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놀로그
궁 15부- 공식 석상의 황태자부부 본문
늘 그렇듯이
혜정전이 뭔가 터트릴 때마다
신군과 채경이 다정한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줘야하는
액션을 황실에선 취할 수밖에 없고,
그것이
곧 두 사람을 점점 더 가깝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니,
내가 율군이라면
제발 엄마에게
가만히 좀 있어달라고 할 것 같다.
하지만
엄마 못지않게 단순해서 늘 날 어리둥절하게 하는
율군~!!
자기가 황태자가 되거나,
황제가 되서
채경을 차지하려는
이상한 발상을 품고 있으니..
차라리
그는 엄마에게
신군을 궁지로 몰아넣지 말라고 애걸해야했다.
그럴 때마다
황궁은
황태자를 보호하기 위해
액션을 취하고,
그 액션은 늘
두 부부 사이를 가깝게 만들어줄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합방이 그랬고,
사진으로 인해
실종된 황태자비를 찾는 소동 끝에
숲속의 포옹이 있었으며,
이제
공식적으로 다정한 황태자 부부를 보여주자는
계획으로 인해 정말
자꾸만 다정해져가는 두 사람이다.
잃은 것은 되찾겠다는
혜정전의 집념과,
그 집념을 다른 꿍꿍이를 가지고
제어하지 못하고,
아니 은근히 바라게 되어가는
율군의 동상이몽은 그래서
늘 서로 어긋날 수밖에 없다.
혜정전은 신군처럼 매우 정치적이라
채경이란 존재가
율군이 황태자가 되는 것에
치명적이라는 걸 간파하지만,
율군은 채경을 얻기 위해
황태자가 되려하니
두 사람의 계획은 시작부터
위태롭다.
어쨌든, 혜정전 덕분에
신군과 채경이
오랜만에 공식 석상에 나타난다.
신군은 여전히 의젓하고 당당한 황태자의 풍모를 과시하고 있고,
바로 그 신군의 팔엔 이제 채경이 매달려 있다.
전의 공식 석상에서의 모습과 참 비교되지 않는가?
냉랭하게
앞서가는 황태자의 등 뒤를
종종걸음으로 따라가며
갖가지 실수를 저지르고,
그때마다 눈치를 보던 채경은 간데 없고,
이젠 그의 팔에 매달리고
그의 등 뒤에 숨어서 안정감을 느끼고 있다.
그건
황실에서 바라는,
또한 국민들이 기대하는
정치적이고 외형적인 모습이 아니다.
그들의 관계가 그 시점까지 진정 도달한 것이다.
그녀는 이제 신군의 여자이고,
듬직한 남편의 등 뒤에서
보호받고 있다.
공식 행사에서 졸아도,
신발을 망가따리는 실수를 저질러도
신군은 그녀를 타박하기보단
감싸주거나 쓰다듬어주거나 무마해준다.
이제 그에게 중요한 건 그런 자잘한 실수가 아니라
채경이 자기를 떠나는 것이다.
그녀가 도망칠 수 있는 여자~
라는 강박관념이
신군에겐 생겼다.
실종 사건 이후로 생긴걸까?
아니면
채경이 없어도 살 수 있을까..라는
불안감이 생겨서일까.
그의 잠재의식 속엔
너무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늘 그 자리에
있어줄 것만 같은 여자가 아닌,
바람처럼,
샛털처럼 가벼운 여자,
그래서 언제든
훌쩍 날아가버릴 것만 같은 여자.
명문대가의 규수도 아니요,
정치적 의미 같은 건 알지도 못하는
단순하고
사랑밖엔 가진 게 없는
채경을 너무나 잘 알기에
느끼는 불안일 것이다.
정치적인 이유로 공식 석상에 나타난 두 사람은,
그러나 이제야말로
전혀 정치적이지 않은 사이가 되어 있다.
그래서일까?
두 사람은 너무나 행복하고 다정한, 그야말로 제대로 한 세트로 보인다.
굳이 국민들에게 직업 배우처럼 보이기 위해
채경의 뺨에 뽀뽀를 해주는 쇼를 할 필요 없이,
아마 그게 진심 신군이 채경에게 주고자 하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궁의 한 장면이기도 한
극장에서의 두 사람은
보기만 해도 흐뭇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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