이런 소리라도 하려는건가?

 

아니지.

 

뭐에 홀렸나면,

율군에게 홀렸고,

그것도 다름 아닌 남편 앞에서 휴대폰으로 다 들리게끔 홀렸고,

그가 시킨 말을 안하고 궁에 돌아가면

큰일이라도 날 것처럼 그 말을 한 거 아닌가?

 

신군이 오늘만 참아주면 이혼해주겠다는 말 따윈 귓등으로도 듣지 않은 거 아닌가?

 

또한

이혼하지 않기 위해서,

그녀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

사랑한다고 말하는 건

아예 귀에 들어오지도 않은 거 아닌가?

 

그러니 대체 오늘 일이 어쨌다는 말을 하려는 건지 모르지만,

 

신군이 내 대신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해준다.

 

'입 다물어!'

 

모처럼 주도권을 되찾았으니

쉽게 내어줄 것 같지 않다.

 

내가 채경이라면 무지하게 억울할 것 같다.

그동안 신군이 채경이 눈치 보느라

성격 죽이고 빌빌거렸는데,

 

상황이 역전되고 말았다.

 

게다가 장난이 아닌 것 같다.

 

공내관의 화상 전화 내용만 들어도

궁이 어떤 상태인지 짐작이 간다.

그런데,

그걸 짐작하는 건

유감스럽게도 신군뿐인 것 같다.

 

채경이는 여전히 *인지 된장인지

잘 모르는 것 같다.

 

자기가 뭔 짓을 했는지도 모르는 것 같다.

아니

자기가 한 짓으로 인해

깨지는 건

다름 아닌

신군이라는 걸 알기나 할까?

 

 

그런데 그걸 모르는 것 같아서

난 정말 화가 난다.

 

채경이가 그런 아이였나 싶어서 화가 난다

채경이는 그런 애가 아니었기에 화가 난다.

 

대체 채경이한테 왜 그러는데?
라고 작가에게 묻고 싶다.

 

채경이는 철없는 바보가 아니었다고 외치고 싶다.

고만 좀 망가뜨리라고 외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