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놀로그
궁 13부- 합방씬의 허허실실 본문
재밌는 것은,
신군과 채경 사이가 누구보다 가까와지길 바라는 공내관이다.
그는 자신이 그동안 두 사람의 은밀한 순간을
수없이 방해해왔음은 꿈에도 모른 채,
합방에 대한 거론을 태황태후가 꺼내자
갑자기 제일 좋아라한다.
그는 신군이 채경을 좋아하는 건 눈치채고 있다.
신군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공내관인지라
표현을 못하고 끙끙대는 신군의 마음을 잘 안다.
그리하여,
합방이라는 선물을 신군에게 하고 싶어 죽을 지경이다.
할마마마께서 친히 거론하셨으니
공내관으로선 이게 웬 하늘에서 떨어진 떡이냐!
싶은 얼굴이 된다.
누가 보면 공내관이 합방하는 줄 알 지경이다.
눈물난다.
신군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니..
부모보다 훨씬 낫다.
하여튼,
그리하여
합방이 추진되는데....
결국 합방이 황실 어르신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된 것은
혜정전이
두 사람의 사이를 의심케하는 기사를
인터넷에 끝없이 올렸기 때문이란다.
그런데 난 이해가 안 간다.
태국에서의 일을
자꾸만 거론하는 것으로
황태자의 체면을 구기는 공격법은
신군의 이미지에 먹칠을 하는 것은 틀림 없지만,
그것과 합방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신군의 황태자 자질을 의심케하는 기사로 인해
황태자 부부가 사이가 좋지 않다는
소문이 인터넷에 끊임없이 떠도는 것을 무마하기 위해
합방을 한다?
아니, 황태자부부가 합방하면,
황태자 체면이 되살아나는가?
혹시
새로운 이슈,
즉 황태자부부의 합방~!
이라는 빅이슈로
대중의 시선을 돌리게하려는건가?
만일 그렇다면
합방씬을 무슨 007작전처럼 밀실에서 거론하고,
물밑에서 추진할 게 아니라
공공연하고 대대적으로 해야하지 않나?
정식으로
관례를 올리고
성인식도 치루고,
두 사람이 합방한다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선포한 후에
두 사람은 이제 명실공히 부부라는 것을
신문기사로 내는 정도는 되야하지 않냔 말이다.
인터넷에 안좋은 소문이 나도는 것에 대한 방어로
어쩔 수 없이 행하는
정치적인 합방이라면 더더욱 그러하다.
아니 만에 하나 정치적인 합방이 아니고
태황태후마마의
황태손이 보고 싶다는 꿈을 위해서라면
더더더욱 그러하다.
미성년인 어린 부부가
딱 하룻밤 합방을 한다해서
황태손이 생기냔 말이다.
그런 발상을 대체 누가 하냔 말이지.
황태후나 할마마마는
단 한번의 합방으로
잉태를 했었나?
그것도 어린 나이에?
결론적으로
황태손을 보거나, 황태자의 태국 사건을 덮기 위한 정치적 모션이라면
합방을
정식으로 선포하고
황태자부부가 계속해서
침실을 함께 하는 것으로 한다면 모를까.
무슨 일회적 이벤트처럼
아무도 모르게
진행하는 법이 어딨단 말인가~!
그것도
당사자인
두 사람에게 알리지도 않고 말이다.
그래서
합방씬은
그저 볼거리를 제공하는 정도의 의미 밖에 없는 장면으로
전락하게 된다.
같은 궁에 사는 율군조차 모르게 진행되는데
국민들이 알 길 없는,
그래서 그게 왜 혜정전의 공격에 대한 대안이 되는지 알 길 없는
합방은
율군으로 하여금
트리플 "더러워~!'
절규를 이끌어내는데,
휴..
난 가끔 율군 때문에
정말 골치 아프다.
그 합방은 굳이 논리적으로 설명하자면
혜정전의 계속되는 공격으로 인한 것이다.
그리고 율은
엄마가 하는 짓을 내내 지켜보고 있었다.
적극적으로 가세하거나 거들진 않았더라도
어떻든 모조리 알고 있었다.
그런데 율군은 자기 엄마의 그런 행태는
안더러운가?
자신을 황제로 만들기 위한 것이라,
혹은
자기 것을 빼앗아오기 위한 것이라
그건 정당한건가?
밀실에서 음흉하게 허공만 노려보며
무서운 미소를 짓던
조선시대의 후궁처럼
음모랍시고 꾸며대는 엄마를
곁에서 내내 지켜보면서
왜 그것은 더럽지 않았을까.
난 혜정전이 자기 것을 찾아오겠다는 마인드가
더럽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방법은 역시 더럽지 않던가?
그녀가 수시로 울궈먹는
그 태국 사건도 알고보면 트릭이다.
그리고
혜정전에겐 좋은 먹이에 불과할지 모르나,
그 태국 사건엔
그래도 효린과 신군의 진심이 담겨 있고,
그들만의 사연도 담겨 있다.
누군가의 아픔과 진실을 호도해서
볼거리로 이용하는 것,
그걸 내내 울궈먹는 건
페어플레이인가?
엄마가 하는 일은
자기를 위한거라
안더럽냔말이다~!
그런 행위로 인해 벌어지는
합방이라는 정치적 방어는
더럽고
그 공격은 안더럽냔 말이다~!
아니,
그가 외치는 그 트리플 더러워~!에
자신의 엄마에 대한 분노까지 들어있다면
내가 참아주겠다.
그런데 만일
더럽다고 생각했다면
적어도
율군 정도의 지성을 지닌 인물이라면
저지해야했다.
그러나 그는 그러지 않았다.
모든 걸 뻔히 알면서
그 결과가 자신에게 불리하거나
맘에 들지 않을 때만
화를 내는 율군도 난 화가난다.
그 역시 말이 안되니까.
난 말이 안되는 게 싫다.
합방씬이 매우 즐겁지만
동시에
마음에 안드는 것도
그러한 이유이다.
왜
일회적 이벤트로
합방씬을 써먹는가?
어쩐 일인지
단 하룻밤의 합방 이후엔
다시 두 사람은 전으로 돌아가고,
윗전에서도 그 일은 잊은 듯
황태손 운운도 사라진다.
그런 법이 어딨냔 말이다.
결국,
정치적 쇼라기엔 엉성하고,
황태손을 얻기에도 말이 안되는 그 합방씬은
그러나,
어떻든 그 자체로만 보면,
즉
신군과 채경의 관계로만 두고 보자면
매우 볼만하고 보는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장면인건 확실하다.
주변 상황이 어떻든,
그런 자리가 왜 만들어졌는가가 어떻든,
둘째치고,
결국 당사자인 두 사람이
그 첫날밤에 대해 가지는
각각의 소감도 흥미롭다.
우리는 그 첫날밤을 통해서,
이미 마음을 함께 하면서도,
쓰잘데기 없는 자기만의 굴레에 갇혀서
전혀 마음을 함꼐 하지 못하는
어린 부부의 서툰 교감을 보게 된다.
냉철하고 이성적인 신군이
자신의 욕정을 누르기 위해 안간힘쓰는 모습도 훔쳐보게 된다.
우린 마치 관음증 환자처럼
두 어린 부부의 첫날밤을 훔쳐보며,
그들이
어떤 마음으로,
어떤 행동으로
자신의 마음을 숨기면서,
동시에
자기도 모르게 비어져 나오는 진심을
또한 어떻게
거짓으로 채색하는지
훔쳐본다.
거짓과 진실의 뺑뺑이가 혼란스럽게
돌고 도는데,
그 안에서
혼란스럽게
자신의 감정을 숨기고,
상대의 감정을 불신하면서,
동시에
비어져나오는 진실들..
그리고
천 마디 말들이 빚어내는 그럴싸한
허위를 단숨에 벗겨내는
몸의 언어로 마무리 된다.
비록 정치적인 의미의 합방일지라도,
이미 서로를 원하고 있는 어린 부부에겐
주최 세력이 원하는 것과는 다른 시간이 된다는 것은
감동적이다.
진실은 언제나 단순하며,
모든 허위를 단숨에 벗겨내는 힘이 있고,
그 위력엔 아무것도 당해낼 수가 없다.
기성세대의 파워 게임과,
황실이라는 거대한 울타리를 지켜내기 위해
마치 잘 꾸며진 제단에 바쳐진 아름다운 한쌍의 제물같은 신군과 채경은
하지만 그 제단 위에서 다른 사람들은 도저히 끼어들 수 없는
그들만의 소중한 시간을 찾아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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