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놀로그
마왕 11부 -오승하, 폐차장으로가다 본문
10부에서,
승하는 내가 앞서 말한 설계도가 시공되는 과정에서
흔히 일어나는,
그러나 대개 설계도를 그릴 땐 예상치 못하는
돌발 변수들이 발생하는 바람에
또다시 흔들린다.
그 첫째가, 소라 엄마의 자기로 하여금 살인을 하게 한
사람에 대한 원망이다.
그런데,
난 잘 모르겠다.
소라 엄마는 김대식을 죽이고 싶었다.
그리고 마음 속에 품고 있던 그 살의를 교묘하게 파고들어
실제로 살해를 하게끔 한
가스총을 보내준 사람을 원망한다.
마음 속으로 품고 있는 살의와,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는 건
많이 다르다.
하지만, 행동으로 옮기는 것도 결국 자기의 의지가 아닐까?
신은 인간에게 자유의지를 주어서 선택을 하게 하였고,
그래서 인간들은 선택을 한다.
하지만 그 선택이 잘못된 것임을 알았을 때
인간은 신을 원망한다.
그때, 신은 과연 승하처럼 아파할까?
예수님은 슬퍼하였다.
그러니 신도 인간들의 그릇된 선택과, 그로 인한 고통을 아파할지도 모르겠다.
바로 그러한 창조주의 아픔과 비슷한
그러나 그보단 좀더 하위 개념의 고뇌를 승하도 짊어진다.
창조주는 자신의 창조물을 사랑하지만,
승하의 마음엔 사랑보단 증오가 더 강하니까.
그래서 승하는 괴로와한다.
만일, 사랑이 더 컸다면
아파하겠지만
증오가 더 컸기에
그는 고통스러워한다.
두번째로,
해인이 쓰러졌다.
이건 앞서도 말했으니 패쓰하고,
세번째로
승희를 방문했기 때문일까..
그는 승하의 사진을 꺼내들었고,
소라 엄마와, 해인, 그리고 승하까지
자기가 이용하고 있는 인간들이
그로 인해 고통받거나 그 이름이 오염되고 있는 사실로 인해
흔들리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다시 에너지가 필요해진다.
이제, 오르골을 여는 것만으론 충전이 되지 않는다.
원래 자극이란 점점 더 강한 것을 원한다.
그래서
그는 이제 폐차장으로 달려가야한다.
그가 폐차장으로 달려가는 바람에,
더불어 우리도 함께 그 비극의 현장으로,
그리고 정태성이 왜 오승하라는 이름으로
저렇듯 이상한 삶을 살고 있는지
그의 과거 속으로 따라 들어간다.
정태훈 일가의 비극이 속속들이 우리에게 보여지고,
살풍경한 폐차장에서 우뚝 서서
그 슬픔을 흠뻑 들이마시고
흔들리는 마음에 에너지를 충전받는 승하의
처연한 모습을 지켜봐야한다.
앞서도 말했지만,
어린 소년으로는 감당하기 힘든 상황이
연속적으로 그에게 주어진다.
인간으로는 견디기 힘든 고통들이다.
가족을 잃은 것만으로도 어린 소년에겐
벅찬데,
그는 삶의 기반을 잃어버린다.
인간은 어떻든 자기가 딛고 있는 땅이
단단하다고 믿어야만
일상을 유지하는 것이 가능한 법이다.
어린 소년에겐 세상에 완벽하게 보여야한다.
어른들은 모두 올바른 삶을 살고 있고,
그들이 우리에게 강요하는 갖가지 도덕적인 개념들을
그들도 실천하고 있다는 믿음이 필요하다.
학교에선 선생님이 완벽하게 보여야하고,
티비에 나오는 정치가들은 나라 걱정에 잠을 못이루는 사람들이어야한다.
아니,
그렇게 믿어야만 살 수가 있다.
어른이 아니니까.
판단력이 없으니까.
물론,
그 신념들은 세월과 함께 사라진다.
대신에
나도 그에 못지 않게 순수함을 상실하기에
그들과 같은 눈높이로 세상을 볼 수 있으며,
그래서 이젠 보다 이기적이고 냉소적으로
내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며
나만의 안전한 땅을 찾기 위해 기를 쓰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정태성은 그 모든 과정을 생략한 채로
알몸으로 세상에 던져졌으니
그의 심리는 그대로 무너질 수밖에 없다.
나약한 인간이라면
오히려 인간적인 반응을 보인다.
즉, 불량 청소년이 되서
못된 짓을 하고 다니며
밑바닥을 헤맬 것이다.
하지만
정태성은 강인한 아이였다.
아니,
세상이 그를 강인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그는 빛에서 어둠 속으로 기어들어가
어둠의 세계만이 줄 수 있는
무서운 힘을 연마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어쩌면
그게 더 무섭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나약한 존재인데,
그걸 거부하고
스스로 강해지려고 무리를 하면
자신이 신의 위치에 올라섰다는 착각을 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자신의 강함이 유일한 신이 되고,
그는 광신도처럼
자기를 섬긴다.
정태성은 그런 길을 걸었다.
걷고 걸어서
결국,
그 폐차장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그가 그곳으로 돌아왔다는 것이 벌써
경고음이 들리기 시작했다는 걸 의미한다는 건
정태성도 몰랐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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