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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왕 6부-배후인물과 진실 본문
-배후인물-
마왕 6부에서 가장 흥미로운 장면 중 하나는
바로 '배후인물'에 관한 오수와 승하의 대화 장면이 아닐까 싶다.
형사인 오수가, 바로 그 배후 인물인 승하와
배후 인물에 관해서 대화를 나누고 있으니
어찌 흥미롭지 않을 수가 있으랴~
대체로
마왕에서 박진감 넘치는 장면들이 있다면
바로 이런 식의 승하와 오수의 대화 장면들인데,
이때 두 사람의 대화는
입을 통해 나오는 말과, 주고받는 눈빛과, 가슴 속에서 꿈틀대는
서로에 대한 증오와 반감으로 이뤄진 치열한 심리적 대화,
이렇게 이뤄지는데,
이 3중 대화는 참으로 흥미진진하고
마왕의 여러 장면 중 백미이다.
마왕이라고 지루한 장면이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이런 장면들이 있어
허점을 가려준다.
드디어
'배후인물'에 관해 생각이 미친 수사진측,
즉 오수와, 배후인물인 승하가 배후인물에 관해 진지하게
머리를 맞대고 상의하고 있다.
오수는 배후 인물이 있음을 알려주며 도움을 청함에도
조금도 놀라거나 당황하지 않고
여전히 얄미우리만큼 침착하며
조소가 어른거리는 눈빛으로 자신을 놀리고 있는 것이 느껴지는
승하에게 반감을 감출 수가 없다.
하지만 어디에 칼날이 숨겨져 있으며,
그것이 어디를 겨누고 있는지 알 길이 없다.
그는 경계심과 의혹에 가득차고,
동시에 본능적인 적개심과 혐오를 가지고
승하를 바라본다.
그의 눈빛에 어른대는 자신을 놀리는 듯한 미소,
그 미소가 서서히 입가까지 번질 때
오수는 소름이 끼칠 것이다.
대체, 이 인간은 누구일까..
그래서
둘의 대결은 절대로
법과 죄의 대결,
범인을 잡는 형사와, 그 범인의 변호사와의 대결에 그치는 게 아니라
오수와 승하의 대결이기도 하다.
그래서 언제나처럼
그들의 대화는 중의적이며,
겉으로 보기와는 달리 치열한 심리전이 펼쳐지는 것이다.
이 장면의 가장 핵심은
대화를 마치고 돌아서려던 승하가
'만일 배후 인물이 있어서 이런 사건을 벌이고 있다면
그 동기가 뭔지 생각해봤는가,
동기를 알아야 그 배후 인물을 밝혀낼 단서를 찾을 게 아닌가!'
라는 의미의 질문을 던지는 순간이 되겠다.
아직도 왜 이런 사건이 일어났는지
깨닫지 못하고 있는 오수에게 던지는 승하의 비웃음이다.
하지만 그 비웃음 이면엔
분노가 어른거린다.
어째서 이 인간은 그 일을 깨끗이 잊어버린걸까?
어째서 권변의 현장검증까지 거치고도
여전히 아무런 기억도 되살리지 못하는걸까..
자신이 유도한대로 배후인물이 있음을 알아내기까지 했으면서도
왜 아무런 감도 잡지 못하는걸까..
타로카드며 의문의 편지들, 그리고
바로 그 사건을 둘러싼 인물들의 죽음
등등, 잔뜩 주어진 사실들을 두고도
아무것도 모르고 있는 오수에게
던지는 승하의 말들은
하나같이 정곡을 찌르는,
잘 새겨들으면 사건의 중심에 이를 수 있는 말들 뿐이다.
'사실에 입각해서 실체적 진실을 증명할 수 있는 분명한 증거'가 있느냐고 물을 때,
이 사건은
절대로 사회의 법정에선 시시비비를 가릴 수 없는 사건이며,
아마도 최후의 법정은 지옥문 앞에서
우리가 만나는 순간이 될 것이라고 그는 말하는 것이다.
-진실-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 진실을 아닙니다'
'눈에 보이는 진실조차도 보지 못하는 게 인간입니다'
이 대화는 참 슬프다.
오수의 입장에선 저 말은 절절한 진실이다.
눈으로 보면
누가 봐도 오수가 의도적으로 태훈을 찌른 것이라고밖엔 할 수가 없다.
그래서
하다못해 현장에 있던 친구들조차 오수가 의도적으로 태훈을 찔렀다고 믿는다.
진실을 아는 건
오수와 태훈뿐이다.
물론
승하 말대로
실수건 고의건 태훈이 죽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고,
그 죽음을 뒤틀어 힘의 논리에 의해
가해자로 둔갑시킨 것도 사실이며,
그 이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오수가 한 게 아무것도 없으며,
그로 인해 한 집안이 몰락해버린 것에
아무런 관심을 갖지 않는 것도 치명적이지만,
거기까지 가기 전에,
실제로 눈에 보이는 것만이 전부 진실이 아닌게 아니라,
대부분 눈에 보이는 것들은 진실이 아니다.
그런데
승하는
눈에 보이는 진실조차도 보지 못하는 게 인간이라고
답한다.
승하 입장에선 오수 앞엔 바로 진실이 서 있다.
자신은 오수의 죄의 산물인 진실이라고 승하는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눈에 보이는 진실조차도 보지 못하는 건
승하도 마찬가지인 것이다.
그 현장검증에서 승하는
눈에 보이는 것만을 봤으며,
그러나
눈에 보이는 진실을 보지 못한다.
즉
조동섭이 실제로 고의가 아닌 실수로 권변을 찌르는 게
사건의 진상인데,
그것이 태훈 사건의 진상이라는 걸 보지 못하는 것이다.
서로 주고받고
서로 찔러대는 저 대화들은
그대로 서로에게 되돌려줘야할 말들이다.
오수는 눈에 보이는 것만이 모두 진실은 아니라고
자신의 과거를 변명하고,
승하는 넌 바로 눈 앞에 있는 진실조차도 보지 못한다고 말하지만,
오수는 눈앞에 있는 진실을 보지 못하고,
승하 역시 그러한 것이다.
아니,
우리 모두 그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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