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놀로그
궁 13부- 기싸움과 합방씬의 전초전 본문
궁에 돌아온 채경에겐
느닷없이 새로운 시어머니가 생긴다.
추존되어 황태후가 된
혜정궁...이 아니라 혜정전이
군기를 잡겠다고 나서는 것이다.
게다가
각 전의 상궁들이
기싸움까지 벌이기 시작하는 등
궁엔 심상치 않은 기류가 흐르기 시작한다.
사실
조선시대에도
각 내전 소속의 상궁 나인간의 기싸움은
있어 왔다.
중전의 상궁 나인이 물론 궁의 실세지만,
어느날 갑자기 나타난
총애받는 후궁의 상궁나인들이
설치는 건
다반사이고,
중전이 찬밥 신세일 경우엔
총애받는 후궁의 똘마니들이
그 중궁전 소속의 똘마니들에게
건방지게 굴기 일쑤였다.
그러면 아무리 중궁전 상궁나인이라해도
어디가서 하소연할 때도 없다.
중전이 아무런 힘이 없으니
군기를 잡자고 들면
그 후궁은
왕에게 매달려 울고불고하며 고자질을 하는고로,
중전은 자고로 내전의 주인으로서
궁의 질서를 잡을 의무와 권리가 있음에도
질투하는 여인네로
왕에게 찍혀서
욕이나 바가지로 얻어먹을 뿐이다.
그런 기싸움이
바야흐로
21세기의 궁안에서도 전개되니,
그때까지 황후가 꽉 잡고 있던
궁안의 군기가
흔들리기 시작하고,
궁의 기득권은 원래 자신들의 것이었다고 믿는 세력,
그래서 그것을 되찾겠다고 벼르던 세력과,
그동안 기득권을 누려왔던 세력간의
불꽃 튀기는 신경전이 벌어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한중록을 읽어봐도 나오지만,
대개 기존 기득권 세력이 그것을 잃었을 때,
예컨대
경종이 승하하고
영조가 즉위하면,
경종을 모시던 궁중의 잡다한 아랫것들은
자신들도 같이 나락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고,
그들의 주인들만 밀려나지 않았어도
어쩌면 궁의 실세는 그들이라고 할 수도 있기에
그것을 상실한 것에 억울함을 품게 마련이다.
궁에서도 그러한 장면들이 종종 나온다.
그 뭐시긴지 모를 늙은 상궁이 그러한데,
황태자의 죽음으로 인해
궁에서 쫓겨난
혜정전과 율군으로 인해
자신까지 힘을 잃어버린 것에 대한 울분을 품고 있다가
혜정전이 궁에 자리잡자
그 주변에 모여들기 시작하는 것이다.
게다가 혜정전은 이른바 종친들의 세력마저 뒷배경으로 거느리고 있다.
당연히
황후는 파워게임에서 밀리기 마련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무구한 황태후, 아니
이젠 태황태후가 된 할머니도
자꾸만 태클을 걸고 혜정전을 감싸고 도니
바야흐로
궁지에 몰리기 시작하는 황후와 태자이다.
그리고
그런 기싸움의 희생양은
가장 만만한 채경이 될 수밖에 없다.
황후만으로도 벅찬데,
그보다 더 무서운 황태후까지
이제 군기를 잡겠다고 나선다.
황후와 황태후와의 고래 싸움에
불쌍한 새우 채경만 골탕먹는 것이다.
그래도 황후는 직통 시어머니라
좀 낫다.
황태후는 작정하고 채경과 태자, 황후까지
잡겠다고 벼르는 인물인것이다.
재밌는 점은,
율군의 태도이다.
황후에게 당하는 동안에도
늘 방관만 하는 신군과는 달리,
정말 시어머니에게 부당하게 당하는 와이프를 감싸는 남편같은
태도를 취하는 것이다.
혜정전의 영역 싸움은
결국
아들로 하여금 채경을
명선당이라는 숙명적인 장소로 안내하는 발단이 되어주고,
다락방의 라이벌인 명선당이
비로소 채경과 신군에게까지
공개되는 발단도 되니,
혜정전은 늘 자기 무덤을 자기가 파는 삽질만 계속해야하는
불운의 여인이란 말인가~!!!
무서운 시어머니에게 호되게 당하는 것을
다정한 남편의 마인드로 감싼 율군은 위로 차원에서
명선당이라는,
율군만의 비밀 장소로 채경을 데려가는데,
거기서 한바탕 라이브 공연이 벌어진다.
일찌기 신군 전용의 채경표 라이브 생쑈를
율군 앞에서 하고 있으니,
신군의 눈이 뒤집힐 노릇이다.
게다가, 늘 그렇듯이
궁 안에서 시동생과 형수가
친구처럼 격의 없이 지내는 것도 너무나 싫다.
감히 황태자비를 함부로 대하는 율군도 밉고,
그 장단에 놀아나는 생각없는 채경에게도 화가 난다.
그래서 그는 또다시 열받는다.
하지만
해묵은 기사들로 구태의연한 공격을 하는 혜정궁의 치졸한 공격은
결국
합방씬으로
상황을 몰고 가는데,
자,
여기서 난 다시금 불만이다.
물론,
합방씬은 재밌고, 흥미롭고,
즐거운 장면이다.
아마
모르긴해도
방영 당시엔
그 예고만으로 다들 몸이 달았을 것이다.
아무것도 모르고 봤던 나도
갑자기 선물처럼 주어진 합방씬을
역시 몸달아가며 즐겁게 봤으니까.
그건,
신군과 채경의 국혼씬이나,
신군생일 물놀이씬,
계란투척씬으로 인한
백허그와
파티씬,
친정나들이씬
등등
끝없이 한 회마다 등장해서
우릴 즐겁게 해주던
초중반의 궁이
우리에게 주곤 하던 선물이다.
하지만 말이다.
즐거운 건 좋은데
그 합방씬이란 것이 말이 되냔 말이다.
난 아무리 날 즐겁게 해줘도
말이 안되는 건 싫단 말이다.
기왕이면
말이 되면서 즐거운게 좋단 말이다.
말이 안되는 즐거움은
찝찝하다는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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