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놀로그

무지개다리에 있는 나의 강아지야.. 본문

모놀로그/낙서

무지개다리에 있는 나의 강아지야..

모놀로그 2011. 2. 7. 03:28

올 명절의 우리집 최고의 스타는

테리였다.

 

그야말로 온 가족의 겸둥이였다.

워낙 사교적이고, 사람들을 좋아하며

정도 많고 어린 녀석이 까불어대니 그게 재롱으로 보여서

사람들이 좋아할 만하다.

난 그러나,

 

이상하게도 올 명절에 유난히 떠난 녀석이 그리웠다.

 

떠난 녀석은 인기가 없었다.

녀석 자체가 사람들을 따르지 않았고,

특히 오빠를 무서워했다.

 

오빠를 싫어하는 짐승은 아마 그 녀석이 처음이었을 것이다.

대개의 짐승들은 이상하게 오빠를 따르기 때문이다.

 

그만큼 오빠는 동물을 좋아하고,

개를 좋아한다.

 

그런데 떠난 녀석만은

오빠나 그 녀석이나 서로 시쿤둥했다.

 

그래서

올해 오빠와 떨어질 줄 모르고 서로 사랑을 열나게 표현하는

테리와 오빠를 보면서

 

나도 모르게 떠난 녀석을 더더욱 그리워하는 것이었다.

 

그 녀석을 사랑한 건,

나와 엄마와 내 동생넘 뿐이구나..싶은 게

어쩐지 마음이 아프다.

 

두 올케들도 떠난 녀석에겐 그다지 관심이 없었는데

테리만은 이뻐한다.

 

특히 강아지를 잘 만지지 못하는 막내가 테리를 안으려고 할 정도였다.

막내 올케는,

강아지를 안고 있다가도,

그 강아지가 조금만 움직이거나 꿈틀대면 자기도 모르게 비명을 지르며

내던지는 스탈이다.

 

ㅋㅋ

 

그래서 우린 절대로 떠난 녀석을 막내올캐에게 내어주지 않았다.

 

몇번 그렇게 내던지는 걸 목격한 후론

근접을 아예 못하게 하였던 것이다.

 

웃기는 게

떠난 녀석은

오빠는 무서워해서 아예 근처도 안 가고,

막내 올케에겐 예의 있게 굴며 서로 간에 격식을 차린다.

 

ㅋㅋ

 

그 외의 모든 인간들이

자기보다 아래 있다고 믿었던 놈이다.

 

그런 그 넘이 왜 이리 그리울까..

 

테리보다 훨씬 둔하고, 재미도 없고,뚱하고, 먹을 것만 밝히던

미련한 놈이 왜 이리도 그리울까..

 

그립고, 그립고..그립다..

 

무지개다리에서도 누워 있을 이 둔해빠진 놈아..

보고 싶구나..

 

너무나 보고 싶구나...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