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놀로그
마왕 10부-해인, 쓰러지다 본문
승하가 싸이코메트리를 이용해서 오수측을 유인하는 장면 중
가장 멋진 것이,
오수에게 보낸 사진 속에 심은 지옥문과, 보관함, 그리고 333이라는
숫자이다.
333이란 숫자가 얼마나 의미심장한지 오수는 알았을까?
그 숫자의 의미를 알 수 있는 사람은,
사건 관계자 중에 오로지 해인 뿐이라는 사실도 오수는 알았을까?
또한 그것을 보낸 사람도
도서관 사서 못지 않게 그 도서관에 대해서 잘 아는 사람이라는
사실까지 알았을까?
아무튼 그 숫자는 다름 아닌 도서관의 서고에 매겨진
일련 번호였다.
그리고 그곳에 단테의 신곡이 있고, 그 안에 붉은 봉투가 들어 있다.
참 재미 있고, 아니 재치 있고 유머감각까지 있다.
오수의 사진과 더불어 보낸 편지 속에
단테의 신곡을 인용한 귀절을 써넣고,
지옥문을 사진에 잔상으로 심은 후에
333이라는 숫자를 보이게 해서,
해인으로 하여금 그것이 바로
서고라는 것을 알아내게 한다.
대체 그 도서관의 사서가 아닌 담엔
도저히 그 숫자의 의미를 알 수가 없다.
그 책 안엔 떡 하니
'강오수 형사님께'
라는 제목의 붉은 봉투가 들어 있으니,
참 유인하는 방법이 복잡하기도 하다.ㅋㅋ
그 새로운 봉투 안에는 타로 카드만 들어 있다.
그리고, 같은 타로 카드를 성준표에게도 보냈음을
알아내게 하는 잔상을 적당히 심는다.
물론, 친절하게 알려주는 건 아니고,
그것을 알아낼 때까지 신설 편의점이란 편의점은
모조리 찾아다녀야하는 개고생을 시킨다.
해인은 이미 알고 있다.
상대가 자신의 능력을 알고 있으며,
그래서 일부러 그 잔상을 통해 알아낼 수 있는
단편적인 잔상만 심는다는 것,
그래서 그 잔상도 더이상은 믿을 수 없다는 것까지..
그래서 그녀는,
범인이 심은 것 외의 다른 잔상을 알아내기 위해
틈만 나면 신곡의 잔상을 읽으려고 시도하는 것이다.
하지만,
용의주도한 인물인지라 신곡에선 아무것도 읽히지 않는다.
그러다가 겨우 눈에 보인 것이 그나마
배달하는 사람 손목의 팔찌..
그거 하나 건지고 그만 기절해버리는데..
그때 마침 오승하가 도서관에 왔다가 그 광경을 목격하고
해인을 병원으로 데려간다.
그런데,
승하는 그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인물이다.
다시 말해서 사건을 조종하고 있는 배후 인물인 것이다.
하지만 그는 해인이 틈만 나면 그 신곡에 매달려
뭔가를 더 알아내려고 기를 쓰고 있는 것까진 몰랐으리라.
해인에 대해서 더는 사심이 없다고 할 수 없어진 승하가,
자신으로 인해 사건에 말려들고,
진실을 알고 싶다는 이유로 무리하다가 쓰러진 해인을
바라보는 심정이 어떠했을까...
그래서 그는 그녀에게 묻는다.
'이런 일이 자주 있습니까?'
초능력을 남발하면 그게 몸에 무리가 온다는 사실을
승하가 알고 있었는진 모르겠지만
그녀가 신곡을 붙잡고 씨름하는 광경을 직접 눈으로
목격한 만큼,
그녀가 깨어날 때까지 곁을 지키며
많은 생각을 했을 것 같다.
아니, 처음으로 마음이 조금은 아파왔을지도 모르겠다.
'왜 쓰러졌는지 묻지 않으세요?'
라는 해인의 질문에 승하는
의사가 이미 알려주었다고 답하지만,
사실 이 질문이 해인의 입에서 나온 것도
그냥 지나갈 건 아니다.
해인이 쓰러지게끔 한 장본인이 바로 앞에 있으니
아무 생각 없이 넣은 대사일리가 없지 않은가~!
물론 승하의 말도 거짓말일 것이다.
이 장면에서,
입으론 농담을 하듯 하지만,
눈빛은 전혀 웃음기가 없이 무거운 표정으로 해인을 바라보는
승하,가 아니라 주지훈의 연기는 이미 마왕이 중반에 이르렀으니만큼
무르익을대로 무르익어 있다.
그는 이미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승하가 되어 있었을테니..
집까지 해인을 바래다준 후에,
돌아서려는 그녀를 불러세운 승하는
잠시 야릇한 표정으로 그녀를 응시한다.
물끄러미 그녀를 바라보는 승하의 마음은
어쩌면 그녀에게 사과를 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이미 사심이 싹트기 시작하고 있었으니
그 미안한 마음은 애틋함을 동반했으리라.
그 모든 것들이
해인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에 어른거린다.
그런 승하의 마음은 해인에게 전달되고,
해인은 자기도 모르게 돌아본다.
해인의 특징이,
멋진 두 남자가 아무리 집에 데려다주어도
절대로 뒤돌아보는 법 없이 낼름 집안으로
들어가버리는 것인데,
그날 처음 뒤돌아보는 것이다.
그리고 천천히 떠나가는 승하의 모습이
그녀와 우리에게 보여진다.
승하의 마음에 벽돌 한 장이 더 얹혔다.
그래선가,
승하의 발걸음은 무거워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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