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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지훈/마왕

마왕 10부-성준표의 옛기사

모놀로그 2011. 1. 26. 17:21

성준표는 택배를 받는다.

 

그 택배 상자 속에는

타로 카드와 옛 기사가 들어 있었다.

 

그 기사는

태훈 사건에 관해서 성준표가 직접 쓴 기사이다.

 

그는 그 기사를 들고

자기 삼촌이라는 작자를 찾아간다.

 

그 삼촌은 태훈 사건이 일어난 학교의 이사장이라나 뭐라나..

 

둘은 거기서 언쟁을 벌이는데,

 

내가 가장 열받은 장면은 차라리 그런 장면이다.

 

성준표는 늘 주장한다.

 

'진실을 알아내는 것은 기자의 임무입니다."

 

이건, 해인을 미행하다가

승하에게 들키자, 그야말로 닳아빠진 기자답게

능글능글하게 나오면서

승하에게 던진 말이다.

 

맞는 말이다.

기자의 임무는 진실을 캐서, 그것을 세상에 알려주는 것이다.

 

그러나,

그 진실이 어떤 계층에 한정되선 안된다.

 

꼭 약자 편에 서라는 건 아니다.

 

약자라고해서 다 옳바른 것은 아니고,

가진 자라고 해서 다 틀린 것은 아니니까.

 

그래서

진실이라는 것을 제대로 알아내어 우리에게 전달해주는

매개체가 필요하고,

 

그게 언론이며,

언론이라는 것을 통해서 우리에게 진실을 전달해주는

인간들이 기자이다.

 

그런데,

성준표의 진실은 과연 공정한가~!

 

아니다.

 

그의 진실은 상당히 편의주의적이다.

 

자기 자신에 대한 진실이 따로 있고,

가진 자에 대한 진실이 따로 있으며,

 

자기가 호기심을 느끼는 사건에 대한 진실이 따로 있고,

 

진실을 캐는 목적도 따로 있다.

 

그가 굳이 그 사건을 캐고 다니는 이유가

과연 진실을 캐서 그것을 만천하에 알리고,

억울한 자들의 사연을 해결해주려는 걸까?

 

아니다.

그는 그 사건을 자기의 개인적  원한에 이용하기 위해

진실을 캐고 다니는 것이다.

 

그렇듯,

자기 편한대로 진실이라는 이름을 함부로 떠들고 다니는

성준표는,

 

과거에

 

그 사건에 대해서도 단지

이사장이라는,

 

사건이 일어난 학교와 아주 밀접한 고위관계자의 말만 듣고

기사를 썼던 것이다.

 

얼마나 어처구니 없는 일인가~!

그런데,

 

문제는

그런 일이 지금도 벌어지지 않는다고 할 수 있냔 말이다.

 

기자들이 정말 진실이라는 것에

겸허하게 알몸으로 맞서고 있냔 말이다.

 

사심 없이 사건의 진실을 기자로서의 이름을 걸고

세상에 알릴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아니, 용기가 아니라

너무나 당연한 사명감을 가진 기자, 내지 언론인이

몇이나 될까?

 

학교에서 한 소년이 피살되었다.

그 소년은 가난하고 힘없는 집안 출신이다.

 

그리고

그 사건에 연루된 강오수는 4선 의원의 아들이다.

뒤엔 최고의 법조인이 버티고 있고,

아버지의 막강한 권력과 부가 있다.

 

게다가 이사장이면, 당연히 강의원과는 밀접했으리라.

 

진실에 대해서 그토록 떠들고 다닐 정도의 성준표라면

당연히

그 이사장의 말만 듣고 기사를 쓴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성준표는 그 일에 대해선 새까맣게 앚고 있다가

 

택배를 받고 나서야 이사장을 찾아가서 따진다.

 

전 그저 작은 아버지의 말대로 썼을 뿐입니다~!

 

라고 항변하니 얼마나 웃기는 일인가!

 

아니, 성준표는 명색이 기자라면서,

 

우리나라의 현실을 그토록 모르는 청정무구한 인물인가?

 

학교 이사장이라면 그 학교와 가장 이해관계가 가까운 지점에 있는

인물인데,

 

그 사람의 말만 듣고,

정태훈 측과는 전혀 접촉해보지도 않고

기사를 쓸 정도로 순진한가?

 

우리나라 기득권 세력이 그토록 명예롭고 정직하다고

진정 믿고 그 이해 관계자의 말만 듣고 기사를 쓰냔 말이다.

 

그래놓고는 막상 발등에 불이 떨어지자 찾아가서 따지는 꼴이라니..

 

아무튼,

그가 받은 카드는 처음으로

 

'죽음'

 

이 등장한다.

 

정태훈 일가의 몰락에 가장 지대한 공헌(?)을 한 인물인

성준표 기자에게 보내진 타로 카드에

처음으로

 

노골적으로

 

'죽음'이 암시되어 있다는 건

참으로 흥미로운 일이다.

 

언론은 한 사람을 죽일 수 있을만큼 막강하다.

 

그런 성준표에게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반성하지 않으면

 

죽음이라는 응징이 기다리고 있다고

경고하는 카드가 보내진 것은

의미심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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