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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원의 세계

모놀로그 2011. 4. 18. 02:19

오늘 난 분명히 내 손에 들고 있었던

내겐 금쪽같은 물건이 담긴 봉다리를 잊어버렸다.

 

거의 집 앞에서 내손에 들려있는 걸 확인하기까지했음에도

막상 현관 안에 들어서서 꺼내려고 보니

없는 것이었다.

 

사실 난 오늘 이것저것 쇼핑하여 봉다리가 좀 많긴 했다.

 

하지만 그 많은 봉다리 속에

그것은 분명 잇었단 말이다.

 

흑흑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내겐 가장 중요한 것이었단 말이다.

 

즉,

엄마가 나를 위해 특별히 사준

호박엿 사탕이었다.

 

난 엿을 좋아한다.

 

그래선가

오늘 지대로 엿먹었다.

 

요즘엔 엿을 사먹기가 힘들다.

그 대신에

호박엿으로 만든 사탕이 있는데

허벌나게 큰 봉지에 값도 만만치 않았다.

 

그걸 사들고 룰루랄라

집에 와서

침대 위에 벌렁 누워서

책을 읽으며 날름날름 까먹을 꿈에 부풀었는데,

 

막상 집에 와보니

그것만 달랑 사라진 것이다.

 

너무 어이가 없어서 돌아버리는 줄 알았다.

 

분명 집 앞에서도 확인했는데

대체 왜 어디로 그 빌어먹을 엿은 내게 엿을 먹인 것일까?

 

하긴,

내 물건 들은 집에서조차 그렇게 감쪽같이 사라진다.

 

방금 전에 벗어던지고 돌아선 바지가

다음 순간 돌아보면 사라지고 없다.

 

그래서

난 그런 식으로 사라지는 물건을

 

3차원의 세계로 빠졌다고 말하곤한다.

 

오늘도 너무나 억울해서 엿사탕이 3차원의 세계로

빠졌나봐!

 

라고 외쳤더니

 

엄마 왈,

 

왜 니 물건들만 3차원으로 사라지니?

 

할 말이 없다.

 

사실

누군가 내게 3차원이 뭐냐고 물으면 난 할 말이 없다.

 

머릿속으론 알겠는데,

그리고 수시로 써먹는데

막상 문장으로 설명하라고 하면

바보처럼 입만 헤 벌리고 있게 되는

그러나 아주 자주 쓰는 말들이 있는데

 

3차원이라는 말이 그러하다.

 

1차원은 점이요,

2차원이 선이라면

3차원은 입체라고 한다.

 

하지만

난 3차원을 좀 다르게 경험했다.

 

오래 전,

난 2층에서 바깥을 내다보고 있었다.

 

봄이었고,

라일락 향기가 풍겨오고 있었다.

그 향기를 맡으며

봄 공기를 즐기고 있는데,

문득 어떤 광경이 눈에 들어온다.

 

즉,

내 앞엔 어떤 건물 하나가 있다.

그 건물은 벽이 각을 이루고 있다.

 

그 각을 중심으로

이쪽에 한 사람이,

그리고 반대쪽에 또 한 사람이 있었다.

 

그리고

난 그들을 위에서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다.

 

그들은 물론

자기 바로 곁에, 또다른 사람이 있음을 볼 수가 없었다.

 

그들의 시야는 그 건물의 각진 모서리가 가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 난, 갑자기

3차원의 세계가 뭔지 알 것만 같았다.

 

그리고

그 두 사람이 바로 2차원의 세계,

즉 우리가 평소 살고 있는 그 세계에 있음도 알았다.

 

2차원의 세계는

시야가 한정되어 있다.

버로 곁에서 일어나는 일조차

볼 수 없는

그야말로 선의 세계이다.

 

하지만

3차원의 세계에선

그들을 모두 볼 수가 있고,

그들이 서로를 보지 못하는 것까지 볼 수가 있다.

 

만에 하나

그때 내가 그들 중 한 사람에게 돌을 던졌다면

그 사람은 어리둥절했을 것이다.

 

그제서야 자신의 존재를 가리고 있던 건물의 벽을 돌아서서

다른 사람을 발견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그에게 돌을 던진 사실을 알 수는 없었으리라.

 

난 얼른 숨어버렸을테니까.

 

그렇다면

내 엿사탕을 어떤 존재가

2층에서 날름 집어간 모양이다.

 

거기엔 내가 잃어버린 물건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을 것이다.

 

우라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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