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놀로그
궁 17부- 신군의 아내와 옛여친, 그리고 율군 본문
황제에게 디지게 깨진 후에
차를 몰고 궁을 뛰쳐나온 신군이
갑자기 효린에게 가는 이유는
효린이 문자를 보냈기 때문이다.
(왜 갑자기 효린을 만나러 가는지 이해 못하는 사람도 있었다 ㅋㅋ)
또한,
효린을 만난 후에 이번엔 갑자기 나이트 클럽으로 행차하시는데,
그 이유 역시
효린을 흠모하는 그 멋진 애가 문자를 날렸기 때문이다.
상처받고 궁을 뛰쳐나온 신군은
여기저기서 날아오는 문자 때문에
호텔에서 나이트 클럽으로 비약하는 것이다.
황후가 잽싸게 빼돌린 효린은
신군에게 문자를 보내서 만나자고 하는 모양이다.
내가 신군이라면 이제 효린은 이름도 듣기 싫고,
그림자도 보기 싫을 것 같지만
한번쯤 만나야 할 사람들이긴 하다.
16부, 효린의 사건이 터진 후부터
채경은 그야말로 조강지처스럽다.
아마 그녀가 누군가의 아내답게 행동한 건
이때가 첨이자 마지막이 아닐까 싶다.
그동안엔 그냥 황태자랑 같이 사는,
그러나 누구인지 모를 여자애같은 느낌이 강했는데,
모처럼 아내답게
남편이 사고친 후에 뒷처리를 하러 다니질 않나..
사고치고 시부모에게 깨지는 동안
문밖에서 가슴을 쥐어 뜯지를 않나..
'정말 사랑한다면, 그 사람을 힘들게 하면 안되쥐~!'
라는 명언을 날려주시질 않나..
집나가는 남편을 말리며
온갖 설교를 하질 않나..
기특할 정도로 와이프 노릇을 잘 해내서 날 놀라게 한다.
그녀는 갑자기 푼수 천진 채경이 아니라
생각 깊고, 의연하고, 게다가 모성애까지 겸비한
조강지처스럽다.
율군으로 말하자면,
채경에게 위치추적장치를 달아놓은건지..??
채경이 있는 곳에 율군 있다..
뭐 이런 제목을 달고 싶어진다.
최근에 보았던 '천년지애'에 기막힌 명대사가 나온다.
난 일찌기 그런 명대사는 첨 본다.
공주에게 끈적하게 한 마디 날리는 귀족 도련님
'이상하지? 이렇게 자꾸 우연히 만나게 되니..???'
살다 별 이상한 소리 다 듣는다.
지가 맨날 공주를 찾아오면서 뻔뻔스럽게 저런 소릴 한다.
사실, 드라마를 보면
남주와 여주는 평생 우연히 만나는 법이 없다.
아, 있긴 하다.
서로 다른 상대와 있을 때, 딱 오해하기 좋은 장면에선
서로가 서로를 보지 못하는 상태에선 우연히 만난다.
반면에
그 여자를 흠모하는 남조는 기막힐 정도로
여주와 우연히 잘 만난다.
그런데
공주께서 멋지게 답을 주신다.
'말은 바로 해라~! 니가 자꾸 찾아오니까 만나는 거 아니냐~!'
딩동뎅~♬
그게 정답이다.
남조들은 여주를 졸졸 따라다니기에
그녀가 어디서 뭘 하는지 다 꿰고 있고,
그래서 남주와 함께 있는 시간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함꼐 보낼 수가 있다.
먹지도, 자지도, 일도 안 하고
오로지 여주만 따라 다니는 것이다.
율군도 마찬가지..
채경이 있는 곳에
율군이 있다.
그것도 항상 우울해하고 있을 때만 골라 온다.
하긴, 행복할 땐 주로 신군과 있으니
오고 싶어도 못 온다.
신군 때문에 괴로와할 때만 용케 알아내고 다가온다.
신군과 보내는 시간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율군과 보내고,
둘이 나누는 대화가 훨씬 많다.
그날,
신군이 황제께 무참히 꺠지는 동안
채경은 아내답게 가슴을 쥐어뜯고 있는데
역시나 율군이 어디선가
스스륵 나타난다.
그리고
여전히 채경에게 신군에 대해서 말한다.
그렇다.
율군은 참 말이 많다.
신군이 답답할 정도로 말이 없는데 비해서,
율군은 정말 많은 말을 한다.
그것도
자기 자신에 대해선 말을 하지 않는다.
그가 하는 말은
전부
신군에 대해서이다.
신군보다 더 신군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
그의 성격이며 마음, 그가 지금 생각하고 있는 것까지
모조리 꿰고 있다.
신군을 잘 이해 못하고 있는 채경에게
신군이 하는 행동이며, 말이며,
침묵의 의미까지
따라다니며 해석해주고 주석까지 달아주는,
황태자 전하 공식 해설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군은 혼자 있고 싶어할 것이라는 둥,
신군이 얼마나 차갑고 이기적인 놈인지 모르냐는 둥,
라이벌을 흠집내며 채경을 잡으려는 율군은 참으로
눈물겹다.
다행히,
그날은 채경이도 과감하게 율군의 끝없는 속삭임을
샘솟는 신군에 대한 애정으로 물리친다.
그러자..
그는 갑자기
슬픈 얼굴로 이렇게 말한다.
사실, 난 이 대목에서 화가 난다.
그렇게 모든 걸 전지적 시점에서 모두 알고 있는 율군이
왜 갑자기 그렇게 나약한 말을 한단 말인가!!
'너에게 왜 난 안보이는거니...'
아..율군~!
그렇게 신군에 대해서 잘 알면서
너 자신에 대해선 왜 그렇게 모르는거니?
왜 그 단순한 의문의 답을 몰라?
채경은 신군을 좋아한다자나.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데
다른 사람이 눈에 보이겠냐고~!
그리고
너처럼 말많은 남자보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길 없는 신군같은 남자가
채경이 취향인가보지.
그렇게 늘 율군은 날 슬프게 한다.
그러지 말고 방법을 바꿔서
신군이 아닌
너에 대해서 얘기해보면 어때?
하긴 그래봤자
채경이 널 좋아하게 될 확률은 제로지만.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이 있다면,
효린만 빼고
효린의 처지에 대해서 모르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
발레 선생도 알고, 효린의 추종자도 알고, 신군은 물론, 그의 누나까지 알고 있으며
이제 황후도 알게 되었고 채경도 일찌감치 알고 있다.
ㅋㅋ
하여튼
효린은 잽싸게 자신을 빼돌린 황후의 조치로 인해
혜정전이 내뿜는 독에 자꾸 중독되는 위험은 일단 모면했다.
모자 간에 이 사람, 저 사람 찾아다니며
그들이 아픔을 교묘하게 파고들며
끝없이 속삭여대는 것엔 일가견이 있는데,
다른 말로 하면
'모전자전'이다
효린은 호텔로 찾아 온
신군을 앞에 두고
초라하게 앉아 있다.
사랑의 잿더미 위에 마주 한 두 사람은
씁쓸한 장면을 연출한다.
사랑은 절대로 아름다운 종말을 원치 않는다.
폐허로 만들고, 그 위에 누가 승리자이고, 누가 패배자인지
알 수 없게 피폐할대로 피폐해져야
겨우 사랑했던 기억마저 결딴을 내버리고서야
놔준다.
아니, 사랑이 그런게 아니라, 인간이 그렇게 하는 것이겠지만,
이상하게 그렇게 바닥까지 떨어지지 않고는
사랑의 마지막 단계인 집착에서 벗어닐 수 없는 게
참 아픈 일이다.
효린은, 그러나 참으로 안타깝지만
여전히 과거 두 사람만의 추억담을 늘어놓고
자기 자신의 마음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가만 보면 율군과 효린은 참 신기한 앙상블을 이룬다.
율군이 노상 신군에 대해서만 이야기한다면,
효린은 노상 자기 자신에 대해서만 이야기한다.
한번도 신군에게 뭔가를 묻거나,
그에게 관심을 가지는 걸 본 적이 없다.
설사 질문을 해도
그건 자기와 관계있는 범주 안에서일뿐이다.
그와 정반대되는.
자기 자신에 대해서 이야기하기보단
신군에 대해서 알고 싶어하고,
신군이 외롭고 불행해보여서
그를 좋아하게 되었다는,
같이 있으면 웃게 되고
즐거운 채경이란 존재를 사랑인가요?
라고 스스로 되묻게 된 신군이
효린과 있으면 얼마나 숨이 막힐까?
아무 일 없어도 숨막힐 것 같은데,
이젠
자기를 희대의 방탕아로 만들어놓고도
여전히 추억담에
자기 이야기뿐이다
그러더니
기껏
미안해, 일이 이렇게까지 커질 줄 몰랐어
라는 말로 마무리한다.
컥;;;
에이..설마
효린은 아직도 신군이 황태자라는 걸
인지 못하고 있나보다.
대체 어떻게해야
그녀는 그 사실을 인지할 것인가~!
내가 보기에
신군을 버린 건 효린 같은데,
다름 아닌 학교 화장실에서 약을 먹고 자살 소동을 벌이는 것으로
황태자가 데리고 놀다가 내버린 여친 행세를 하며
황색 언론에 자기 들의 일을 까발기는 기사가
넘치게 만들어
바로 그 황태자를 희대의 방탕아로 만들어놓고
미안해..일이 이렇게 될 줄 몰랐어
라고 하면 어쩌란 말인가~!!
사랑한다면 그 사람을 힘들게 하지 말아야지..라고
채경을 말 하지만(하긴 그 말을 얼마 후엔 채경이 스스로 거울을 보며 말해야하지만)
사실 우린 살면서 늘
사랑하는 사람을 힘들게 한다.
또한 내가 사랑하는 사람도 날 힘들게 한다.
하지만
그 사람이 평범한 사람이 아니고
언론에 노출되는 사람이라면
적어도 말로 상처주거나 힘들게 하는 정도는 몰라도
그런 행동으로 힘들게 하면 진짜 못쓴다.
그런 행동을 하고
미안해~
한 마디를 날려주는 건 더더욱 못쓴다.
그래서
신군은 말한다.
'그러기엔 너무 많이 온 건 같다'
미안해라는 한 마디로 끝내기엔
니가 한 짓은 너무 심했다.
내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너무나 이기적인 그 행동을 보면
나에 대한 너의 사랑은 대체 어떤걸까?
넌 집착이라고 하지만
내가 보기엔 이기심같다.
라고 말하는 것 같다.
신군과 효린의 장면은,
언제나 청소년들 답지 않은
고적함과 쓸쓸함이 흐르는데,
그래서 굉장히 아름다운 장면들을 연출한다.
조용히 호텔을 떠나는 신군의 뒷모습은
고개를 떨구는 효린의 슬픈 얼굴과 오버랩된다.
'주지훈 > 궁' 카테고리의 다른 글
궁-영상으로 보는 신군(7)-가시나무새- (0) | 2011.02.17 |
---|---|
궁 17부-나이트클럽의 황태자와 주지훈 (0) | 2011.02.17 |
궁 17부- 궁과 신군(2) (0) | 2011.02.17 |
궁 17부- 궁과 신군(1) (0) | 2011.02.17 |
궁 16부-주지훈을 발견하다 (0) | 2011.02.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