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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 19부-매력적인 드라마 '궁' 본문
궁은 여러가지 단점에도 불구하고
좋은 드라마요, 멋진 드라마요, 매력적인 드라마이다.
그 이유야 다들 알고 있는
눈부신 미술과 미장센을 들 수 있지만,
난
궁의 특이한 구조와
장면과 캐릭터의 교차 전환, 그리고 무엇보다 음악을 꼽는다.
궁은 누가 뭐라해도 환타스틱한 드라마이다.
애초에 '궁'과 '황실'이라는,
환상의 공간이 주요 무대이고, 황족들이 주요 등장 인물이니까.
게다가 잘 보면 참으로 특이한 구조이다.
무거움과 경박함이 공존한다.
썰렁하고 추워보이는 궁의 복도가 우리 숨통을 조여대서 답답해질만하면,
갑자기 난잡한 이 시대의 고등학교의 복도가 나타난다.
적막이 흐르는 궁의 복도는, 사람들이 하나같이 고개를 뻣뻣이 세우고
절도 있게 걷는다. 그래서 궁은 그저 복도만 잠시 보여줘도 괜히 보는 사람까지
자세를 바르게 만드는 힘이 있다.
하지만
흐트러진 어느 고등학교의 활기에 넘치는 복도는 모든 학교의 복도가 그러하듯
자유를 상징한다.
교실에서 억압되었던 젊음이 복도에서 폭발하기에
19세로 한참 터질 듯한 나이의 청소년들은 교실에서 억눌렀던 에너지를
복도에서 포효하는 것이다.
대개 궁의 이곳 저곳을 보여주다가
갑자기 분위기가 급반전해서 학교로 장면이 넘어갈 때가 종종 있는데,
그때마다 그 기만힌 반전이 매혹적이다.
누군가는 그래서 학원물이라고 하기도 하는데,
솔직히 그건 너무 겉치레만 본 게 아닌가 싶다.
물론 학교가 배경이 되기도 하기에
학원물적 요소도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학원물이나 하이틴물이라고
단정짓기는 좀 그렇다.
적어도 드라마 궁은 그렇다.
만화 궁은 몰라도..
게다가 구성 인물들도 재밌다.
황족들은 하나같이 무게 잡고 있지만,
그들의 내면은 서민과 다를 게 하나도 없이 빈약하다.
반면에 채경의 부모나, 그녀의 학교 친구들처럼
다분히 희화적인 인물들이
갑자기 궁에 경박함을 선사하며 한쪽 구멍을 뚫어놓는다.
한쪽에선 16세기식 후궁들의 황위 쟁탈전이 벌어지는 사극의 전형이 벌어지고,
그런가하면 젊은이들의 삼각관계가 구태의연하게 펼쳐지고 있다.
궁의 삼각 관계도 좀 묘해서,
신군과 효린, 그리고 채경이 벌이는 삼각 관계가 있는가하면,
신군과 율군 그리고 채경이 벌이는 삼각 관계가 있다.
이렇듯 두 가지 삼각 관계가 병행하며
한 쪽이 잠잠한가 싶으면 다른 한쪽이 들고 일어나서
아직은 나이 어린 태자 부부는 사실
한시도 마음 편할 날이 없긴 하다.
채경이가 질투를 한다 싶으면,
신군이 질투를 하고
서로 질투하는 게 쪽팔려서 엉뚱한 걸 물고 늘어지며
싸움질을 해대다 보면
사로 상처받고..
하지만 내가 가장 궁에게 높은 점수를 주는 건
음악이다.
사실, 웬만한 드라마 한회를 보라.
적어도 십분에 한번씩 음악이 터진다.
그리고 그 음악이 배경으로 깔리는 것으로
괜히 뭔가 있어보이게 한다.
원래 음악이라는 것이 좀 그렇다.
별 것 아닌 장면도 음악 떄려주면 뭔가 있어보이는 것이다.
요즘 들어 드라마 몇 편 보니까.
한 회당 몇십분은 그 음악 깔아주고
주인공이 어딘가 걷거나, 생각에 잠기거나
회상을 하거나
그러면서 시간을 엄청 잡아 먹는다.
별 장면도 아닌데
음악 덕분에 그럴 듯 해보이지만
난 안속는다.
음악은 꼭 필요할 때 틀어야한다.
그렇게 음악을 남발하면
안되는 것이다.
그건 스스로 드라마가 부실하고
내용이 없음을 떠들어대는 것과 같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렇게 음악을 딥따 틀어대면
뮤직 비디오 보는 것처럼 좋아한다.
원래 사람들은 뮤직 비디오를 좋아하는 것이다.
하지만 난 뮤직 비디오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멋있긴 하지만, 눈속임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그런데, 궁은 과감하게 음악을 절제한다.
내가 과감하다고 하는 이유는,
사실 궁도 후반으로 갈수록
이렇다할 스토리가 없어져 가기 때문이다.
그러면 회상 장면 엄청 넣으면서
음악 꽝꽝 때리는 걸로
시간을 벌 수 있을텐데
그런 얍삽한 짓은 안하는 게
그래도 대견하다.
'사랑인가요'
라는 노래가 궁을 통털어 몇 번 나오는지 아는가?
하긴 나도 모른다.
하지만 확실한 건
그 음악이 나오는 순간이 얼마나 절묘하며,
그 음악을 절대로 남발하지 않아서
그 음악이 깔리면 가슴이 설렌다는 사실이다.
그 외에도 몇몇 음악이 더 있지만,
궁처럼 음악을 남발하지 않고
아니 차라리 아끼는 드라마도 참 드물 것이다.
꼭 필요한 순간에,
꼭 필요한 음악을 적절하게 깔아주는 것도
궁의 매력 중 하나이다.
이건 점수를 아주 많이 줘야하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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