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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지훈/궁

궁 15부- 공식 석상의 황태자부부

모놀로그 2011. 2. 14. 14:07

늘 그렇듯이

 

혜정전이 뭔가 터트릴 때마다

 

신군과 채경이 다정한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줘야하는

액션을 황실에선 취할 수밖에 없고,

 

그것이

곧 두 사람을 점점 더 가깝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니,

 

내가 율군이라면

제발 엄마에게

가만히 좀 있어달라고 할 것 같다.

 

하지만

엄마 못지않게 단순해서 늘 날 어리둥절하게 하는

율군~!!

 

자기가 황태자가 되거나,

황제가 되서

채경을 차지하려는

이상한 발상을 품고 있으니..

 

차라리

그는 엄마에게

신군을 궁지로 몰아넣지 말라고 애걸해야했다.

 

그럴 때마다

황궁은

황태자를 보호하기 위해

액션을 취하고,

그 액션은 늘

두 부부 사이를 가깝게 만들어줄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합방이 그랬고,

사진으로 인해

실종된 황태자비를 찾는 소동 끝에

숲속의 포옹이 있었으며,

 

이제

공식적으로 다정한 황태자 부부를 보여주자는

계획으로 인해 정말

자꾸만 다정해져가는 두 사람이다.

 

 

잃은 것은 되찾겠다는

혜정전의 집념과,

그 집념을 다른 꿍꿍이를 가지고

제어하지 못하고,

아니 은근히 바라게 되어가는

율군의 동상이몽은 그래서

늘 서로 어긋날 수밖에 없다.

 

혜정전은 신군처럼 매우 정치적이라

채경이란 존재가

율군이 황태자가 되는 것에

치명적이라는 걸 간파하지만,

 

율군은 채경을 얻기 위해

황태자가 되려하니

 

두 사람의 계획은 시작부터

위태롭다.

 

어쨌든, 혜정전 덕분에 

신군과 채경이

오랜만에 공식 석상에 나타난다.

 

 

신군은 여전히 의젓하고 당당한 황태자의 풍모를 과시하고 있고,

바로 그 신군의 팔엔 이제 채경이 매달려 있다.

 

전의 공식 석상에서의 모습과  참 비교되지 않는가?

 

냉랭하게

앞서가는 황태자의 등 뒤를

종종걸음으로 따라가며

갖가지 실수를 저지르고,

그때마다 눈치를 보던 채경은 간데 없고,

 

이젠 그의 팔에 매달리고

그의 등 뒤에 숨어서 안정감을 느끼고 있다.

 

그건

황실에서 바라는,

또한 국민들이 기대하는

정치적이고 외형적인 모습이 아니다.

 

그들의 관계가 그 시점까지 진정 도달한 것이다.

 

그녀는 이제 신군의 여자이고,

듬직한 남편의 등 뒤에서

보호받고 있다.

 

공식 행사에서 졸아도,

신발을 망가따리는 실수를 저질러도

 

신군은 그녀를 타박하기보단

감싸주거나 쓰다듬어주거나 무마해준다.

 

이제 그에게 중요한 건 그런 자잘한 실수가 아니라

채경이 자기를 떠나는 것이다.

 

그녀가 도망칠 수 있는 여자~

라는 강박관념이

신군에겐 생겼다.

 

 

실종 사건 이후로 생긴걸까?

아니면

채경이 없어도 살 수 있을까..라는

불안감이 생겨서일까.

 

그의 잠재의식 속엔

너무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늘 그 자리에

있어줄 것만 같은 여자가 아닌,

 

바람처럼,

샛털처럼 가벼운 여자,

 

그래서 언제든

훌쩍 날아가버릴 것만 같은 여자.

 

명문대가의 규수도 아니요,

정치적 의미 같은 건 알지도 못하는

 

단순하고

사랑밖엔 가진 게 없는

채경을 너무나 잘 알기에

느끼는 불안일 것이다.

 

정치적인 이유로 공식 석상에 나타난 두 사람은,

그러나 이제야말로

전혀 정치적이지 않은 사이가 되어 있다.

 

 

그래서일까?

 

두 사람은 너무나 행복하고 다정한, 그야말로 제대로 한 세트로 보인다.

굳이 국민들에게 직업 배우처럼 보이기 위해

채경의 뺨에 뽀뽀를 해주는 쇼를 할 필요 없이,

아마 그게 진심 신군이 채경에게 주고자 하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궁의 한 장면이기도 한

 

극장에서의 두 사람은

보기만 해도 흐뭇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