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놀로그
마왕 4부- 순기의 오승하 변호사 예찬 본문
순기의 출소 파티에서 참 재밌는 장면이 하나 있다.
순기가 자신을 석방시켜준 오승하를 예찬하는 장면이다.
그 장면이 재밌는 것이 아니라,
그때 순기가 하는 말이 재밌다.
그는 세상의 변호사들은 하나같이 돈만 밝히는 썩을 놈들로만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오승하 변호사를 만나고나선 대한민국에도
'정의'가 살아 있음을 알았다는 것이다.
다름 아닌 순기 입에서 저런 말이 나오니 참 재밌지 않은가?
저 장면에선 은근히 작가와 연출가의 신랄한 유머감각이 느껴진다.
왜냐면 순기가 저런 소릴 떠들어댈 때
화면은 오승하의 무표정한 얼굴을 클로즈업으로 잡아주기 때문이다.
순기가 돈만 밝히는 썩을 놈의 변호사를 만난 게 언제일까?
아마도 첫만남은 바로 정태훈 사건에서 자신이 오수를 위해
위증을 할 당시에 권 변호사였을 것이다.
사춘기 소년 시절이었으니만큼
위증을 하면서도 어떻든 자기가 본 바로는
오수가 태훈을 찌른 게 분명하니
그런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권변호사가
썩을 놈으로 보였나보다.
왜냐면 그 권변호사가 비호하는 오수는
바로 강의원의 아들이요,
거액을 받고 오수를 무죄로 만들기 위해 사건을 왜곡하는데
앞장을 섰을 것이고,
또한 영철을 왕따시키며 폭행을 가하곤 했던 것이
그 사건의 본질이니만큼
돈으로 영철 부모를 회유하는 것도 순기는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영철 부모야, 아들이 왕따를 당하거나 말거나,
폭행에 시달리거나 말았거나
그저 돈을 한뭉치 주고가는 대단해보이는 양반에게 굽신거리기 바쁘다.
하지만
그 모든 걸 알고 있는 순기는
사춘기 시절에 이미 돈과 권력에 약한 썩을 놈의 변호사라는 인간들에 대한
편견이 생기고 만다.
그리고
돈이 아니라 정의를 위해 국선변호를 자청해서
기어이 자신을 석방시켜준 오승하는
정의의 상징이라는 것이다.
정말 재밌고, 섬찟하고, 신랄하지 않은가?
아니 엽기적이기까지 하다.
그 사건의 희생자인 오승하, 아닌 정태성이,
자신의 계획에 이용해먹으려고 굳이 돈도 받지 않고
그를 석방시켰는데,
한편 오승하는 실제로 인권 변호사였을 것이다.
사회적 약자들에게 돈을 받지 않고 기꺼이 변호를 해주는
정의의 변호사가 맞긴 하다.
그 자신, 악덕 변호사의 희생자였던 만큼
그가 자신의 지식을 활용하여 그들을 위해 몸을 던져 일했을 것이 확실하다.
하지만
적어도 순기의 입에서 나올 말은 아니다.
왜냐면
그는 그 악덕 변호사 덕에 그 사건에서 풀려났고,
이후로도 그 사건 덕에 먹고 살고 있으니 말이다.
그런 모든 아이러니한 상황을 냉소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화면은
무표정함이 지나쳐서 살벌해보이기까지한
메마른 정의의 변호사 오승하를
클로즈업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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