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놀로그
무지개다리에 있는 나의 강아지야.. 본문
올 명절의 우리집 최고의 스타는
테리였다.
그야말로 온 가족의 겸둥이였다.
워낙 사교적이고, 사람들을 좋아하며
정도 많고 어린 녀석이 까불어대니 그게 재롱으로 보여서
사람들이 좋아할 만하다.
난 그러나,
이상하게도 올 명절에 유난히 떠난 녀석이 그리웠다.
떠난 녀석은 인기가 없었다.
녀석 자체가 사람들을 따르지 않았고,
특히 오빠를 무서워했다.
오빠를 싫어하는 짐승은 아마 그 녀석이 처음이었을 것이다.
대개의 짐승들은 이상하게 오빠를 따르기 때문이다.
그만큼 오빠는 동물을 좋아하고,
개를 좋아한다.
그런데 떠난 녀석만은
오빠나 그 녀석이나 서로 시쿤둥했다.
그래서
올해 오빠와 떨어질 줄 모르고 서로 사랑을 열나게 표현하는
테리와 오빠를 보면서
나도 모르게 떠난 녀석을 더더욱 그리워하는 것이었다.
그 녀석을 사랑한 건,
나와 엄마와 내 동생넘 뿐이구나..싶은 게
어쩐지 마음이 아프다.
두 올케들도 떠난 녀석에겐 그다지 관심이 없었는데
테리만은 이뻐한다.
특히 강아지를 잘 만지지 못하는 막내가 테리를 안으려고 할 정도였다.
막내 올케는,
강아지를 안고 있다가도,
그 강아지가 조금만 움직이거나 꿈틀대면 자기도 모르게 비명을 지르며
내던지는 스탈이다.
ㅋㅋ
그래서 우린 절대로 떠난 녀석을 막내올캐에게 내어주지 않았다.
몇번 그렇게 내던지는 걸 목격한 후론
근접을 아예 못하게 하였던 것이다.
웃기는 게
떠난 녀석은
오빠는 무서워해서 아예 근처도 안 가고,
막내 올케에겐 예의 있게 굴며 서로 간에 격식을 차린다.
ㅋㅋ
그 외의 모든 인간들이
자기보다 아래 있다고 믿었던 놈이다.
그런 그 넘이 왜 이리 그리울까..
테리보다 훨씬 둔하고, 재미도 없고,뚱하고, 먹을 것만 밝히던
미련한 놈이 왜 이리도 그리울까..
그립고, 그립고..그립다..
무지개다리에서도 누워 있을 이 둔해빠진 놈아..
보고 싶구나..
너무나 보고 싶구나...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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