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놀로그
궁 21부- 황태자비의 손을 내던지는 황태자 본문
19살짜리 황태자에겐 참 무거운 짐이다.
굴욕감을 누른 채, 그는 황태자비의 손을 잡고 방송국을 나선다.
이젠 본격적인 대국민 제스쳐가 필요한 순간이다.
마무리를 잘 해야 하기 때문이다.
전에 신군이 말한 적이 있는,
직업 배우같은 대중을 위한 서비스로 힘겨운 시간을 마무리하려는데,
제 아무리 신군이라도 한계를 느끼는 듯,
여전히 위엄을 지닌 침착한 태도로 황태자비를 차에 태우고,
대중들에겐 미소를 지어보이고,
의연하게 차에 오르고,
다정하게 태자비의 손을 잡아
카메라를 들이대는 호기심 어린 무리에게 웃어주는
그 시간은 어쩌면,
생방보다 더 길었을지도 모르겠다.
그의 마음은 갈갈히 찢어져 있고,
그의 자존심은 처절하게 망가져 있고,
그의 심장은 일찌기 느껴본 적 없는 굴욕감과 모욕감으로 피가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순간에도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황태자 역을 하는 건
아직 어린 신군에겐 정말 무리가 아닐 수 없다.
마침내 뭔가 더 건질 게 없나 달려드는
번쩍이는 눈길들을 벗어났다.
긴장을 늦출 법도 한데,
오히려 더욱 더 긴장하는 신군은 십년은 나이들어 보인다.
대중이 주는 스트레스에선 벗어났지만,
어쩌면 신군에겐 그들이 주는 스트레스 따위는
채경이 주는 그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닐지도 모르겠다.
제일 먼저 채경의 손을 내동뎅이친다.
불과 몇 분 전에 채경이가 거부했던 신군의 손길이다.
아니 마음이다.
그 순간에 신군의 마음은
닫혔을 것이다.
대문까진 아니더라도
중문 정도는,
아니 방문 정도는 닫혔을 것이다.
이후로 다시 손을 잡았다면 그야말로
대국민 제스쳐일 것이다.
그리고 이제 그 시간은 끝났으니
만지기도 싫은 물건을 내던지듯,
신군은 채경의 손을 내던지는 것이다.
신군은 그렇게 호락호락한 인물이 아니다.
잠시 돌이켜보면
그는 싸가지 왕자 순위에서 상위권에서도 금관을 쓸 정도였고,
까칠하고 신경질적이기론
베스트 3안에 들었었다.
어느 틈엔가 말랑말랑한 인간이 된 감이 있지만,
채경에게 거부당한 마음과 손이
이제 채경이를 밀어낸다.
하지만,
그게 온통 전부라면 얼마나 좋을까?
사랑이란 게 그래서 골치아프다.
생겨나기까진 죽도록 힘들지만,
일단 생겨나면 좀처럼 죽지 않는다.
사랑은, 인간의 심장에 기생하는
또다른 생명체같다.
생명체란 것이
생성과 탄생의 진통이 큰 만큼
웬만해선 죽지 않으려고 발버둥치지 않던가!
그러니
그렇게 채경의 손을 내동뎅이치면서
신군의 마음 속에 있는 채경이까지
내동뎅이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어쩌면 그렇게 되지 않는 것 때문에
짜증이 나서 더욱 그녀의 손을 매정하게 내던졌을지도 모른다.
마음 속에서도 나가버리길 바라면서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마음 속에서
완전히 나가지 않는 것이 너무나 짜증나서
그는 신경질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그는 지금 실연의 고통에 신음하고 있다.
아마 생전 처음 해보는 색다른 경험이리라.
손 따위 아무리 내동뎅이쳐봐도,
마음 속에 있는 채경이는 요지부동으로
굳건하게 버티고 있는 것이
그에겐 정말 견디기 힘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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